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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여행 가서도 썼다" 13년 롱런 웹소설 '달빛조각사' 남희성 작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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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사생활’, ‘김 비서가 왜 그럴까’, ‘해를 품은 달’, '구르미 그린 달빛', '달의 여인-보보경심 려'
최근 몇 년 간 시청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드라마들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인기 '웹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무협, 로맨스, 판타지, 미스터리, 동인물, 팬픽, 역사물, 현대물 등 다양한 장르의 웹 소설은 드라마의 테스트베드로서 영화와 굿즈, 게임 등 다양한 산업에 이르기까지 지난 수년간 광폭 성장했다. 한국콘텐츠 진흥원은 지난해 웹소설 시장 규모를 4000억 원 규모로 추산했다. 지난 2013년 100억 원 정도였던 것에 비하면 5년 만에 약 40배 규모로 급성장한 것이다.

[눕터뷰]

13년간 웹소설 '달빛조각사'의 연재를 마친 남희성 작가. 12년 6개월 간 연재한 웹소설을 엮은 단행본들과 함께 누웠다. 장진영 기자

13년간 웹소설 '달빛조각사'의 연재를 마친 남희성 작가. 12년 6개월 간 연재한 웹소설을 엮은 단행본들과 함께 누웠다. 장진영 기자

한국 웹소설계의 전설과 같은 작품이 있다. 바로 남희성(38) 작가의 '달빛조각사'다. 2007년 1월 연재를 시작해 지난 7월 완결됐다. 12년 6개월 간 총 1450회 연재에 누적 500만 뷰, 이를 모아 58권의 단행복으로 출간해 총 85만여 권의 판매고를 올렸다. 웹툰으로도 제작되었으며 중국과 일본에 판권을 수출한 것을 포함 총 14개국 언어로 번역되었다. 13년간의 연재를 마친 남 작가를 만나 ‘웹소설 작가로 사는 것’에 대해 들어봤다.

웹 소설과 문단 소설의 차이점은?
문학작품에서는 깊이 있는 감정을 느껴야 한다면 웹소설은 무조건 재미있어야 한다. 그리고 고전 판타지, 무협, 역사물, 경제물, 게임 등 다양한 장르로 대중성을 갖춰야 한다. 웹소설은 발행 당시에는 유료지만 하루만 지나도 무료가 된다.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독자들이 하루를 기다리는 것조차 못 참을 정도의 빠른 전개와 재미가 있어야 한다.  
남희성 작가는 연재기간 내내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글을 썼다고 말했다. 장진영 기자

남희성 작가는 연재기간 내내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글을 썼다고 말했다. 장진영 기자

웹소설 작가가 된 계기는?
대학교(신문방송 전공) 방학 때 심심풀이로 연재를 시작했다. 웹소설 연재는 누구나 할 수 있다. 반응이 좋아서 출판사와 바로 계약했다. 자연스럽게 학교를 그만두고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상상을 실현하는 데 있어서 영화는 돈도 많이 들어가고 제약도 많다. 그에 반해 웹소설은 상상하는 것을 그대로 써내려 표현할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다.  
웹소설 작가로서 첫 작품은?
‘어둠의 군주’라고 현대 배경으로 타임슬립한 뱀파이어 이야기다. 대박은 아니고 중박 정도 됐다. 연재를 묶어서 단행본 5권 출간했고 총 1만5000 부 정도 팔렸다. 이후 판타지 세계로 이동한 현대인, 왕이 되고 싶어하는 남자, 절망에서 마법을 배운 주인공이 등장하는 작품들을 썼다.
달빛조각사는 13년간의 연재기간 동안 총 1450회차, 500만 뷰, 단행본 58권을 출간해 약 85만권의 판매고를 올렸다. 장진영 기자

달빛조각사는 13년간의 연재기간 동안 총 1450회차, 500만 뷰, 단행본 58권을 출간해 약 85만권의 판매고를 올렸다. 장진영 기자

게임 판타지 소설인 ‘달빛조각사’는 남 작가의 다섯 번째 작품이다. 할머니, 여동생과 함께사는 주인공이 돈을 벌기 위해 게임 캐릭터를 육성해 가상현실 게임 ‘로열로드’에서 ‘위드’라는 캐릭터로 모험을 펼치는 내용이다. 게임 속 캐릭터는 전설의 달빛 조각사가 되기 위해 미션을 수행하며 성장해간다. 실제 게임을 하듯 실감나는 묘사가 특징이다.  

게임 판타지라는 장르가 낯설다
연재를 시작할 당시 흔하지 않은 장르였다. 개척해보고 싶었다. 머릿속에 소설의 배경이 되는 가상의 게임을 만들었다. 명령했을 때 어떠한 결과가 나온다는 프로세스도 디테일하게 설정했다. 게임 판타지에서는 스토리와 캐릭터의 톱니바퀴가 끊임없이 움직여야 한다. 이건 게임을 자주 경험해봐야 가능하다. 달빛조각사는 현실과 가상을 오가며 주인공이 성장하는 내용이다. 읽는 사람에게 실제 게임에 참여한다는 느낌을 주며 주인공의 성장을 응원하게 하고 싶었다.
웹소설을 원작으로 연말 출시 예정인 게임 '달빛조각사'의 한 장면 [자료 카카오게임즈]

웹소설을 원작으로 연말 출시 예정인 게임 '달빛조각사'의 한 장면 [자료 카카오게임즈]

13년의 연재를 계획했었나?
독자 중에선 ‘달빛 연금’이라고도 하더라. 이렇게까지 길게 쓸 줄을 몰랐다. 길어야 3~4년 생각했다. 2013년 연재 플랫폼을 카카오페이지로 옮기면서 독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길게 올 수 있었던 이유는 독자들 때문이다. 어린 독자들이 많이 보다 보니 주인공 캐릭터가 그들과 함께 커가는 느낌이었다. 연재를 마친 지금도 외전을 써달라는 요구가 계속 온다.  
쉬지 않고 글을 쓴다고?
웹소설은 매일 써야 한다. 하루 이틀 쉬다 보면 스토리의 개연성이 떨어진다. 비슷한 장면이 반복되지 않게 새로운 이야기를 계속 써야 한다. 항상 머릿속에서 모든 전개와 표현을 이어가야 한다. 하루에 집필 시간이 2~3시간이라면 10시간 정도는 스토리를 짜는 데 사용한다. 연재하면서 하루도 쉬지 않았다. 신혼여행 가서도 글을 썼다. 매일 A4용지 5장 분량을 쓴다. 아침에 눈을 뜨면 이전 분량을 보고 흐름과 느낌을 되새긴다. 스토리를 잡고 표현을 어떻게 할지 고민한다. 글을 쓸 때는 독자들이 어떤 감정을 느낄지를 생각해야 한다. 미세한 느낌을 다르게 내기 위해 여러 번 퇴고 작업을 한다. 디테일이 완성도를 결정짓는 것이다.
남 작가의 집필실 모습. [사진 남희성]

남 작가의 집필실 모습. [사진 남희성]

글 쓰다 힘들 땐?
영감을 여기저기서 얻어야 한다. 장르를 가리지 않고 책을 많이 읽는 편이다. 영화, 드라마, 다큐멘터리 등을 보면서 지식을 쌓는 것도 중요하다. 항상 글에 대해 생각하고 생각을 열어 놓아야 한다. 글에 시대상을 녹여 넣는 것도 중요하다. 세상 돌아가는 모든 것에 언제나 안테나를 세우고 있어야 한다. 게임도 많이 한다. 요즘은 삼국지, 좀비, 농장 경영 게임 등을 하고 있다.  
남 작가는 지난 2016년 휴재 당시 제주도를 자전거로 완주하며 영감을 얻었다고 했다. [사진 남희성]

남 작가는 지난 2016년 휴재 당시 제주도를 자전거로 완주하며 영감을 얻었다고 했다. [사진 남희성]

급하게 해피엔딩을 맞이하고, 갑자기 너무 많은 캐릭터가 등장하는 등 완결에 있어 이전 전개와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독자들의 항의도 있었는데?
13년간 함께한 주인공 캐릭터를 떠나보내는 게 아쉬웠다. 여러 캐릭터와 함께 작별인사처럼 보여주고 싶었다. 마지막 두 편을 외전이라고 생각하고 썼는데 독자들은 마지막까지 에피소드를 터트려주길 바랐던 거 같다. 결국 수정본을 하나 더 올리게 됐다. 곧 게임이 출시되는데 독자 서비스 차원에서 에필로그를 발표할 생각이다.  
어떤 게임인가?
MMORPG 게임(온라인으로 연결된 여러 플레이어가 같은 공간에서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게임)이다. 소설 속 게임 로열로드를 그대로 플레이한다고 보면 된다. 원작의 방대한 세계관이 잘 반영됐다. 리니지를 만든 송재경 대표의 엑스엘게임즈에서 만들었고, 카카오게임즈에서 서비스될 예정이다. 게임은 완성된 상태이고 관계자들이 테스트하고 있다. 연말 출시 계획이다.  
게임 달빛조각사는 리니지를 만든 송재경 대표의 엑스엘게임즈에서 제작했다. [자료 카카오게임즈]

게임 달빛조각사는 리니지를 만든 송재경 대표의 엑스엘게임즈에서 제작했다. [자료 카카오게임즈]

한 해 수입이 얼마나 되나?
민감한 부분이라 정확한 액수 공개는 힘들다. 셀 수 없이 많은 작가 중에 손에 꼽을 수 있는 정도의 작가들만이 연간 약 10억원 정도의 수입을 올린다. 나도 거기에 속한다. 운 좋게 살아남은 건 아니다. 매일 쓰는 게 쉬운 거 같나. 감옥 같다고 표현할 정도의 힘든 시기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그렇게 살아남은 소수만이 억대 연봉 소설가가 되는 것이다.  
남 작가는 잔인함과 자극적인 요소가 없는 게임 판타지물을 차기작으로 준비중이라고 말했다. 장진영 기자

남 작가는 잔인함과 자극적인 요소가 없는 게임 판타지물을 차기작으로 준비중이라고 말했다. 장진영 기자

차기작을 준비 중인지?
달빛조각사 마지막 원고를 넘기자마자 ‘달콤 찬란한 재벌기’ 연재를 시작했다. 재벌을 소재로 한 경제물인데 ‘꼼이 아빠’라는 필명을 사용한다. 올해 안에 완결짓고 달빛조각사와는 다른 또 다른 게임 판타지물을 시작할 예정이다. 동화적인 느낌으로 여러 세대가 즐길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내고 싶다.  

사진·글 장진영 기자 artjang@joongang.co.kr

눕터뷰

'누워서 하는 인터뷰'의 줄임말로, 인물과 그가 소유한 장비 등을 함께 보여주는 새로운 형식의 인터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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