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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쏟아부은 풍력·태양광, 이용률 오히려 줄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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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국회 예산정책처는 ‘2018 회계연도 결산 분석’에서 정부가 집중 투자한 태양광 등 에너지원의 설비효율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7월 준공된 전남 영광의 영농병행 태양광 시설. [연합뉴스]

국회 예산정책처는 ‘2018 회계연도 결산 분석’에서 정부가 집중 투자한 태양광 등 에너지원의 설비효율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7월 준공된 전남 영광의 영농병행 태양광 시설. [연합뉴스]

2030년까지 전체 발전량의 21.6%를 신재생에너지로 구성하겠다는 정부의 목표가 사실상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고 국회 예산정책처(예정처)가 전망했다.

국회 예산정책처 분석 보고서 #신재생 이용률 4년새 4.2%P 감소 #피크시기 기여도 원전의 4분의 1 #10년 내 발전량의 22% 목표 흔들

중앙일보는 11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예정처의 ‘2018 회계연도 결산 분석 보고서’를 입수했다. 예정처는 매년 7~8월 국회의 결산 심사를 앞두고 지난 회계연도에 대한 결산 분석 보고서를 발행한다.

예정처의 설명은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쏟아 태양광·풍력 발전 설비를 집중 늘리고 있지만 막상 이용률이 낮아 설비 효율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의 정격기준 설비용량(발전설비의 잠재적 전력 생산능력을 기준으로 산출한 발전량)은 2013~2017년 사이 55.9% 증가했고, 신재생에너지의 발전량은 같은 기간 114.0% 늘었다. 실제 연간 발전량을 연간 최대 발전량으로 나눈 값인 이용률도 같은 기간 24.7%에서 33.9%로 늘었다.

예정처는 그러나 에너지원별로 나눠서 발전설비 이용률을 측정했을 때 정부가 집중하고 있는 태양광·풍력 등 친환경 에너지원의 이용률 증가는 부진하다고 봤다. 2013~2017년 사이 태양광 이용률은 11.8%에서 13.8%로 소폭 증가했고, 풍력 발전설비 이용률은 22.5%에서 21.7%로 오히려 감소했다. 반면 정부가 그 비중을 줄이려고 하는 바이오(27.9%→ 37.3%)·폐기물(부생가스·27.9%→ 71.8%) 등 재생에너지원의 발전설비 이용률은 큰 폭으로 늘었다.

전력거래소가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통계 자료도 비슷했다. 이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의 이용률은 2014~2018년 사이 31.9%에서 27.7%로 줄었다. 특히 태양광 이용률이 같은 기간 13.6%에서 13.2%로, 풍력 이용률은 21.5%에서 19.7%로 감소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신재생에너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자가용 태양광 등 통계가 누락됐기 때문”이라 했지만, 예정처는 “자가용을 제외한 발전사업자의 태양광 발전은 설비용량의 증가에도 이용률에 나타난 설비효율이 감소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했다.

여름·겨울철 전력 수요 급증 시기 신재생에너지원을 활용한 발전량이 실제 얼마나 기여하는지를 나타내는 ‘설비용량 대비 피크기여도 기준 발전용량’ 수치도 신재생에너지의 전력공급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것으로 분석했다. 원자력·LNG·양수 발전은 이 수치가 지난 5년간 전부 ‘1’이었다. 석탄·석유를 활용한 화력발전은 지난 5년 사이 0.96~0.99를 유지했다. 반면 신재생에너지는 2014년 0.32였던 게 매년 감소, 지난해 0.25로 떨어졌다.

예정처는 “신재생에너지원이 기존 발전원을 대체하려면 피크시간대에 안정적 전력 공급이 가능해야 하는데, 설비용량 대비 피크기여도 기준 발전용량이 지속 감소해 그 신뢰도가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이를 보완하려면 배터리를 이용한 에너지 저장 설비인 ESS(Energy Storage System·에너지저장체계)를 활용해야 한다. 하지만 이 설비는 지난해 5~12월 23건의 화재 발생 등 안전 문제로 사업자 참여가 부진한 상황이다.

정부는 이런 상황에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을 전체의 약 20%로 늘리기 위해 정부 예산 18조원, 신규 설비투자 92조원 등 총 110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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