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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말하기 시험, 약간 버벅거려도 고득점 가능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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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9호 14면

김환영의 영어 이야기

영어 시험 고득점에도 지피지기(知彼知己)가 필요하다. 시험마다 철학이 다르고 측정항목이 다르다. 우리가 영어 말하기·쓰기 시험을 보면 레이터·스코러(rater·scorer)라 불리는 사람들이 채점한다. 부분적으로는 이미 인공지능(AI) 채점이 도입됐다. AI가 인간 채점관을 대체하려면 상당한 시일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한다. 채점관에겐 ‘루브릭(rubric)’이라 불리는 채점기준이 있다. 고득점을 위해서는 루브릭 숙지가 필수다. 시험마다 루브릭의 강조점이 다르다. 예컨대 토익 스피킹의 경우는 전형적인 업무현장(workplace)에서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을 본다. IELTS는 because, and, then 같은 연결사(connective), you know, okay, I mean, basically 같은 담화표지(discourse markers)의 지나친 사용은 감점 요인이라고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다.

토익 스피킹은 업무 대화 중시 #문법·어법 맞는 구사력도 중요

루브릭을 살펴보면 공통점이 있다. 첫째, 말하기·쓰기 시험은 총체적인 언어 구사 능력을 본다. 의견을 개진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능력, 아이디어와 아이디어 사이를 논리적으로 조리 있게 연결할 수 있는 능력을 본다. 어느 정도 창의성도 있어야 한다. 추상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당황하지 않고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국어를 잘해야 영어를 잘한다’는 말이 실감 나는 시대가 개막했다. 평소 독서와 사색을 통해 사고력을 계발해야 고득점 할 수 있다.

둘째, 약간의 버벅거림·주저함·반복이나 발음·억양 상의 문제가 있어도 최고 등급을 받을 수 있다. 원어민 같은 유창성이나 발음은 요구하지 않는다. 그러나 원어민 채점관이 수험자의 말을 편하게 알아들을 수 일정한 이해도(intelligibility)는 충족해야 한다.

셋째, 유창성(fluency)이 주요 평가항목이다. 다양한 문형과 시제를 사용하면서도 유창해야 고득점 할 수 있다. 당연히 그 과정에서 멈칫거리기 쉽다. 이 문제 또한 장기간에 걸친 다양한 훈련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 넷째, 문법이 중요하다. ‘문법은 중요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일면 옳은 말이다. 문법 걱정 때문에 위축되는 경우가 많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문법·어법에 맞는 영어 구사력은 영어 말하기·쓰기 시험의 공통적인 평가사항이다.

다섯째, 단어를 많이 알고 있어야 한다. ‘우리는 단어를 많이 알고 있다. 단지 잘 안 들리고 입에서 잘 안 튀어나올 뿐이다’라는 말도 있는데, 거짓말이다. 대부분의 학습자는 단어 실력이 불충분하다. 어휘의 다양성도 평가항목이다. 읽기 중심 학습시대와 달리, 단어를 인지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여섯째, 미리 준비한 대답을 아무 질문에나 끼워 넣으면 안 된다.

김환영 대기자 / 중앙콘텐트랩 whan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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