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되면 일본인에 성폭행"…필리핀 위안부 피해자의 절규

14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필리핀 위안부 피해자들이 항의 시위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필리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가 일제 강점기 당시의 고통을 호소하며 "밤이 되면 우리는 일본인들에게 성폭행을 당해야 했기 때문에 밤이 오지 않기를 바랐다"고 말했다.

15일 교도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필리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나르시사 클라베리아 할머니는 지난 14일 필리핀 수도 마닐라 대통령궁 주변에서 열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행사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위안부 피해자와 인권 운동가 등 30여명이 참석해 일본의 진솔한 사과와 보상을 요구했다.

올해 90세가량인 클라베리아 할머니는 13∼14세 때 필리핀 북부 아브라주에 있는 일본군 주둔지에 끌려가 성노예가 됐다.

클라베리아 할머니는 "(성관계를) 거부하면 그들은 우리를 채찍으로 때리고 담뱃불로 지졌다"면서 "오늘날의 젊은이들은 그런 일을 절대 겪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위안부 피해자인 에스텔리타 디(89) 할머니는 "우리는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한 채 죽어가고 있다"면서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은 우리를 돕기 위해 일본 정부에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부터 필리핀 내 위안부 피해자 추모 동상과 '평화의 소녀상'이 일본의 항의로 철거됐거나 건립 자체가 무산된 일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위안부 피해자 단체 '필리핀 여성연맹'의 샤론 실바 대표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74년이 흘렀지만 일본은 여전히 잔혹 행위에 대한 속죄를 거부하고 희생자들을 기리는 모든 노력을 잠재움으로써 세상의 기억을 지우려는 파렴치한 행위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필리핀에서는 일제 강점기인 1942년부터 1945년까지 수천명의 현지 여성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가 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중 200여 명이 1990년대에 피해 사실을 세상에 알렸으며 현재는 몇십명만 생존해 있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