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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하다] "한남, 존재가 죄" "김치녀, 혜택만 누려" 워마드·일베 만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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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한남은 혐오대상" 워마드 회원 심층인터뷰 

워마드 홈페이지 첫 화면엔 한남충·군무새 등 남성을 혐오하는 단어는 물론 남성의 편에 선 여성들까지 싸잡아 비판하는 단어들이 가득하다. [워마드 홈페이지 캡쳐]

워마드 홈페이지 첫 화면엔 한남충·군무새 등 남성을 혐오하는 단어는 물론 남성의 편에 선 여성들까지 싸잡아 비판하는 단어들이 가득하다. [워마드 홈페이지 캡쳐]

“대다수의 남성은 남녀차별을 조장하고 남성중심적 사회구조를 공고히 한다는 점에서 존재 자체만으로도 죄악입니다.”

대한민국 휩쓰는 ‘젠더 전쟁’ <하>

남성혐오 온라인 커뮤니티인 워마드의 회원 김미성(23)씨는 남성을 단호히 혐오의 대상으로 규정했다. 남성은 태생적으로 여성을 열등한 존재로 취급하고 성적 도구로 활용한다는 게 김씨의 주장이다. 지난달 24일 만난 그는 특히 ‘한국 남성’에 대한 반감이 심했다. 자신의 부친마저 가부장적 태도를 보이는 전형적인 한국 남성이라는 이유로 배척하기 시작해, 지금은 연락조차 하지 않는 사이라고 했다.

‘젠더 갈등’촉발한 이슈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젠더 갈등’촉발한 이슈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김씨와 함께 ‘탐사하다 by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 응한 워마드 회원 박미희(20)·지연주(21)씨도 남성에 대한 증오심이 대단했다. 서울 소재 대학에 재학중인 이들 여성 3명은 어릴 적부터 남녀차별을 당연시하는 사회 분위기 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입었고, 이 때문에 오랜 기간에 걸쳐 남성에 대한 혐오가 형성된 경험을 공유한 상태였다.

성평등 넘어 '남성혐오' 조장하는 워마드 

지씨는 워마드의 남성혐오·여성우월주의를 ‘전략적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남녀차별을 없애자는 주장만으로는 절대 남녀 차별을 없앨 수 없다”며 “극단적으로 비춰질 수 있지만 여성우월주의를 주장하고 계속 설파해야 그나마 남녀차별이 없는 사회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현재 성평등 운동이 남성의 배려와 양보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구걸’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김씨는 “여성을 차별하지 않는 건 당연한 가치인데 수많은 남성들은 마치 본인이 똑똑하고 깨어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성평등을 주장한다고 착각하고 있다”며 “그런 사람들은 실상 뼛속까지 남성우월주의로 무장한 경우가 많아 오히려 남녀 차별을 없애는데 가장 큰 장애물”이라고 말했다.

‘여경 무용론’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이들 3명은 일제히 분노를 표현했다. 특히 경찰 채용시 체력측정 기준을 남성과 동일하게 맞춰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생물학적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신체능력이 뛰어난데 남녀에게 같은 기준을 적용한다는 건 명백한 성차별”이라고 반발했다.

'워마드vs일베' 극한의 젠더갈등 

이성 혐오 부추기는 일베·워마드.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이성 혐오 부추기는 일베·워마드.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탐사하다 by 중앙일보’는 워마드와 대척점에 선 커뮤니티인 일베(일간베스트) 회원들도 만나봤다. 2016년부터 일베 회원으로 활동했다는 대기업 직원 박민중(26·남)씨는 워마드의 남성혐오를 ‘코스프레’라고 비난했다. 박씨는 “여성이 남성보다 상대적 약자로 인식되는 사회 분위기를 이용해 온갖 혜택을 누려놓고 이제 와서 차별을 없애라는 건 이중적인 태도”라며 “남녀 차별을 없애자면서도 동시에 여성이라는 이유로 누리고 있는 혜택은 놓치지 않으려는 건 지나친 욕심이자 오만”이라고 주장했다.

박씨는 ‘여경 무용론’에 대해 “태생적으로 남성은 여성보다 신체능력이 우월하고 힘이 센데 이를 인정하지 않고 ‘남녀가 다르지 않다’고 하니 갈등이 생기는 것”이라며 “여경은 남경보다 현장 임무 수행 능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인정,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현장 임무에서 제외하고 행정·사무·상담 등 여성이 특화된 분야에 배치해야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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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대 남성이 가장 큰 피해자" 

또 다른 일베 회원인 대학생 김지현(24·남)씨는 인터뷰가 시작되자 마자 “가장 억울한 건 지금의 20~30대 남성”이라고 열을 올렸다. 여성 차별적 문화를 조장하고 그로 인한 혜택을 누린 건 50대 이상의 기성세대인데, 정작 사과와 책임을 강요받는 피해는 20~30대 남성들이 입고 있다는 것이다.

김씨는 “지금의 20대는 태어나면서부터 대학에 입학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남성 중심적 분위기’를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세대”며 “이미 성별만으로 차별하지 않는 사회에 가까워졌는데, 여성을 더 존중해달라는 건 ‘특혜’를 더 달라는 얘기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워마드와 일베는 젠더 갈등과 관련해 대표적으로 양 극단에 서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다. 이들 사이트의 극단적 주장이 온라인 공간과 미디어 등을 통해 일반 대중에 퍼지면서, 젠더 갈등이 증오와 혐오만 남은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몰카·신상털기 등 여성을 상대로 한 일베의 반사회적 행태에 대해 워마드도 남성 몰카 사진과 영상을 유포하고 순직한 남성 군인을 조롱하는 ‘미러링’으로 맞대응하는 식이다.

혐오로 얼룩진 여대 커뮤니티 

일베·워마드 키워드 검색량 변화 추이.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일베·워마드 키워드 검색량 변화 추이.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실제로 페미니즘 성향이 강한 여대의 온라인 커뮤니티는 최근들어 부쩍 여성우월 및 남성혐오가 강해지는 모습이다. 대학생들의 최대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에서는 학교별 게시판 이름에서부터 이런 경향이 나타난다. 가령 ‘한남국자(한국남자의 배열을 달리한 말) 썰푸는 게시판’(동덕여대), ‘3일에 1번씩 한남국자 재기(한강에 투신해 사망한 성재기 남성연대 위원장을 비꼬는 표현) 팟’(성신여대) 등이다.

게시물이나 댓글 등에선 남성을 ‘남충’, 연애를 ‘혐애’, 결혼을 ‘망혼’으로 비하해 부르는 워마드식 용어도 흔히 볼 수 있다. “XX라운지에 돼지 한남 출현”, “X호선 시끄러운 한남” 등 학교 외부 남성들에 대한 혐오는 물론이고, “남자 손잡고 정문 서성이는 흉자(남성중심 문화에 동화된 여성)는 같이 재기해라” “말로만 한남 죽으라고 하면서 ‘꾸밈 노동’은 못 잃는 입페미(입으로만 페미니즘을 외치는 사람)”처럼 같은 학교 여학생들을 비난하는 표현도 적잖다.

서울의 한 여대 4학년에 재학중인 최모(23)씨는 “1학년때까지만 해도 커뮤니티에 화장품이나 남자친구에 대한 고민글이 많이 올라 왔는데, 지금은 그런 글을 올리면 큰일난다”며 “최근 1~2년 사이에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 ‘너희들 덕분에 용기를 얻어 ‘혐애’를 끊었다’는 글을 올리면 박수를 받는다”고 전했다. 최씨는 “막상 주변에서 워마드식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20~30%정도인 것 같은데, 온라인에서는 거의 100%로 압도적”이라고 말했다.

'반페미니즘' 성향 보이는 20~30대 男 

20대 남성 성차별엔‘관심’페미니즘엔‘반감’.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20대 남성 성차별엔‘관심’페미니즘엔‘반감’.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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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대 젊은 남성들 역시 페미니즘에 대한 반감이 강해지는 추세다. 2018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성불평등과 남성의 삶의 질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대 남성 중 성차별 문제에 관심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73.3%로 30대(66.8%), 40대(62.9%), 50대(65.8%)보다 높았다. 하지만 20대 남성의 50.5%는 페미니즘에 대한 반감을 표출했는데, 이는 30대(38.7%), 40대(18.4%), 50대(9.5%)에 비해 훨씬 높은 수치다. 젊은 남성일수록 페미니즘에 대한 거부감이 심해지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이같은 결과에 대해 여성정책연구원은 “20대는 성차별 문제에 대한 관심이 가장 높으나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이나 차별, 여성혐오 뿐 아니라 여성폭력의 심각성에 대한 동의 정도가 가장 낮다”며 “전통적 성별 규범을 따르지 않고 남성의 권위에 도전하는 여성과 성불평등한 사회의 변화를 추구하는 조직화된 움직임으로서 페미니즘 운동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20대 남성들 사이에서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40대 이상의 남성에게 성차별이란 으레 여성에 대한 차별을 의미하지만, 젊은 남성 일수록 남성에 대한 역차별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탐사보도팀=손국희·정진우·문현경 기자 dino87@joongang.co.kr



◆대한민국 휩쓰는 ‘젠더 전쟁’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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