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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앙 같은 내 삶? 자신에게 쏘는 ‘두 번째 독화살’ 피해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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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8호 19면

‘마인드풀, 내 마음이 궁금해’<6> MBSR 체험(하)

한국MBSR연구소의 방학 특별행사. 마음챙김 명상은 기적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상식을 회복하는 일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배영대 기자

한국MBSR연구소의 방학 특별행사. 마음챙김 명상은 기적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상식을 회복하는 일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배영대 기자

호흡은 명상의 시작이다. MBSR(Mi-ndfulness Based Stress Reduction)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다. 숨이 들어오고 나가는 순간순간을 가만히 알아차려 볼 것을 권한다. 중요한 것은 내 느낌에 주의를 기울여 보는 일이다. 마치 파도를 타듯이 숨이 들고 나는 호흡의 감각을 느껴보라. 한순간 호흡을 하는데도 우리의 머리는 가만히 있지 않는다. 오만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간다.

자기 생각으로 꽉 차 있어 고통 #기계적 반응 대신 잠시 관찰을 #정좌 명상, 보디 스캔, 요가 등 #하루 3분이라도 마음챙김 중요

‘아,  내가 어제 잘못했던 일을 후회하고 있구나.’

‘아, 내가 내일 예정된 발표회 걱정을 하고 있구나.’

이런저런 생각들이 떠오른다면 그런 자신의 모습을 부정하려고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느껴보는 일이 필요하다. 있는 그대로 본다는 것은 과거나 미래의 일로 향한 머리를 ‘지금 여기’로 돌리는 연습이다. 8주간 진행되는 MBSR의 의도적 훈련이다. 한국MBSR연구소(소장 안희영)의 방학 특별 행사는 이를 압축적으로 경험해볼 수 있게 했다.

고통을 행복으로 바꾸는 의도적 훈련

MBSR은 ‘마음챙김에 근거한 스트레스 감소’로 번역된다. 스트레스, 즉 고통이 없이 사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돈이 많고 학식이 높다고 스트레스를 안 받는 것은 아니다. 1979년 MBSR을 처음 만든 존 카밧진 박사의 원서 제목이 『재앙으로 가득 찬 인생(Full Catastrophe Living)』(한국어 번역서 제목은 ‘마음챙김 명상과 자기치유’)이다. 카밧진은 스트레스의 정신적 요인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재앙으로 가득 찬 인생’은 MBSR의 대전제다. 인간의 머리는 대개 ‘자기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고 본다. 인생이 재앙으로 전락하는 이유다. 자연의 날씨조차 자기 마음대로 하려는 식이다. 자기 생각대로 되지 않으면 불만이 쌓이고 급기야 분노로 표출되곤 한다. 생각의 부정적 측면이다. 그래서 명상을 흔히 생각을 없애는 것으로 아는 경우가 더러 있다. 그것은 오해다. 인간은 생각 없이 살 수는 없다. 생각을 통해 반성하고 계획을 세우며 삶을 영위한다. 하지만 그 생각이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걸 의도적 훈련을 통해 줄여보자는 것이다.

재앙에서 행복으로 바꾸는 것은 자신의 선택이고 그 선택의 폭을 최대한 넓혀보려는 것이 MBSR이다. 어떤 종교적 권위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기성 종교의 명상과 구별된다.

1~2주차 훈련은 MBSR 입문편이었다. 건포도 명상과 보디 스캔을 중심으로 진행됐었다. 3주차부터는 종합 훈련이라 할 수 있다. 호흡·정좌·걷기 명상, 보디 스캔, 마음챙김 요가 등을 자신의 몸과 상황에 맞춰 골고루 훈련한다. 8주 동안 계속 훈련을 하면서 몸과 마음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잠자기 전에 보디 스캔을, 오전에 눈을 떠선 마음챙김 요가를 고정 훈련으로 배치했다. 낮에는 호흡과 걷기 명상을 수시로 짬을 내서 한다.

정좌 명상을 하는 회원들. 배영대 기자

정좌 명상을 하는 회원들. 배영대 기자

마음챙김 요가는 언뜻 봐선 여느 요가와 달라 보이지 않았다. 차이는 마인드풀, 즉 마음챙김이 있느냐 없느냐에서 나왔다. 우선 편안한 자세로 누워 보자. 발을 어깨 넓이로 벌리고 양손은 몸통 옆에 나란히 놓고 천장을 보게 하는 게 기본자세다. 이 자세로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면서 몸의 감각을 느껴본다. 몸통과 팔, 다리의 위치를 바꿔가며 다양한 동작을 취해본다. MBSR 요가에서 중요한 것은 다양한 동작 그 자체가 아니다. 자세의 완성도를 얼마나 높이느냐가 관건이 아니라는 얘기다. 동작은 조금 어설퍼도 괜찮다. 동작의 변화를 느끼면서, 자세마다 내 몸을 지탱하기 위해 어떤 일이 내 몸에서 진행되는지를 알아차리는 훈련이 더 중요하다.

무리하게 힘을 써가며 특정 자세를 취하려고 하지 않는다. 동작을 취하다 어떤 부위가 저리거나 불편하면 편한 자세를 취해도 된다. 불편함이 느껴질 때 즉각 반응하며 동작을 바꾸기보다는 잠시 그 불편함을 관찰해보자. 이런 의도적 노력이 모이면 마음챙김 습관이 된다.

마음챙김이 생활화되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인간의 삶은 감각과 생각과 감정의 연속으로 이루어지는데, 그 감각과 생각과 감정의 변화를 관찰하는 힘이 생긴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모든 감각적 현상들에 기계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우선 있는 그대로 그 상황을 알아차려 보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 사물이나 귀에 들리는 모든 소리도 일단 다가오는 그대로 느껴 본다. 각종 생각이나 감정이 떠오를 때도 마찬가지다.

‘한 번 날갯짓에 구만리’ 장자의 대붕 연상

MBSR에서는 인간의 마음에 두 차원이 있다고 본다. 하나는 생각의 차원이다. 생각은 각종 선입견으로 둘러싸여 있다. 마음챙김으로 드러나는 또 하나의 차원은 자각(Awareness)이다. 자각의 세계는 공간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자각의 공간은 그 크기를 알 수 없는 무한대이다.

한 번 날갯짓에 구만리 창공을 날아오르는 장자(莊子)의 대붕이 연상됐다. 장자의 대붕은 우리 마음의 무한대 크기를 비유한 것은 아닐까? 이를 통해 우리 일상의 인간들이 작은 참새처럼 좁게 마음을 쓰는 모습을 대비시킨 것은 아닌가? 장자의 말을 따라가다 보면 돈이나 학식이나 권력이 대붕의 기준은 아닌 것 같다. 대붕은 마음 씀씀이에 달렸다. 장자는 ‘무기(無己)’라는 말로 자기중심적 사고를 벗어날 것을 요청하고 있다.

자신의 일상을 너무 비하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주위를 돌아보면 내색을 잘 안 해서 그렇지 모두가 저마다의 아픔을 간직한 채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실수 한 번 저지르지 않고 살 수는 없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실수의 반복을 막는 일이다.

미국 MBSR 본부에서 국내 유일하게 지도자 인증을 받은 안희영 소장은 명상계에 전해오는 ‘두 번째 독화살’ 이야기를 들려줬다. 독화살을 인생에서 겪는 각종 아픔이나 재앙이라고 치자. 첫 번째 독화살을 피해가기는 어렵다. 첫 번째 독화살이 외부적 요인이라면, 두 번째 독화살은 내부적 요인이다. 후회와 분노와 증오 등이 자기가 자신에게 쏘는 두 번째 화살이다. 분노와 증오에 사로잡혀 있으면 세 번째, 네 번째 독화살을 계속 자신에게 겨누고 있는 셈이다.

누구나 첫 번째 독화살은 맞을 수 있지만, 현명한 사람은 두 번째 독화살을 맞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MBSR 명상은 매우 현실적인 처방일 수 있다.

마음챙김은 마음의 공간을 넓히는 일이다. 방학 특별캠프에서는 정좌 명상, 보디 스캔, 요가 등을 각각 45분 정도씩 훈련했지만 일상에서는 그렇게 시간 내기 힘들 수 있다. 연습시간을 따로 낸다는 생각부터 벗어나자. 언제 어디서든 호흡 한 번으로도 할 수 있다. 100마디 말보다 하루 3분이라도 짬을 내서 실제 마음챙김을 시도해보자.

마음챙김 명상은 기적 아닌 상식 확인하는 것

7월 한 달 동안 체험한 MBSR 프로그램은 명상에 대한 몇몇 오해를 없애주었다. 한국MBSR연구소에서 진행된 방학 특별행사에서였다. 우선 명상은 가만히 앉아서만 하는 것이 아니었다. 걷기 명상에 대해서는 이 행사에 참여하기 전에 이미 알고 있었지만 뜻밖에 ‘뛰기 명상’까지 진행했다. 춤을 출 수도 있었다. 크게 소리를 내질러 보기도 한다. 조용한 침묵이 필요할 때가 있지만 때로는 그보다 오히려 활발하게 움직이며 내 몸과 마음의 변화를 관찰하는 일이 좋은 약이 될 수도 있었다. 우리가 살면서 겪게 되는 온갖 경험에 마음챙김이 적용되는 것이다.

명상 훈련에 앞서 내가 얼마나 스트레스에 취약한 상태인지를 스스로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하루에 몇 끼나 따뜻하고 균형 잡힌 식사를 하는가, 적어도 1주일에 4일은 7~8시간 수면을 취하는가, 주위 사람들과 적당히 관심과 애정을 주고받고 있는가, 적어도 1주일에 두 번은 땀이 나도록 운동을 하는가, 일주일에 술을 얼마나 마시는가, 수입이 생활에 지장이 없는가, 인맥을 어느 정도 유지하고 있는가, 사적인 문제를 터놓고 의논하는 사람이 있는지 등을 놓고 자신의 생활을 점검해보자. 명상이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는 기적 같은 것이 아니다. 건전한 일상의 삶을 유지하는 것이 곧 명상임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상식의 확인이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마음챙김은 살아있음의 표시일 수 있다. 자신의 일상에 정성을 들이는 일에서 명상은 시작한다. 정성을 들인다는 것은 관심을 표현하는 것이고 거기에서 사랑이 싹틀 수 있다. 친절하고 따뜻한 정성과 관심과 사랑을 자기 몸의 움직임에 먼저 기울이는 보는 일이다.

배영대 근현대사연구소장·철학박사 balance@joongang.co.kr

※ 이 기사는 중앙콘텐트랩에서 중앙선데이와 월간중앙에 모두 공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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