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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운산 자락 툇마루…‘공유’하고픈 한옥의 맛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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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9호 19면

고창서 즐기는 특별한 한옥스테이

내부는 에피그램 스타일의 가구와 소품으로 꾸몄다. [사진 에피그램]

내부는 에피그램 스타일의 가구와 소품으로 꾸몄다. [사진 에피그램]

찌는 더위에 고창 선운사를 걸었다. 일주문을 지나 대웅전까지, 도솔천을 따라 난 산책로에 들어서니 풋풋한 풀내음과 함께 기적처럼 선선한 바람이 분다. 도솔천의 고요한 폭포소리는 복잡한 마음을 싹 씻어준다. 대웅전 앞마당엔 400년 된 배롱나무가 만개했고, 9월에는 붉은 ‘꽃무릇’ 무리가 레드카펫을 깔아준단다. 지장보궁에는 소원을 잘 들어주기로 유명한 지장보살이 치켜든 손가락에 신도가 바친 금가락지가 빛난다.

풍천장어와 복분자주로 유명한 시골마을 전북 고창군도 알고보니 볼거리·즐길거리·얘깃거리가 꽤 많다. 국내 최초로 행정구역 전체가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된 곳으로, 동백숲·송악 등 천연기념물이 7개나 있다. 1500년 된 고찰 선운사 근처 생태숲도 근사하고, 고창읍성엔 한옥마을도 조성되어 있다. 이곳에 특별한 한옥 스테이가 문을 연다. 코오롱FnC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에피그램(epigram)이 19일 오픈하는 ‘올모스트홈 스테이’다.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지방에서 답을 찾다

지역민과 협업한 제품을 전시한 쇼룸. [사진 에피그램]

지역민과 협업한 제품을 전시한 쇼룸. [사진 에피그램]

세상은 지금 로컬리즘이 화두다. 대량생산·대량소비 시대가 가고 개인의 취향을 존중하게 되면서, 대도시를 벗어나 지방 소도시의 전통과 자연, 문화에 기반한 ‘지역다움’의 가치가 대두되고 있다. 소비재 기업들이 인구감소, 경제활동 둔화 등의 문제를 안고 있는 지방 도시와 상생 도모에 나선 이유다.

식음료업계에 불고 있는 ‘로컬 브랜딩’ 열풍이 대표적이다. 스타벅스 ‘이천햅쌀라떼’가 대박을 치고, ‘부산밀맥’ ‘충주에일’ 등 지역 양조장과 협업한 수제맥주도 호응을 얻고 있다. 차별화된 감성을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 업계도 지방에서 답을 찾고 있다. 에피그램의

‘올모스트홈’도 군단위 소도시의 숨겨진 스팟을 발굴해 소개하는 공간 프로젝트다. ‘일상 속 작은 순간에서 즐거움을 찾는다’는 브랜드 정신을 로컬리즘과 버무려 공감각적으로 느껴보게 하는 콘셉트. 올해 봄·여름 시즌부터 경남 하동과 콜라보레이션을 시작했다. 하동 벚꽃길 등을 배경 삼은 화보 촬영을 비롯해 벚꽃차, 빗자루 등 다양한 특산물을 재가공해 에피그램의 소품으로 판매하고, 지역 소식지를 제작해 하동의 이모저모를 소개한 것.

공유(오른쪽)가 고창옹기 제작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 에피그램]

공유(오른쪽)가 고창옹기 제작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 에피그램]

에피그램의 모델인 공유가 마스코트가 됐다. 하동군청 관계자에 따르면 공유 화보 촬영지를 투어하는 외국인 등 관광객이 부쩍 늘었다. 특산물도 잘 팔렸다. 에피그램 매장에서 선보인 하동의 여덟 가지 상품 매출액이 전체 소품 매출 중 6%을 차지했다. 에피그램을 총괄하는 코오롱FnC의 한경애 전무는 "우리가 추구하는 슬로 라이프스타일을 구체적으로 제안하고 싶다. 덜 알려진 지방 소도시의 아름답고 여유있는 모습을 고객들이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로컬과의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해 갈 것”이라고 전했다.

가을·겨울 시즌에는 고창으로 옮겨 아예 ‘살아보기’를 제안한다. ‘공유의 일상을 공유하다’는 콘셉트로 고창읍성의 한옥 2채를 위탁받아 6개월간 ‘올모스트홈 스테이’를 운영하는 것이다. 최근의 체험 문화 트렌드에 맞춰 한옥 숙소에서 머물며 먹거리와 소품 등 현지 감성을 느끼도록 프로그래밍했다.

툇마루에서 즐기는 조식. [사진 에피그램]

툇마루에서 즐기는 조식. [사진 에피그램]

안채에 들어서면 1호 방문객 공유가 몰래 자필 싸인을 남기고 간 포렴(布簾)이 환영인사를 건넨다. TV 등 전자기기를 없애고 수제 원목가구 등으로 고즈넉한 정취를 한껏 살렸다. 선운산이 내다보이는 툇마루에서 즐기는 조식도 작은 호사다. 복분자와 옥수수, 청보리, 상하농장에서 생산한 요구르트와 계란 등 건강한 맛으로 꽉 채워진 소쿠리가 개다리소반에 배달된다.

소멸 위기 고창옹기 모던한 식기로 재탄생

야생꽃차 꿀청 체험 클래스. [사진 에피그램]

야생꽃차 꿀청 체험 클래스. [사진 에피그램]

체크인 카운터로 이용되는 쇼룸에는 고창군과 협업한 제품들을 전시 중이다. 고창옹기, 복분자 발사믹식초와 토굴된장, 복분자 부각, 선운산 야생꽃차 등 17 종류의 상품 중에도 앙증맞은 고창옹기가 눈에 띈다. 소멸 위기의 옹기를 아담한 식기로 멋스럽게 빚어낸 것이다.

다양한 지역 상생 프로그램도 모색중이다. 폐교를 도서관으로 꾸민 ‘책마을 해리’에서 할머니들이 그린 그림을 에피그램 제품에 일러스트로 활용하고, 고창 특산물을 이용한 메뉴를 개발해 서울에 있는 올모스트홈 카페에서 판매할 예정이다. 한옥에서 진행되는 원데이 클래스도 지역 정취가 물씬하다. 귀농 CEO들의 단체인 ‘청년 벤처스’와 함께 무설탕 푸딩, 전통양갱 등을 만들어 볼 수 있다.

야생꽃차 꿀청 만들기 클래스를 체험해 봤다. 예쁘게 말린 해당화, 국화, 구절초가 모양도 색도 선명하다. ‘클래스’라고 긴장할 것 없다. 다양한 차를 눈코입으로 음미해보는 힐링의 시간이다. 작은 유리병에 꽃잎을 듬뿍 넣고, 따뜻하게 데운 아카시아꿀을 천천히 부으며 고창의 향기를 담는다. 쌉싸름한 국화차 한모금이 점심으로 먹은 장어를 개운하게 내려 보내고, 꿀청으로 만든 자연의 단맛이 속을 편안히 감싸준다. 바쁜 일상 속에도 자꾸 떠오르는 ‘고창의 맛’이다.

고창=유주현 기자 yj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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