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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소감 발표한다면서 "생방송은 된다, 질문은 안 된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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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9일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뉴스1]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9일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뉴스1]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된 조국(54)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전 청와대 민정수석)가 충무공 이순신의 말을 인용해 검찰개혁 의지를 드러냈다.

조 후보자는 9일 오후 장관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있는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 들어서며 소감을 발표했다. 9일 오전 10시 청와대가 장관 지명을 발표한 지 3시간 30분 만이다. 그는 “법무부 장관이 된다면 '서해맹산(誓海盟山)'의 정신으로 공정한 법질서 확립, 검찰개혁, 법무부 혁신 등 소명을 완수하겠다”고 밝혔다.

파란 넥타이의 정장 차림으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에 처음 출근한 그는 “헌법정신 구현과 주권수호,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말하는 내내 표정 변화는 없었다. 중간중간 옅은 미소를 지었다.

한일 갈등 상황 의식했나…이순신 '소환'

서해맹산은 이순신 장군이 한산도에서 읊은 시의 한 대목인 ‘서해어룡동 맹산초목지’의 줄임말이다. ‘바다에 서약하니 어룡이 감동하고, 산에 맹세하니 초목이 안다’는 뜻이다. 이순신 장군이 1592년 6월 선조가 의주로 피난했다는 소식을 듣고 슬퍼하면서도 나라에 대한 일편단심을 나타낸 시로 알려져 있다.

조 후보자가 지명 첫 소감을 밝히면서 이순신 장군의 한시를 인용해 출사표를 던진 것을 두고 한일 경제전쟁을 의식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조 후보자는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국인 DNA에는 이순신 정신이 녹아있다“는 게시글을 일본어로 올렸다.

또 그는 이날 청와대에서 장관 후보자를 발표하기 1시간여 전에도 “정신 나간 일부 한국인들이 한일병합이 국제법적으로 ‘합법’이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면 독립군들은 불법반도, ‘친일파’들은 ‘준법’을 잘하는 ‘애국자’가 되고, 임시정부는 ‘반국가단체’가 된다”며 “개탄스럽다”는 글을 게시했다.

"생방송 가능하지만 질의 응답은 없다" 사전 통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지명 소감을 밝힌 뒤 엘리베이터에 탑승해 문이 닫히기를 기다리고 있다. [뉴스1]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지명 소감을 밝힌 뒤 엘리베이터에 탑승해 문이 닫히기를 기다리고 있다. [뉴스1]

이날 장관 지명이 발표된 직후 법무부는 조 후보자의 요청이라며 소감 발표 시간과 장소를 기자들에게 통지했다. 여기엔 “생방송과 촬영은 가능하지만 별도의 질의응답은 없으니 양해해 주시기 바란다”는 내용도 담겼다.

조 후보자는 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있는 건물 1층 로비에서 준비한 소감을 말하고는 곧장 엘리베이터를 탑승했다. 기자들이 따라가 엘리베이터 문 앞에서 “서울대 학생들의 비난 이어지는데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이순신 장군의 말을 인용한 이유가 있는지” 등을 물었지만 “인사청문회에서 답을 드리겠다”고 말한 뒤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았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기 전까지 계속해서 질문이 쏟아졌지만 움직이지 않고 정면을 응시하기만 했다.

3일 전엔 "도덕성 검증 청문회 비공개로 해야" 

6일 오전 조 후보자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시한 글. [조국 페이스북 캡처]

6일 오전 조 후보자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시한 글. [조국 페이스북 캡처]

법무부에 따르면 조 후보자는 이날 사무실을 둘러보는 등 본격적인 청문회 준비에 돌입했다. 그는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국거래소가 이미선 헌법재판관의 불공정 주식 거래 의혹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했다는 보도를 공유하면서 “도덕성 검증(비공개)과 정책 검증(공개)을 구분하는 개정이 필요한 때다”고 적었다.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인 법무부 장관 후보자 지명 3일 전에 신상 관련한 청문회를 비공개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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