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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강대국의 힘 자랑…사면초가 한국에 필요한 전략은?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강정영의 이웃집 부자이야기(32)

사냥한 연어를 새끼와 함께 나눠먹는 엄마 불곰 [사진 MBC]

사냥한 연어를 새끼와 함께 나눠먹는 엄마 불곰 [사진 MBC]

대자연의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곳, 알래스카. 순백의 빙하가 있는가 하면 북극 사슴, 카리부 수십만 마리가 떼 지어 초원을 가르기도 한다. 그리고 빠지지 않는 풍경 중 하나가 거센 물줄기를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를 잽싸게 잡아채는 불곰의 모습이다.

알래스카 불곰이 가장 좋아하는 먹이는 연어와 벌꿀이다. 흔히 미련한 곰이라고 부르지만, 그건 완전히 틀린 말이다. 곰은 매우 전략적인 동물이고 아둔해 보이지만 생존능력이 어느 동물보다 뛰어나다. 특히 놀라운 것이 곰의 후각이다.

놀라운 곰의 후각

바람이 불면 죽은 동물의 냄새를 32km 정도의 거리에서도 맡을 수 있다고 한다. 캔디바나 초콜릿 등 향이 있는 과자류는 1~2km 거리에서도 맡을 수 있다. 이 때문에 국립공원에 입산하는 등산객이 곰의 공격을 당하지 않도록 미국 산림청에서 늘 주의를 준다.

이처럼 생존을 위해서는 멀리서 다가오는 냄새를 맡을 줄 알아야 한다. 비즈니스는 어떨까. 사업 수완과 기회를 포착하는 능력, 마케팅, 끈기 등 여러 가지 요소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능력 단 하나를 꼽으라면 무엇일까. 다가오는 미래를 볼 줄 아는 안목이다.

삼성 창업자가 사십여 년 전 무모하다는 반대를 무릅쓰고 반도체 사업을 시작한 것 놀랍지 않은가. 그 안목과 결단이 국내는 물론, 세계 유수 기업을 뛰어넘는 오늘날의 삼성을 만든 원동력 아니겠는가.

반면 사업에 좀 성공했다고 갑질이나 하면서, 능력 없는 자식에게 물려줄 생각만 한다면 어떻게 될까. 세상은 변하고 사람의 기호도 변한다. 그 변화의 속도도 화살처럼 빠르다. 기업 오너가 변화에 무감각하고 오만하면 위험해진다.

지금도 몇몇 대기업이 부실화해 휘청대고 있다. 나락으로 떨어지는 코스는 정해져 있다. 무리하게 건설업에 손댄 경우가 많다. 건설업은 뻔하다. 크게 보면 주택, 사회간접자본(SOC), 해외 부문이다.

아파트가 즐비한 부산 동래구 사직동 일대. (내용과 연관없는 사진.) [중앙포토]

아파트가 즐비한 부산 동래구 사직동 일대. (내용과 연관없는 사진.) [중앙포토]

작은 땅덩어리에 아파트는 과잉이고, SOC는 전국 도로망이 넘치도록 잘 돼 있어 신규 수요가 적다. 한마디로 국내는 이미 포화상태여서 건설업자끼리 제로섬 싸움만 남았다. 해외부문만 변수인데, 그것도 중동 붐 같은 특수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재벌 구색을 갖춘다고 무리하게 건설사를 인수하지만 얼마 못 가 과다한 부채로 잘 나가던 본연의 사업마저 포기하고 쓰러진다. 이런 실패가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이유는 단 하나, ‘이 길로 들어서면 종착역이 어디’일지를 그려보는 안목이 부족한 탓이다.

큰 기업은 세계가 시장이다. 세계시장의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대비하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 국제적 감각이 없다면 ‘우물 안 개구리’가 돼 오래 못 간다. 이제 국제적 안목은 단순한 덕목이 아니라, 필요 불가결한 자질이 되었다.

부강한 나라 리더의 조건

부강한 국가가 되기 위해 리더는 어떤 자질이 필요할까. 결단력, 용기, 포용력, 소통 능력 등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보다는 ‘미래를 바라보는 안목’이 무엇보다 중요한 핵심 역량이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푸틴, 시진핑, 아베, 트럼프. [사진 EPA=연합뉴스, AP=연합뉴스, 로이터=연합뉴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푸틴, 시진핑, 아베, 트럼프. [사진 EPA=연합뉴스, AP=연합뉴스, 로이터=연합뉴스]

지금 한반도를 둘러싼 4강은 하나같이 강한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 그 무기로 러시아는 막대한 부존자원, 미·중은 거대한 시장, 일본은 최고의 기술력이 바탕이다. 먼저 푸틴을 보자. 소련 연방의 해체로 인한 극심한 혼란과 영토 축소를 경험한 러시아다. 이후 등장한 푸틴은 ‘위대한 러시아’를 외치면서 강한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

그 첫 번째가 서유럽에 대한 에너지 젖줄 가스관을 통제한 것이다. 다음으로 서방에 경사된 이웃 우크라이나를 침공, 크리미아반도를 복속한 것이다. 러시아의 이익에 반하는 경우 어떠한 실력행사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전 세계에 공공연하게 보여주었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도 지난해 3월 전국 인민 대표자 회의에서 주석 3연임 금지조항을 폐기하면서 사실상 영구집권의 길을 열었다. 명분은 중국을 ‘미국에 맞서는 강국’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미국의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도 그 일환이다.

미국은 어떤가. 사업가 출신 트럼프는 ‘아메리카 퍼스트’를 외치며 세계 무역질서를 뒤흔들 정도로 무역 파트너들을 압박하고 있다. 그 첫 타깃으로 경제나 군사력 면에서 급성장한 중국을 향한 노골적인 견제이다. 미·중간 고래 싸움은 한국을 포함, 세계 경제에 엄청난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이웃 일본도 다오위다위(센가꾸 열도) 분쟁을 시발로 중국과 대치하고 미사일을 쏘아대는 북한의 위협에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다. 이런 위기감에 편승, 아베는 군국주의 부활로 강한 일본을 공언하고 있다. 한국에 대해서도 반도체 핵심부품 수출 금지와 화이트 리스트 제외 등 공세를 펴고 있다.

공허한 ‘돌직구’ 대응

지금 대외 환경은 무척 혼란스럽고 경제적으로 사면초가 난세이다. 우리는 4강처럼 뚜렷한 무기가 없다. 그런 상황에서 리더의 ‘돌직구’나 ‘강 대 강’ 대응은 공허할 뿐이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긴 안목에서 ‘부강한 국가의 길’이 무엇인지를 고심하여 인내하고 절제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종합적인 정보가 없고 외부 충격에 취약한 대중을 흥분시켜서는 안 된다. 이와 반대로 침착함과 냉정함으로 국민을 차분하게 안심시켜야 한다.

반짝인기를 좇으면, 얼마 못 가 국가에 해를 끼치고 위태롭게 한다. 당장은 욕을 먹더라도 긴 안목에서 국익을 최우선에 두어야 한다. 역사에서 평가받겠다는 고독하고 어려운 결단이 필요하다. 그것이 진정한 지도자의 길이다. 위대한 지도자는 처칠처럼 여유 있게 난세를 차분히 극복한 사람이다.

강정영 청강투자자문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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