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92세 송해 "난 일제강점기 겪어···日, 그 핍박 갚을 수 없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방송인 송해. [뉴스1]

방송인 송해. [뉴스1]

"이렇게 노래하고 손뼉치자니, 내 고향 북한에도 빨리 가야겠다는 생각이 나더라. 고향 특집은 상상만으로도 목이 멘다. '내 고향에 내가 왔습니다' 하고 나면 말을 잇지 못할 것 같다"

원조 국민 MC 송해(본명 송복희·92)가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울릉도를 찾았다. KBS 1TV '전국노래자랑' 광복절 특집 녹화를 위해서다.

황해도 출신 송해가 밝힌 90년 인생사

9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송해는 "감동이었고, 평생에 겪은 것을 다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며 9년 만에 울릉도를 다녀온 소감을 전했다. 1927년 황해도 재령에서 태어난 송해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겪은 역사의 산 증인이다. 피난길에 가족과 헤어져 홀로 남한으로 내려온 그는 이번 울릉도 편 녹화를 하며 고향을 떠올렸다고 했다.

"이번에 울릉도서 자유롭게 많은 분 앞에서 노래하고 손뼉치자니, 고향에도 빨리 가야겠다는 생각이 나더라. 고향 특집은 상상만으로도 목이 멘다. '내 고향에 내가 왔습니다' 하고 나면 말을 잇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에 여동생이 있다는 그는 동생과 재회할 수 있다는 희망을 놓치 않았다고 했다. 그는 "지구상 분단 국가는 우리 뿐이다. 우리는 지형적으로도 강대국 사이에 끼어 현실적으로 눈치를 안 볼 수가 없다"며 "그래서 작년 남북정상회담 때 마음이 벅찼다. 어쨌던 민간인들은 자유롭게 만나고 서신 왕래도 했으면 좋겠다"고 소망을 밝혔다.

송해는 이날 인터뷰에서 최근 일어난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난 일제강점기도 겪었다. 나 국민학생(초등학생의 옛 이름) 땐 일본 기마병을 위해 공부보다도 마초(馬草)를 베러 다녔다. 내선일체, 창씨개명(일본식 성명 강요)…. 그런 세월을 보내고 광복이 왔는데 바로 동족상잔이 일어났다"며 "일본 사람들이 한국에 와서 36년 긴 세월 우리에게 준 핍박은 무엇으로 갚아도 갚을 수 없다. 천년을 풀어도 다 풀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급변하는 현 시대에 일본은 부인할 수 없는 이웃이니 감정만 갖고 싸우는 게 능사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내년이면 40주년을 맞이하는 전국노래자랑을 '내 인생의 교과서'라고 불렀다. 송해는 "서로 손뼉을 쳐주고 용기를 얻는다"며 "전국노래자랑에서는 모든 갈등이 해소된다. 울릉도 편을 통해 조국 독립, 남북통일 등의 진정한 의미가 전달되길 바랄 뿐"이라고 바람을 전했다. 그러면서 "40년의 역사를 화면으로 보여드리면서 진행하고 싶다. 더우나 추우나 몇백리를 와서 노래해주고 손뼉 쳐주는 분들께 보상하고 싶다. 남은 인생, '전국노래자랑'을 통해 얻은 경험으로 즐기며 살겠다"고 인사했다.

한편 전국노래자랑은 지난 6월 14일, 울릉도 도동항 특설무대에서 울릉군민과 관광객 등 10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녹화를 진행했다. 방송은 오는 11일 오후 12시10분 KBS1TV에서 방영된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n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