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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취미 즐기러, 특기 배우러, 여가 누리러…우린 □□로 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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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면

문화 공간 여는 호텔
비싸다는 인식에도 호텔에서 기꺼이 지갑을 여는 이유. 커피 한 잔을 시켜도 내로라하는 바리스타가 최고급 원두를 골라 대접하는, 즉 고급스럽고 전문적인 서비스 때문이다. 최근 호텔에서도 커피·와인·요리·요가 전문가들의 기술과 안목을 배울 수 있는 강좌가 속속 열리고 있다. 강사는 호텔에 소속돼 있거나 호텔이 선별한 최고 베테랑들이다. 지금까지 호텔에서 잠만 잤다면 이젠 고급 문화도 즐겨보자.

투숙객, 레스토랑 손님 대상 #커피·와인·요리·뷰티·요가 등 #다양한 실용 문화 강좌 마련

레스케이프 호텔의 칵테일·커피 클래스에서 수강생들이 수업을 듣고 있다.

레스케이프 호텔의 칵테일·커피 클래스에서 수강생들이 수업을 듣고 있다.

# "내추럴 와인, 일반 와인과 무엇이 다른지 아시나요. 바로 어떠한 첨가물도 들어가지 않는다는 점이지요. 품질 좋은 내추럴 와인을 고르려면 산지보다 생산자를 확인하는 게 포인트랍니다." 고개를 끄덕이던 사람들 중 하나가 손을 들고 질문한다. "소믈리에님, 내추럴 와인과 어울리는 음식 좀 추천해 주세요."

이런 배움의 장이 열린 곳은 와인 동호회도, 백화점 문화센터의 와인 클래스도 아닌 호텔이다. 레스케이프 호텔은 최근 문화 프로그램 ‘살롱 드 레스케이프’를 마련했다. 이 프로그램은 음악·북·펫토크·커피·와인·칵테일·뷰티 등 10여 가지 실용 문화 강의로 이뤄져 있다. 여느 문화센터 못지않은 알찬 구성이다.

커뮤니티 플랫폼 추구

투숙객은 물론 호텔 내 레스토랑 이용자에겐 프로그램 중 한 가지를 골라 들을 수 있는 쿠폰을 제공한다. 호텔 이용일과 달라도 사전 예약하면 참여할 수 있다. 고급 문화와 예술을 실속 있게 즐기려는 밀레니얼 세대와 40대 영포티(Young 40s)의 취향을 사로잡기 위한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레스케이프 이정욱 총지배인은 호텔이 문화 프로그램을 마련한 이유에 대해 "호텔은 앞으로 단순한 숙박시설에서 벗어나 커뮤니티 플랫폼이 돼야 한다"며 "고객들이 자신만의 호텔을 경험하고 그 경험을 주변인과 공유하도록 하는 것이 커뮤니티 플랫폼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문화 공간으로 변신을 꿈꾸는 건 레스케이프 호텔뿐이 아니다. 올해부터 국내 호텔 업계 전반에서 일어나고 있는 공통 현상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투숙객에겐 즐거움을 제공하고 예비 고객에겐 흥미를 유발해 호텔로 발걸음을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들이 준비한 프로그램은 호텔이 강하다고 알려진 분야, 즉 식음료와 관련한 것이 대부분이다. 파크 하얏트 서울의 프리미엄 뮤직 바(bar) ‘더 팀버 하우스’, 라이즈 호텔의 바 ‘사이드 노트 클럽’, 콘래드 서울의 바 ‘버티고’에서는 칵테일·위스키 클래스가 정기적으로 열린다. 바텐더에게 역사, 원료, 공정 과정, 종류 등 배경 이론을 배우고 직접 제조·시음해 보며 향과 풍미를 느끼는 시간이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의 프렌치 레스토랑 ‘테이블 34’에서는 호텔 셰프에게 프렌치 요리를 배워 보는 쿠킹 클래스를 진행한다. 지난 4월 시범 운영했는데 반응이 뜨거워 매달 정기 편성하게 됐다고 한다. 김태연 인터컨티넨탈 호텔 마케팅 팀장은 "특히 어린 자녀를 둔 부모나 자기 계발을 하려는 사람들의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제주 신라호텔의 플로팅 요가 클래스

제주 신라호텔의 플로팅 요가 클래스

트렌디한 콘텐트를 내건 곳도 있다. 제주신라호텔은 야외 수영장에서 ‘플로팅 요가’ 프로그램을 매일 오전 운영하고 있다. 플로팅 요가는 물 위에 띄운 패들보트에서 약 40분 동안 요가 동작을 수행하는 것으로 지난해부터 국내에 본격 알려지면서 유행하는 운동법이다. 제주도의 아름다운 풍광을 감상하며 운동한다는 점에서 인기가 높다.

워커힐 호텔앤리조트는 요가·수영·숲해설 등 분야별 전문 자격증을 가진 레저 전문가가 투숙객에게 다양한 여가활동을 제공하는 ‘워키’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호텔 주변에 위치한 아차산을 전문가와 함께 둘러보며 ‘확대경으로 나이테 관찰하기’ ‘칡 줄기를 이용한 친환경 빨대 만들어 보기’ 등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이다. 롯데호텔서울은 롯데백화점 문화센터와 손잡고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호텔에 묵으면 롯데백화점 문화센터 본점에서 강좌를 1개 골라 하루 동안 수강할 수 있도록 했다. 강좌는 매주 일요일에 진행되며 문화센터 수강생에게 가장 인기 많은 수업으로 준비된다.

가성비 큰 고급 콘텐트

그랜드 하얏트 서울 호텔의 플라워 클래스에서 수강생들이 수업을 듣고 있다.

그랜드 하얏트 서울 호텔의 플라워 클래스에서 수강생들이 수업을 듣고 있다.

이런 호텔의 변화에 고객 반응은 긍정적이다. 얼마 전 그랜드 하얏트 서울 호텔에서 플라워 클래스 ‘서머 플라워 클래스’를 수강한 직장인 이서현씨는 "호텔의 안목을 직접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데 가격도 웬만한 플라워 클래스보다 저렴한 편"이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곳 수업료는 10만원(4회에 35만원)으로 유명 플로리스트가 운영하는 학원들이 10주 과정에 200만원대인 것에 비하면 저렴하다. 게다가 강좌 참여 인원을 6명까지로 제한해 전문가의 손길을 체계적으로 전수받을 수 있다.

다른 호텔 강좌들도 가격대가 대부분 10만원을 넘지 않는다. 수강생도 10명 남짓의 소규모로 제한한다. 김 팀장은 "호텔의 전문성과 안목, 호텔에서만 누릴 수 있는 고급 혜택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고 있다"며 "문화 강좌를 운영함으로써 호텔의 서비스와 콘텐트가 얼마나 전문적인지 알릴 수 있어 장기적으로 신뢰도를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신윤애 기자 shin.yun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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