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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조위 "軍도 가습기 살균제 썼다…장병들 12년 노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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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제품. [JTBC 캡처]

가습기살균제 제품. [JTBC 캡처]

국군 장병들이 12년간 가습기살균제에 노출됐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19일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는 지난 7월부터 군(軍)의 가습기살균제 사용 실태에 관한 조사를 진행한 결과 2000~2011년 육·해·공군과 국방부 산하 부대ㆍ기관 12곳에서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군복무를 했던 다수의 국군장병이 가습기살균제 위험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특조위는 애경산업의 ‘가습기메이트’ 등 가습기살균제 3종이 군과 국방부 산하 시설에서 약 12년간 800개 이상 구매해 사용된 것으로 확인했다. 가습기살균제는 주로 병사들의 생활공간에서 쓰였다고 밝혔다.

특조위는 군의 가습기살균제 사용·구매 입증 문서와 병사들의 참고인 진술 등을 토대로 가습기살균제가 군병원과 공군 신병교육대대 생활관, 육군 제20사단 중대 생활관 등에서 사용된 정황을 포착했다. 또 국방전자 조달시스템을 통해 해군과 국방과학연구소에서도 가습기살균제가 쓰였음을 파악했다.

특조위에 따르면 국군수도병원과 국군양주병원이 애경산업의 ‘가습기메이트’를 각각 290개(2007년∼2010년), 112개(2009년∼2011년)를 구매해 사용하는 바람에 군 병원 병동에서 생활한 장병들이 가습기살균제에 노출됐다. 군 복무 중이던 2010년 1월부터 3월까지 국군 양주병원에 입원했던 이모(30)씨는 이곳에서 가습기살균제에 노출됐고 폐 섬유화 진단을 받았다. 이씨는 2016년 정부에 가습기살균제 건강피해 신고를 했고 2017년 폐 손상 4단계 판정을 받았다.

또 2008년 10월 공군 기본군사훈련단에서 애경산업의 ‘가습기메이트’를 390개 구매·사용해 신병 교육대대 생활관에서 거주한 병사들이 가습기살균제에 노출됐다. 공군 제8전투비행단에서는 2007년부터 2008년까지 대대 생활관 내에서 ‘옥시싹싹 뉴 가습기당번’을 사용했다.

관계자들은 이번 조사를 통해 드러난 것보다 더 많은 피해가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군대 내 보급 체계 전문가 A씨(전직 윤군 대령)는 “군대 내에서 소모하는 생활용품의 경우 조달시스템을 통해 구매하는 경우는 극소수이며 실무부대에서 물품구매비나 운영비로 구매한 가습기살균제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특조위는 오는 27~28일 예정된 가습기살균제 참사 진상규명 청문회에서 국방부 인사복지실장과 국군의무사령관을 상대로 군의 가습기살균제 문제를 추궁할 예정이다. 특조위는 “군에서의 가습기살균제 구매, 사용과 피해 의심 사례에 대한 제보를 받고 있다”며 “이제라도 군의 가습기살균제 사용 실태를 조사하고 노출 군인 중 피해자가 없는지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현재까지 군 피해사례는 확인된 바 없다”며 “앞으로 전 부대를 대상으로 군의 피해 여부 등에 대한 실태조사를 진행한 뒤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군은 지난 2011년 당시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이 확인된 즉시 가습기 살균제 사용금지 지시를 내린 바 있다”고 설명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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