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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이 낳지 않은 ‘연구실 달걀’…맛이 똑같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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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9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레귤러식스에서 이충후 셰프(가운데)가 대체 계란 제품 ‘저스트 에그’로 요리하고 있다. 뒤에서 오른쪽 두 번째가 조시 테트릭 저스트 대표. [사진 푸른파트너스자산운용]

9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레귤러식스에서 이충후 셰프(가운데)가 대체 계란 제품 ‘저스트 에그’로 요리하고 있다. 뒤에서 오른쪽 두 번째가 조시 테트릭 저스트 대표. [사진 푸른파트너스자산운용]

9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콘셉트 레스토랑 레귤러식스. 병에 든 노란 액체, ‘저스트 에그(Just Egg·사진)’를 프라이팬 위에 따르자 영락없이 달걀을 푼 것처럼 몽글몽글 뭉쳤다. ‘저스트’ 창업자 조시 테트릭(39) 대표는 “초기엔 시연 중 물처럼 증발해버려 당황하곤 했다”고 말하며 웃었다. 시식자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그냥(Just) 달걀이네.”

실리콘밸리 푸드테크 ‘저스트’ #녹두·강황 등 섞어 대체 달걀 개발 #빌 게이츠, 리카싱, 제리 양도 투자

푸드테그 기업 저스트의 대표 상품인 저스트 에그

푸드테그 기업 저스트의 대표 상품인 저스트 에그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주목받는 푸드 테크 기업 저스트가 한국 진출을 모색 중이다. 2011년 창업한 이 기업의 주력 상품은 병에 담아 파는 액체형 대체 달걀인 저스트 에그다. 이날부터 이틀 일정으로 한국을 찾은 테트릭 대표는 이번 방문에서 저스트 에그를 한국에서 생산·유통할 협력 후보사를 접촉했다.

저스트 에그는 39만1000종의 식물 단백질을 연구해 나온 결과다. 연구 끝에 녹두와 강황 등 10여 가지 재료를 조합해 달걀과 매우 유사한 맛을 내는 데 성공했다. 저스트의 올해 매출액은 약 3400만 달러(약 412억원) 정도지만 2023년 목표 매출액은 무려 17억 달러(2조604억원)에 달한다.

‘닭이 낳지 않은 달걀’ ‘축산이 필요 없는 고기’와 같은 대체 단백질은 동물 단백질 소비량이 증가하면서 생긴 환경 문제를 대폭 줄일 수 있어 주목받는다. 물을 적게 쓰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낮출 수 있다. 저스트 에그의 경우 44ml를 만드는 데 필요한 물은 2.2L 정도다. 양계장에서 계란을 이만큼을 얻으려면 물 139L가 필요하다. 더욱 매력적인 것은 가격이다. 테트릭 대표는 “2021년 4분기엔 저스트 에그 44ml(1.5 온스) 당 생산 비용은 4.9 센트까지 내려가 생산 단가가 가장 낮은 단백질원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동량의 일반 달걀(8센트)이나 두부(8센트), 닭고기(8센트), 돼지고기(16센트), 쇠고기(23센트)에 비해 경쟁력이 있어 식량이 부족한 지역 공급이 용이하다. 콜레스테롤이 없고 포화지방은 적어 동물 단백질을 많이 먹어 생기는 건강 문제도 덜 수 있다.

테트릭 대표가 대체 단백질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지구 식량 불균형 문제를 만난 아프리카에서다. 미국 코넬 대학교에서 아프리카학을 전공하는 그는 미시간 대학 로스쿨 졸업 후 아프리카에서 7년간 사회운동가로 일했다. 이후 미국으로 돌아와 세계 식량 시스템 개선을 위한 창업에 도전했다.

저스트는 현재까지 2억 5000만 달러(약 3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 소프트 창업자를 비롯해 홍콩 최대 부호 리카싱, 야후 창업자 제리 양, 페이팔 창업자 피터 틸, 페이스북 공동 설립자 왈도 세브린 등이 주요 투자자다. 올해 하반기 중 마지막 투자유치를 진행하고 곧 기업공개(IPO)를 할 예정이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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