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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분양가 상한제, 공급 부족 따른 집값 폭등 대책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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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공공택지에만 적용되던 분양가 상한제가 민간택지에도 적용된다. 최근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집값이 꿈틀대자 정부가 선제조치에 나선 것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주택법 시행령’의 분양가 상한제 적용 조건을 대폭 완화했다. 종전엔 ‘기존 직전 3개월 주택가격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 초과인 지역’이던 상한제 지정 요건을 ‘투기과열지구 지정 지역’으로 바꾼 게 대표적이다. 이러면 서울 전역과 세종·과천·광명·하남·성남 분당구·대구 수성구 등 전국 30여 곳이 상한제 사정권에 든다. 재건축·재개발 단지는 종전엔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으면 상한제를 피할 수 있었지만 입주자 모집공고 기준으로 소급 적용된다. 3~4년이던 전매제한 기간도 5~10년으로 크게 늘어난다.

분양가 상한제는 직접적인 가격 통제다. 후유증이 적지 않다. 그런데도 분양가 상한제를 들고나온 정부의 의도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9·13조치 이후 수그러들던 서울 강남 아파트값은 지난 7월부터 상승세로 전환했다. 재건축 단지에서 일반 아파트로 상승세도 퍼지고 있다. 가격은 이미 웬만한 직장인이 평생을 모아도 생각하기 어려운 액수가 됐다. 분양가가 집값을 끌어올리는 현상도 심각하다. 최근 1년간 서울의 분양가 상승률(21.02%)은 집값 상승률(5.74%)의 3.7배에 달했다. 이런 불균형과 박탈감을 줄이자는 게 정부의 의도일 것이다.

하지만 그 효과만큼이나 부작용이 심한 게 분양가 상한제다. 우선 새 아파트의 공급 부족이 뻔히 보인다. 신규분양 아파트의 분양가는 떨어지지만 기존 주택 소유주와 건설회사들의 기대이익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1억원이면 새 아파트를 가질 수 있었던 재건축 단지라면 그 비용이 몇 배로 뛸 수 있다는 얘기다. 재건축을 기대하는 기존 주택 소유자나 건설회사 모두 신규 아파트 건설을 줄일 수밖에 없다. 단기적으로 분양가가 20~30% 떨어진다지만 장기적인 공급 부족이 우려되는 이유다. 이런 사태가 벌어지면 기대와 달리 집값은 더 오를 수 있다. 1977년 이후 서너 번 도입됐던 분양가 상한제가 몇 년 뒤 슬그머니 사라졌던 이유이기도 하다. 게다가 상한제는 막 지어진 새 아파트 가격을 올리는 부작용이 있다. 집값은 못 잡고 가격 상승의 주도 세력만 바뀔 수 있다. 이러면 정부 정책으로 야기된 후유증을 다른 정책으로 대처해야 하는 모순에 빠질 수 있다. 부동산 상한제의 실제 도입에는 신중에 신중을 또 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