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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연합팀 ‘슈퍼엠’ 출격…미국은 K팝 격전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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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SM엔터테인먼트와 미국 캐피톨 뮤직 그룹이 함께 선보이는 보이그룹 슈퍼엠. 샤이니·엑소·NCT 127·WayV 멤버들로 구성됐다. [사진 각 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와 미국 캐피톨 뮤직 그룹이 함께 선보이는 보이그룹 슈퍼엠. 샤이니·엑소·NCT 127·WayV 멤버들로 구성됐다. [사진 각 기획사]

미국 시장이 한국 대중음악의 최대 격전지로 떠올랐다. 방탄소년단(BTS)이 지난 1년간 세 차례 빌보드 정상을 차지하면서 K팝에 대한 관심이 최고조에 오른 데다 미국 시장을 잡지 못하면 국내 경쟁에서도 밀리는 구조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쌓은 성과를 기반으로 한국에서 재조명 및 재평가되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국내 음원차트나 음악방송 1위보다 아이튠스 차트 성적과 월드투어 규모가 훨씬 더 중요한 지표가 됐다.

샤이니·엑소 등 멤버 뭉친 새 팀 #미 음반사와 손잡고 10월 공개 #BTS 이후 러브콜 쏟아지는 K팝 #루키도 현지 지상파 출연해 홍보

SM엔터테인먼트는 ‘슈퍼엠(Super M)’이라는 비장의 카드를 꺼냈다. 미국 캐피톨 뮤직 그룹(CMG)과 손잡고 샤이니 태민, 엑소 백현·카이, NCT 127 태용·마크, WayV의 루카스·텐 등 7명의 멤버로 구성된 연합팀을 오는 10월 선보인다는 것.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히어로들이 총출동하는 영화 ‘어벤져스’처럼 SM 소속 보이그룹 멤버들을 출격시킨다는 전략이다.

지난 5월 미국 LA 등 9개 도시에서 공연한 NCT 127. [사진 각 기획사]

지난 5월 미국 LA 등 9개 도시에서 공연한 NCT 127. [사진 각 기획사]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캐피톨 콩그레스’에 참석한 이수만 프로듀서는 “CMG 스티브 바넷 회장으로부터 동서양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새로운 팀 프로듀싱을 부탁받았다”며 “슈퍼엠은 차원이 다른 음악과 퍼포먼스를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 1996년 1세대 아이돌 H.O.T.를 시작으로 지난 20여년간 쌓아온 노하우를 모두 쏟아붓겠다는 계획이다.

이같은 내용이 발표되자 그룹별 팬덤은 동요하는 모양새다. 2008년 데뷔한 샤이니나 올해로 8년 차가 된 엑소는 입대한 멤버들이 많아 완전체 활동이 불가능한 상황이지만 올 초 중국에서 론칭한 WayV는 이제 막 데뷔한 신인이기 때문이다. 2016년 멤버 수 제한이 없는 확장형 아이돌로 야심차게 선보인 NCT도 아직 확실한 기반을 다지지 못한 상태다. 슈퍼엠 역시 ‘매트릭스(matrix)’와 ‘마스터(master)’를 주요 콘셉트로 내세웠지만 자칫 잘못하면 기존 팀 활동에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국내외 평론가들은 “지극히 SM다운 방법론”이라고 입을 모았다. 음악평론가 김작가는 “BTS의 성공으로 빅히트에 주도권을 뺏긴 SM 입장에서 한계효용을 극대화할 수 있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이지만 CMG와의 협업이 시너지를 낼지는 미지수”라고 밝혔다. 유니버설 뮤직 그룹 산하 CMG가 비틀스부터 시작해 케이티 페리·샘 스미스 등이 소속된 유서 깊은 레이블이긴 하지만 보이밴드에 강점이 있는 회사는 아니기 때문이다.

8일 ABC ‘지미 키멜 라이브’에 출연한 몬스타엑스. [사진 각 기획사]

8일 ABC ‘지미 키멜 라이브’에 출연한 몬스타엑스. [사진 각 기획사]

미국 현지 반응은 보다 긍정적인 편. 빌보드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제프 벤자민은 “K팝 산업에서 가장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가진 SM만이 할 수 있는 매우 흥미로운 기획”이라며 “완성된 음반을 배급·유통만 하는 형태의 협업이 아니라 양사가 기획 단계부터 함께 하는 조인트 프로덕션이기에 파급력이 더 클 것”이라고 밝혔다. 또 “공개된 티저 영상만 봐도 신선하면서도 강력하다”며 “각 팀뿐만 아니라 SM에 다시 한번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애틀에 거주하고 있는 김영대 음악평론가 역시 “K팝 팬덤 자체가 눈에 띄게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시도해볼 만한 기획”이라고 평했다. BTS가 트위터·유튜브 등 뉴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방식으로 메인스트림에 진입했다면, SM은 여러 팀을 동시에 좋아하는 K팝 팬덤의 특성에 주목해 전통미디어에 해당하는 음반사와 손잡고 새로운 동력을 확보했다는 분석이다. “오랜 시간 SM 사운드를 공유해온 팀들이기 때문에 기존 팀과 음악적 차별화보다는 퍼포먼스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고 덧붙였다.

K팝을 향한 대형 음반사들의 구애 경쟁도 뜨겁다. YG 소속 블랙핑크는 유니버설 산하 인터스코프 레코드, 스타쉽의 몬스타엑스는 소니뮤직 산하 에픽 레코드와 손잡았다. ‘뚜두뚜두’ 뮤직비디오 누적 조회 수가 9억 뷰를 돌파하고,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 2900만 명을 넘기는 등 남녀 그룹 통틀어 K팝 최다·최고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블랙핑크는 관객 동원력도 상당하다. 4대륙 23개 도시에서 진행된 첫 월드투어 32회 공연 중 22회가 매진됐다.

몬스타엑스는 지상파 방송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8일 ABC ‘지미 키멜 라이브’에 출연해 미국 힙합 뮤지션 프렌치 몬타나와 협업한 첫 영어 싱글 ‘후 두 유 러브?(WHO DO YOU LOVE?)’를 선보였다. 또 지난해 연말 아이하트라디오가 주최하는 ‘징글볼 투어’ 무대에 오른 데 이어 지난 5월에는 카툰네트워크 애니메이션 ‘위 베어 베어스’에 만화 캐릭터로 출연하며 대중과 접점을 넓혀가고 있다. BTS 출연 효과를 톡톡히 본 방송사들도 K팝 그룹 섭외에 적극적이다.

이같은 성공 사례를 지켜본 신생팀들의 발걸음도 바빠졌다. 2018년 데뷔한 JYP의 스트레이 키즈, 올 3월 데뷔한 빅히트의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도 올 상반기 미국 쇼케이스 투어를 진행했다. KQ엔터테인먼트 소속 에이티즈가 최근 소니뮤직 산하 RCA 레코드와 계약하는 등 중소 기획사 아이돌에게도 기회의 문이 넓어졌다. 제프 벤자민 칼럼니스트는 “에이티즈처럼 초기 단계에서 미국 시장에 진출하게 되면 현지 레이블의 도움을 받아 또 다른 서사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며 “블랙핑크 외에도 (여자)아이들, CLC 등 잠재력을 지닌 팀들이 많기 때문에 걸그룹을 향한 러브콜도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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