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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고름우유 팔지 않습니다’ 광고, 왜 자충수 됐나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정수현의 세상사 바둑 한판(33)

예상치 못한 일본의 무역제재 조치로 한일 관계가 냉각되고 있다. 이를 두고 매스컴에서는 ‘아베의 자충수’라고 꼬집고 있다. 아베 총리가 한국을 공격한 것이지만 실은 스스로 자신의 무덤을 팠다는 뜻이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자충수’를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자충수를 두면 해로운 결과를 가져와 패망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자충수의 ‘충’은 ‘찰 충(充)’ 

자충수는 바둑에서만 쓰는 특수한 전문용어다. 스스로 자기 돌의 활로를 메우는 수를 의미한다. [뉴스1]

자충수는 바둑에서만 쓰는 특수한 전문용어다. 스스로 자기 돌의 활로를 메우는 수를 의미한다. [뉴스1]

바둑을 웬만큼 두는 사람이라면 자충수가 무엇인지 잘 안다. 하지만 바둑을 잘 모르는 사람은 자충수의 정확한 뜻을 잘 모를 것이다. 바둑에서만 쓰는 특수한 전문용어이기 때문이다. 신문에서는 자충수의 ‘충’을 ‘찌를 충(衝)’자를 써 표기하기도 한다. 아마도 좌충우돌하듯 부딪친다는 의미로 받아들인 것 같다. 그러나 실은 자충수의 충은 ‘찰 충(充)’자다.

바둑에서 자충은 스스로 자기 돌의 활로를 메운다는 뜻이다. 비유하자면 자신의 숨구멍을 막는 것과 같다. 숨구멍을 막으면 생명이 위태로워질 것은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실제로 바둑에서 자충수를 둬 돌의 생명이 문제시되는 경우가 많다. 심하면 커다란 대마가 쓰러지기도 한다.

이처럼 자충수는 해롭기 때문에 바둑 고수는 이를 금기로 여긴다. 또한 상대방의 자충수를 이용해 승리의 기회를 잡으려고 한다. 하지만 하수는 별생각 없이 자충수를 함부로 두어 버린다. 자신이 두는 수가 자충수인지를 모를 때가 많다.

살아가면서 자충수를 두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도 모르게 자충수를 두게 되는 경우가 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어떤 조치를 취했는데, 자신의 목을 죄는 악수로 판명되는 일이 적지 않다.

예전에 한 우유 회사에서 낸 광고 문구가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적이 있다. [사진 pixabay]

예전에 한 우유 회사에서 낸 광고 문구가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적이 있다. [사진 pixabay]

예전에 한 우유 회사에서 ‘우리는 고름 우유를 팔지 않습니다’라는 광고를 낸 적이 있다. 다른 회사의 우유 제품에 문제가 있다고 공격을 한 것이다. 이 광고는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결국 우유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감이 높아져 우유 소비가 줄어드는 피해를 보게 되었다.

상대 공격하다 자충수 두는 정치인들

정치인들이 상대 당을 지나치게 공격하는 것도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정치인 중에는 자극적이고 듣기 거북한 용어를 써 가며 상대편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해 대는 이들이 있다. 이러한 행동은 박수를 받기보다 거부감을 주는 경우가 많다. 이런 장면을 보며 국민 대다수는 정치에 대한 혐오감을 느끼고 국회의원들을 싸잡아 비난하게 된다. 상대를 공격하는 행동이 결국 자신에게 해가 되니 자충수임이 분명하다.

삶의 현장에서 어떤 특별한 조치를 취하려 할 때 혹시 자충수가 될 가능성은 없는지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상대방에게 던진 돌이 부메랑처럼 자신에게 돌아올 것으로 예상한다면 그 돌을 던져서는 안 될 것이다.

정수현 명지대 바둑학과 교수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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