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아픈 장병에 행군 강요해 근육 파열…육군 인권침해 심각"

중앙일보

입력

육군 7군단이 장병들에게 무리한 체력단련을 강요하고, 아픈 장병에게는 병명이 적힌 ‘인식표’를 달게 하는 방식으로 인권 침해를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가운데)이 8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육군 7군단에 대한 인권침해 관련 집중 상담제보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가운데)이 8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육군 7군단에 대한 인권침해 관련 집중 상담제보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허리디스크 환자도 10km씩 뛰어야"

군인권센터는 8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 교육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달 4일부터 7군단장인 윤의철 중장에 의한 인권 침해 집중 상담을 해 총 95건의 상담과 제보를 접수했다”며 “과도한 체력단련으로 장병 건강권이 심각하게 침해되고 있다”고 밝혔다.

센터에 따르면 윤 중장은 5~10㎞ 구보, 산악 구보, 무장 구보 등 강도 높은 체력 단련을 하면서 아픈 장병에게도 열외를 거의 허용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윤 중장은 부대별로 환자 TO를 정해놓고 환자 수를 줄일 것을 요구하거나, 허리디스크를 앓거나 팔 부상 등을 당한 장병이 있더라도 아예 걷지 못하는 경우가 아니면 질병으로 보지 않고 훈련을 받도록 한 의혹을 받고 있다.

센터 관계자는 “무릎 통증을 호소한 한 장병은 훈련에서 열외받지 못해 훈련하다가 나중엔 도저히 걸을 수 없는 지경이 돼서 병원 검진을 받았더니 다리 부분이 파열된 것으로 드러났다”며 “더 구체적인 피해 사례를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육군7사단에서 질병으로 훈련 열외된 장병들에게 달게 했다는 인식표. [군인권센터 제공]

육군7사단에서 질병으로 훈련 열외된 장병들에게 달게 했다는 인식표. [군인권센터 제공]

"병명 적힌 명찰로 낙인, 아픈 게 죈가"

또 질병으로 인정돼 열외 대상이 된 장병들은 자신의 병명 등이 적힌 인식표를 목에 걸어야 했다고 센터는 주장했다. 센터는 “윤 중장이 체력단련 때 열외 인원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를 해서 7군단이 환자인 장병들에게 부착할 인식표를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인식표에는 장병의 소속과 계급, 이름, 병명, 치료 기간, 군의관과 확인관 등이 표기됐다.

센터는 이에 대해 “가축을 등급별로 하자 표시하듯이 환자에게 낙인을 줘 수치심을 주겠다는 의도”라며 “아픈 것은 죄가 아닌데 목에 자신의 이름과 병명을 걸고 모두 쳐다보는 가운데 연병장을 걷게 하는 것이 과연 정상적인 지휘 행태인가”라고 비판했다. 또 “질병 정보는 개인정보보호법상 민감 정보에 해당해 요즘은 병원에서도 환자명과 질병 이름을 공개적으로 열거하지 않는다”며 “직무감찰에 들어가야 하는 문제”라고 밝혔다.

이밖에도 센터는 “환자들이 출타를 포함한 각종 차별적 대우를 감내하고 있고 심지어 출타 순위를 체력 등급으로 나열해, 환자는 6순위로 전락시키기도 했다”며 윤 중장을 즉시 보직에서 해임하고 책임을 물을 것을 촉구했다.

센터 측 주장에 대해 군 관계자는 “사실관계를 파악중이다”고 설명했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