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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괌 킬러' 쏘자 급해졌다…중거리미사일 亞배치 꺼낸 美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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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지난 9일 서울을 방문해 정경두 국방장관과 손을 움켜잡고 포즈를 취한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AP=연합뉴스]

지난 9일 서울을 방문해 정경두 국방장관과 손을 움켜잡고 포즈를 취한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AP=연합뉴스]

역사는 반복된다. 시대 배경이 달라지며 등장인물과 소품만 바뀐 리메이크 영화 같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지구 위의 모든 나라를 두 줄로 나란히 세웠던 냉전질서도 1991년 소련의 해체 이후 28년 만에 새로운 모습으로 등장하고 있다. 40년간 중국을 자유시장 질서에 편입해 평화공존을 추구했던 ‘키신저 모델’은 2030년 중국 경제(GDP)의 세계 1위 부상 전망과 군사적 팽창 앞에 1979년 수교 이후 힘을 잃었다. 대신 경제ㆍ기술ㆍ군사안보 전 분야에서 중국의 세계 지배를 막는 강대국 패권 경쟁(Great Power Competition)이 전면에 부활했다.

[정효식의 아하, 아메리카] #경제는 나바로, 군사는 에스퍼 선봉 #"중 미사일 요격 위해 MD도 준비" #중 로켓군, DF-26 쏘며 능력 과시 #요코타에 '중거리' 배치, 북한 제압

미·중 경제전쟁을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 국장이 주도한다면, 군사 패권 경쟁은 마크 에스퍼 신임 국방장관이 선봉장이다. 그는 미국이 러시아와 중ㆍ단거리 핵전력 금지 협정(INF)을 탈퇴한 다음 날인 지난 3일 “새로 개발하는 중거리 크루즈 미사일과 탄도미사일을 아시아에 배치하겠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INF란 구속에서 벗어나자마자 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미사일 위협부터 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에스퍼는 지난달 16일 상원 군사위 인준청문회에서 이미 이를 예고했다. “난 우리가 처한 전략적 환경을 냉정하게 평가한 미 국방전략(NDS)의 열렬한 신봉자”라며 “중국ㆍ러시아 같은 강대국 경쟁자가 제기하는 위협 때문에 전군에 걸친 고강도 군사분쟁에 다시 집중하는 게 타당하다”고 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미국은 2017년 12월 국가안보전략(NSS)에 이어 이듬해 1월 발간한 NDS에서도 강대국 패권경쟁을 중심 개념으로 뒀다. 특히 “중국은 단기 전략으로 군사현대화를 통해 인도ㆍ태평양에서 패권을 추구하고, 장기적으로 군사ㆍ경제적 우위를 통해 미래에 미국을 대체해 세계 정상국가가 되려고 한다”고 평가했다.

에스퍼도 청문회에서 “냉전에서 우리가 승리했던 건 소련엔 군사력 외에 최종 승리를 위한 경제력이 없었던 때문”이라며 “하지만 중국이 우리를 따라잡는 것은 물론 능가하는 게 시간 문제인 경제력을 사용할 것이라는 점이 가장 큰 걱정거리”라고 했다. 그러면서 “아시아의 많은 나라가 이미 중국의 영향력을 상당히 우려하고 있다”며 “그것은 패권이며, 지역 전체의 종주국 행세를 한다”라고도 했다. 미사일 위협에 대해서도 "러시아뿐 아니라 중국과 언젠가 분쟁에 대비해 INF 사거리(500~5500㎞)의 미사일을 자체 개발해야 하며 중거리 미사일 요격에 실수가 없도록 미사일 방어도 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워싱턴의 전문가들에 따르면 미 국방부 수뇌부가 미사일 전진 배치 구상까지 밝힌 것은 올해 들어 중장거리 미사일 위협이 증대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23일 중국 로켓군은 북부 네이멍구에서 발해만(보하이 만)으로 두 발의 둥펑(DF)-26 중장거리 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하는 장면을 CCTV를 통해 내보냈다. 사거리 최장 5500㎞인 DF -26은 ‘괌 킬러’로 불리는 동시에 지상ㆍ함정 레이더 정보로 비행 자세를 조정해 미국 항공모함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의 중·단거리 미사일 전력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중국의 중·단거리 미사일 전력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미 방산업체 레이시온이 노스럽 그루먼과 함께 개발중인 차세대 극초음속(hypersonic) 크루즈 미사일 가상도. 미 국방부는 이달 중 첫 시험발사를 계획하고 있다.[레이시온]

미 방산업체 레이시온이 노스럽 그루먼과 함께 개발중인 차세대 극초음속(hypersonic) 크루즈 미사일 가상도. 미 국방부는 이달 중 첫 시험발사를 계획하고 있다.[레이시온]

중국은 지난달 1일엔 남중국해 영토 분쟁지역인 스프래틀리 제도(난사 군도) 너머 공해로 중거리 탄도미사일인 둥펑(DF)-21D 개량형인 신형 중거리 대함 미사일 6발을 발사했다. 당시 인근에 미군 함정은 없었지만, 미국이 주도하는 ‘항해의 자유' 작전을 정면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한반도ㆍ오키나와ㆍ대만ㆍ남중국해를 잇는 제1 열도선(도련선), 일본 도쿄에서 필리핀ㆍ괌ㆍ사이판을 포함하는 제2 열도선을 기준으로 미 태평양 전력 차단을 위해 중·단거리 미사일을 배치했다.
지난달 23일 중국 H-6 전략폭격기 2대는 러시아 TU-95 폭격기 2대, A-50 조기경보통제기와 함께 동중국해-대한해협-동해를 관통하는 합동 초계비행을 실시해 한ㆍ미ㆍ일 안보 공조를 위협하기도 했다.

보니 글레이저 전략국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중앙일보에 “중국 미사일 보유고의 95%가 INF가 금지한 중ㆍ단거리이기 때문에 중국은 압도적으로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며 “중국의 반(反)접근ㆍ지역거부(Anti-access, Area Denial·A2AD) 전략에 그동안 한 손을 등 뒤로 묶은 채 대응했던 미국도 중거리 미사일 배치라는 선택지가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미국이 아직 아시아 배치를 결정한 게 아니라 논의 단계”라고 말했다. 에스퍼 장관도 “지상 발사 크루즈 미사일이든,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이든 초기 작전가능한 모델이 나오고, 배치가 가능하기까지 수년이 걸릴 것”이라고 설명한 상황이다.

미국이 육군 전술지대지미사일(ATACMS)을 대체할 목적으로 개발중인 차세대 단거리 종심타격(Deep Strike) 미사일.[레이시온]

미국이 육군 전술지대지미사일(ATACMS)을 대체할 목적으로 개발중인 차세대 단거리 종심타격(Deep Strike) 미사일.[레이시온]

이 가운데 사거리 1000㎞대 차세대 극초음속(Hypersonic) 크루즈 미사일은 레이시온이 노스럽 그루먼과 함께 개발 중이다. 에스퍼 장관은 2017년 육군장관으로 합류하기 직전까지 레이시온의 최고 로비스트(대관 담당 부사장)로 활동했다.

레이시온은 한국에서도 운용 중인 단거리 육군 전술지대지미사일(ATACMS)을 향후 대체할 단거리 종심 타격(Deep Strike) 미사일도 개발 중이다. 지상 발사 크루즈 미사일은 8월 내 첫 시험 발사를 계획하고 있었지만, 민주당이 장악한 미 하원에서 9600만 달러 개발 예산에 대해 공대지ㆍ해상발사 미사일과 중복투자 우려를 제기하며 보류한 상태다. 공화당 상원과 조정에 실패할 경우 예산 확보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

향후 2~3년 내 개발이 완료될 경우 가능한 배치 시나리오도 나왔다. 워싱턴 싱크탱크 전략예산평가센터(CSBA)는 지난 8일 발간한 '미국의 전구급(Theater) 사거리 미사일 재도입' 보고서에서 대만 침공과 같은 중국과 분쟁에 대비해 일본 오키나와에 중거리 크루즈 미사일, 괌에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배치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또 북한이 미국 또는 한국ㆍ일본을 핵탄두 장착 탄도미사일로 공격하려는 상황에선 이미 한반도에 배치한 단거리 미사일 외에 일본에서 중거리 미사일로 북한의 이동식 발사대를 신속하게 제압할 수 있다고도 했다.
CSBA는 “중거리 미사일의 아시아 배치가 한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때처럼 중국의 강압적 반발을 부를 수 있지만, 과거 퍼싱Ⅱ 탄도미사일과 그리핀 크루즈 미사일처럼 중국과 러시아를 새로운 군축협정에 참여하게 하는 자극제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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