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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수면·식사 제때, 낮잠·과음 금지··· ‘생체 시계’ 고쳐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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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휴가는 쌓인 피로를 풀고 업무로 인한 긴장감에서 벗어나 재충전하는 시간이다. 그러나 휴가 동안 생체리듬이 깨지고 무리한 활동을 하면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적잖은 후유증을 겪는다. 한동안 전에 없던 신체 증상과 무력감에 시달린다. 휴가는 즐기는 것만큼 잘 마무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흐트러진 몸과 마음을 되돌려 활기찬 일상으로 복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여름휴가 뒤 건강관리 #햇빛에 덴 피부 냉찜질로 진정 #두피에 남은 염분·소독제 제거 #스트레칭으로 통증·피로 완화

휴가가 끝난 뒤 많이 호소하는 건강 문제는 불면 증상이다. 피서지에선 가족이나 친구와 휴가를 즐기느라 밤늦게까지 깨어 있는 편이다. 수면 시간이 불규칙해지는 데다 과로·과음하면 기상 시간도 늦어진다. 그러면 휴가가 끝난 뒤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밤에 쉽게 잠들지 못한다. 시차가 있는 나라로 여행 갔던 사람은 더 심하다. 이는 모두 생체리듬에 일시적인 혼란이 온 탓이다. 한림대성심병원 가정의학과 박경희 교수는 “일상으로 돌아오려면 생체리듬이 다시 적응해야 하는 데 쉽지 않다”며 “수면 문제를 포함한 다양한 신체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생체리듬이 흐트러지면 불면 증상은 물론 자율신경계가 교란돼 변비·식욕부진·소화불량 같은 소화 기능 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 이땐 최대한 빠르게 생체리듬을 원상태로 돌려놔야 한다. 취침과 기상 시간을 일정하게 지키고 낮잠을 자지 않으며 규칙적인 식사를 하는 게 최선이다. 잠이 오지 않는다고 해서 술이나 카페인을 섭취하면 오히려 숙면을 방해할 수 있으니 주의한다. 자기 전에 과도한 운동을 하는 등 각성 상태를 유도할 만한 상황은 되도록 피한다. 박 교수는 “휴가의 마지막 1~2일은 집에서 일상생활을 하고 직장에 복귀할 것을 추천한다”며 “휴가 후 출근 1~2일은 술자리 같은 저녁 모임을 피하고 일찍 귀가해 휴식을 취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생체리듬을 원래대로 되돌리면 휴가 후 찾아온 무력감이나 우울감 같은 정서적인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소된다. 그동안 가벼운 산책이나 스트레칭으로 몸을 환기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가장 많은 휴가 후유증은 불면
휴가지에서 햇빛에 장시간 노출된 사람은 일광화상을 많이 입는다. 피부가 화끈거리고 따가우면서 붉게 달아오른다. 이럴 땐 찬 물수건이나 얼음 주머니로 피부를 진정시켜야 한다. 진정 기능이 있는 차가운 감자·오이·수박을 이용한 팩도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 서울아산병원 피부과 원종현 교수는 “얼굴에 일광화상을 입었으면 바깥에서 돌아온 직후 찬물로 세수한 뒤 얼음찜질로 열기를 가라앉혀야 한다”며 “매일 저녁 깨끗이 세수한 뒤 기초화장품인 토너를 화장 솜에 충분히 적셔 10~15분 정도 광대뼈 근처와 콧등에 얹어두면 좋다”고 조언했다.

피부 껍질이 일어났다면 잡아 뜯지 않도록 한다. 흉터와 염증이 생길 수 있어 그냥 놔뒀다가 자연히 벗겨지도록 한다. 강한 자외선을 쬐면 멜라닌 색소가 증가해 주근깨가 도드라지고 기미가 짙어진다. 색소 질환은 자연적으로 호전되지 않으나 휴가 때 평소보다 많은 자외선을 받았다면 응급처치를 시도해 볼 만하다. 먼저 생리식염수를 이용한 냉찜질이나 차가운 녹차 팩, 오이·감자 마사지를 한다. 그런 다음 비타민C·AHA·알부틴 등이 함유된 화이트닝 마스크팩을 주 2회 하고, 잠들기 전 항산화·미백 성분이 있는 화장품을 바른다.

강북삼성병원 피부과 최영준 교수는 “휴가지에 이런 화장품이 없다면 비타민A가 들어 있는 차가운 우유를 화장 솜에 적셔 팩을 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피부 세포의 재생을 위해선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잠을 푹 자는 것은 기본이다.

두피·모발도 강한 자외선에 취약하다. 자외선은 머리카락의 멜라닌 색소를 파괴해 탈색과 건조를 유발한다. 머리카락 내 단백질 기능을 떨어뜨려 쉽게 끊어지게 한다. 바다의 염분이나 수영장의 소독제 성분은 이런 손상을 부추긴다. 더운 열기에 노출된 두피는 각질층이 건조해지고 비듬이 많이 생긴다. 땀·피지 분비가 늘면 지루성 두피가 되면서 일시적으로 모발이 빠지거나 가려울 수 있다. 두피의 각질층이 손상되면 세균이나 곰팡이에 대한 저항성이 약해져 균이 증식하기 쉽다.

휴가 동안 손상된 두피와 모발은 깨끗이 씻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물놀이를 마친 후엔 샤워와 샴푸를 최대한 빨리해 염분과 소독제를 제거한다. 샤워 후 피부엔 보습제, 두피엔 자극을 줄이고 영양을 보충하는 헤어 토닉을 바르면 좋다. 집에 돌아와선 열기를 줄이고 청량감을 주는 쿨링 샴푸를 쓰고 샴푸할 땐 두피 마사지를 겸한다. 이후엔 두피에 항염증 토닉을 뿌려서 열기를 해소하고 노폐물을 제거한다. 최 교수는 “두피가 민감해지고 염증성 구진·농포가 생겼거나 비듬이 늘었다면 단기간의 항염증 치료나 스테로이드 샴푸 사용, 국소 스테로이드제 도포가 필요할 수 있기 때문에 전문의 진료를 받아보길 권한다”고 말했다.

젖은 머리카락은 자연 바람으로 말리되 비비지 말고 두드리듯 말린다. 빗질은 힘주지 말고 부드럽게 두피에서 모발 끝 방향으로 빗어서 기름기가 고루 코팅되게 한다. 휴가지에서 돌아온 후엔 한 달 정도 헤어 스프레이나 젤 같은 스타일링 제품 사용을 줄이고 염색·파마를 삼간다. 자외선에 손상되고 건조해진 모발엔 린스보다 고영양 트리트먼트 제품을 쓰는 게 낫다. 비타민C가 많이 들어 있는 달걀흰자, 두부, 등푸른 생선, 토마토, 키위, 율무, 견과류 등을 섭취하는 것도 모발 건강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

고열 증상 며칠 가면 병원으로
장시간 비행기나 자동차 여행을 한 사람은 휴가를 다녀온 후 몸이 쑤시고 목·어깨·허리 통증이 생기기 쉽다. 격렬한 레포츠를 즐겼다면 근육에 미세한 손상이 생기고 피로 물질이 축적될 수 있다. 피로 누적과 근육통 개선을 위한 처방책은 휴식이다. 짧은 휴식은 도움이 되지만 종일 자거나 누워 지내는 것은 오히려 피로를 가중시킨다. 틈틈이 스트레칭으로 척추 주변 인대와 경직된 근육을 풀어준다. 뜨거운 물수건으로 마사지하거나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는 것도 방법이다.

휴가를 다녀온 후 수일이 지나서도 증상이 계속 악화한다면 다른 원인을 살펴야 한다. 혹시 풍토병이 잠복한 건 아닌지 주의할 필요가 있다. 박 교수는 “이유 없이 38도 이상의 발열이 있거나 피부 발진, 열·혈변을 동반한 설사, 황달, 혈뇨 증상이 있을 땐 반드시 병원을 방문해 진료와 적절한 검사를 받도록 한다”고 강조했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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