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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우리를 닮은 ‘그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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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이동현
이동현 기자 중앙일보 기자
이동현 산업1팀 차장

이동현 산업1팀 차장

미국 자동차 회사 포드는 최근 어질리티 로보틱스와 함께 이족(二足)보행 로봇을 개발 중이다. 인터넷에 공개된 영상을 보면 뭔가 어질한 느낌을 받는다. 포드 ‘트랜짓’ 자율주행 승합차 화물칸에 접혀있던 ‘디지트-1(digit-1)’ 로봇은 스스로 차에서 내려 배송할 물건을 두 팔에 들고 두 발로 걸어 배송지로 향한다. 현관 앞에 박스를 사뿐히 내려놓은 뒤 차로 돌아온다. 이른바 ‘라스트 마일 모빌리티(last mile mobility)’의 한 형태인데, 세계 모빌리티 업체들은 승객과 화물을 최종 목적지에 전달하는 ‘라스트 마일 모빌리티’에 관심이 많다. 아마존의 드론 배송이나 버스 정류장에서 집까지 이동하는 전동 킥보드 역시 여기 속한다.

문제는 이 로봇이 너무 사람처럼 걷는다는 데 있다. 이른바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 이론이 적용되는 셈이다. ‘불쾌한 골짜기’란 1970년 일본의 로봇공학자 모리 마사히로가 소개한 이론이다. 로봇이 사람의 모습과 닮아갈수록 호감도가 높아지지만, 어느 정도에 이르면 갑자기 강한 거부감으로 바뀐다는 것이다.

머리도 없는 로봇이 물건을 들고 사람처럼 걷는 모습은 괴이쩍다. 사람을 닮은 로봇의 탄생을 오래전부터 상상해 왔지만, 현실로 이뤄졌을 때의 당혹감은 상상 이상이다. 온라인에선 이 로봇이 불쾌하게 느껴진다는 반응도 많다. 누군가 이 로봇을 공격하거나 괴롭힐 가능성도 배제하긴 어렵다.

최근 논란이 되는 ‘리얼 돌’도 그렇다. 사람의 성(性)을 사는 것보다 낫다거나, 행복추구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논리만으로 수긍하기엔 마뜩잖다. 사람과 너무 닮았지만, 표정도 없이 꼼짝 않는 모습은 왠지 섬뜩하다. 옳고 그름을 떠나 ‘불쾌한 골짜기’ 너머 어딘가로 던져진 느낌마저 든다.

이동현 산업1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