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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민석 “친일 잔재 청산 최적기…안익태 애국가 평가해 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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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안익태 곡조 애국가 계속 불러야 하나?' 긴급 공청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안익태 곡조 애국가 계속 불러야 하나?' 긴급 공청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8일 오후 국회에서 ‘친일 애국가 보이콧’을 주제로 한 긴급 공청회가 열렸다. 일본의 화이트 국가(안보우호국) 배제 조치 이후 ‘극일(克日)’ 정서가 고조되는 가운데 열린 행사다. ‘안익태 곡조 애국가 계속 불러야 하나?’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공청회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인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하고, 공익 재단법인 ‘씨알’이 주관했다.

안 의원은 인사말에서 “한·일 경제 갈등이 고조된 시점이고 국민들이 경제 전쟁에 앞장서고 있는데, 이번 기회는 친일 잔재를 청산하는 최적기이기도 하다”며 “친일 작곡가 안익태에 대한 평가를 한 번 해보고, 이제는 국회가 불편한 진실을 공개적으로 꺼내서 국민들의 판단에 맡기는 토론회를 해보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안 의원은 2014년 작사가 미상인 애국가의 진짜 작사가를 찾겠다며 미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참석자들은 친일파 작곡가의 애국가를 더 이상 부르지 말자고 주장했다. ‘안익태 케이스’의 저자 이해영 한신대 교수는 “부마 항쟁, 광주 항쟁, 6월 항쟁 때도 불려온 애국가지만 우리가 아무것도 몰랐을 때는 용서가 된다. 20년 전부터 안익태의 친일 행적이 드러나기 시작했는데 알고도 계속 부를 거냐”고 말했다. 윤경로 친일인명사전 편찬위원장은 “안익태처럼 음악ㆍ영화ㆍ미술을 통해 대중에게 왜곡된 현실인식을 하게 한 예술가들에게 엄중한 역사의 판결을 내려야 한다”고 했다.

몽양 여운형 선생 기념사업회 이부영 이사장이 지난 19일 서울 강북구 우이동 선생의 묘소에서 열린 서거 72주기 추모식에서 애국가 작곡가인 안익태 선생의 친일 논란을 거론하며 당일 행사에서 애국가를 부르지 않은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몽양 여운형 선생 기념사업회 이부영 이사장이 지난 19일 서울 강북구 우이동 선생의 묘소에서 열린 서거 72주기 추모식에서 애국가 작곡가인 안익태 선생의 친일 논란을 거론하며 당일 행사에서 애국가를 부르지 않은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학계에선 안익태가 친일파가 아니라는 반론도 적지 않다. 1906년 12월 5일 평양에서 태어난 안익태는 1919년 3ㆍ1 운동에 참가했다가 숭실중학교를 퇴학당하자 일본과 미국에서 유학한 후 유럽으로 건너가 활동했다. 김형석 안익태기념재단 연구위원장은 “작곡가의 정치성을 놓고 국가의 자격을 따지자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애국가는 가사나 곡조 어디에도 친일적 요소는 찾을 수 없고 말 그대로 애국가다. 애국가를 부정하는 건 우리의 역사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익태 친일 논란과 맞물려 애국가를 바꿔야 한다는 논의도 있었지만, 이 역시 찬반론이 엇갈린다. 우선 애국가는 헌법이나 법률에 의해 국가로 지정된 것이 아니라 대통령 훈령이기에 비교적 바꾸기 쉽다는 주장이 나온다. 김원웅 광복회장은 “프랑스 국가는 7번이나 바꿨고, 미국과 중국은 2번, 오스트리아와 루마니아는 5번 국가를 바꿨다”며 “국가를 안 바꾼 나라가 드문데 그 중 일본과 한국이 있다. 그것도 일본을 따라 하느냐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반면 애국가 옹호론자들은 “1940년 12월 20일 임시정부 국무회의에서 인준한 안익태의 애국가는 임정의 법통을 계승한 대한민국의 국가이고 함부로 바꿔선 안된다”고 반박한다.

8일 토론회를 기화로 여권 내 반일 강경 기조가 다시 거세질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하지만 “이번 기회는 친일 잔재를 청산할 최적기”라는 안 의원의 말은 과도한 반일 정서 고취를 자제해야 한다는 당 지도부 기류와는 온도차가 있다. 민주당 소속인 서양호 서울 중구청장은 관내에 ‘노 재팬’ 깃발을 걸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철회하기도 했다. 당 핵심 관계자는 “과거사나 친일ㆍ반민족 행위자를 엄단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꾸준히 있어왔는데 최근 재조명되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며 “당 차원에서 이번 기회를 활용해 친일 잔재 청산 등 전선을 확대하려는 계획이 있는 건 아니다. 지금은 한ㆍ일 경제전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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