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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명물 된 로봇경찰 '안순사'…영화 '로보캅' 이 현실로

중앙일보

입력

지난 2일 오후 중국 베이징의 왕푸징(王府井) 지하철역 입구. 작은 탱크처럼 보이는 기계 1대가 나타났다. 왕푸징은 서울의 명동 같은 베이징 최대 번화가다. 지나가던 시민들은 신기한 듯 바라보며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높이는 1m 남짓. 하체는 탱크 바퀴 모양에 파란색 상판이 올려져 있고, 지지대 위에 사람 눈 같은 카메라 2대가 달렸다.

8월1일 베이징 왕푸징 지하역 앞에 출현한 로봇 경찰 '안순사'[웨이보 캡쳐]

8월1일 베이징 왕푸징 지하역 앞에 출현한 로봇 경찰 '안순사'[웨이보 캡쳐]

‘안순사’(安巡士, 안전한 경찰이라는 뜻)라는 이름의 이 기계는 로봇 경찰이다. 환구망(换股网) 온라인판은 6일 “안순사라는 이름의 순찰 로봇이 돌아다니는 것이 베이징의 거리 풍경이 돼 버렸다”고 전했다.

이 로봇을 본 궈슈아이(郭帅)씨는 중국 웨이보(微博, 중국의 대표적 SNS)에 “어렸을 때부터 경찰관이 되는 게 꿈이었는데 이젠 그 꿈을 접어야겠다. (로봇 경찰이 등장할 정도로) 기술이 발전하는데 사람이 필요할까?”라고 썼다.

8월6일자 중국 웨이보에 올라온 글.

8월6일자 중국 웨이보에 올라온 글.

이날 안순사는 지하철역에서 왕푸징을 거쳐 창안 교차로까지 조용히 이동한 뒤 원래 출발지로 되돌아 왔다. 카메라는 50m까지 촬영할 수 있으며 야간에도 적외선 촬영이 가능하다고 로봇 담당자는 설명했다. 특히 “촬영되는 모든 이미지는 로봇에 저장되고, 네트워크를 통해 원격으로 보낼 수 있다. 거리에 비상 상태가 발생하면 로봇은 경고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원격 조종인지 자율주행인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안순사의 속도는 최고 시속 10km. 빠르게 움직일 경우 사람의 평균 걸음걸이보다 2배 이상 빠르다. 자전거 속도와 비슷하다. 영화 ‘로보캅’ 수준은 아니지만 위험 대상을 식별하고 감시하는 기능을 사람 대신 수행할 수 있다.

중국에서 로봇 경찰이 화제가 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3월 3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최대 정치행사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앞두고 로봇 경찰이 등장한 바 있다. 경찰 표식을 부착한 이 로봇은 안면 인식 기능이 탑재됐다. 양회를 앞두고 범죄 수배자를 사전에 찾아내 검거하기 위해서였다. 이번에 새로 등장한 로봇 경찰 ‘안순사’는 ‘탱크형’ 이동방식으로 진화했다. 공격적인 형태에 이동은 더 용이해졌다.

지난 3월 중국 양회 기간 베이징에 등장한 로봇 경찰[연합뉴스]

지난 3월 중국 양회 기간 베이징에 등장한 로봇 경찰[연합뉴스]

웨이보에서 순찰 로봇 경찰(巡逻机器人警察)을 검색하면 베이징의 또 다른 번화가 시단(西单)에서도 로봇 경찰을 봤다는 목격담이 나온다. 베이징 시내를 중심으로, 특히 치안 수요가 높은 곳을 중심으로 로봇 경찰이 본격적으로 투입되고 있는 것이다.

8월1일 중국 시내 중심가인 시단 거리에서도 로봇 경찰이 목격됐다.[웨이보 캡쳐]

8월1일 중국 시내 중심가인 시단 거리에서도 로봇 경찰이 목격됐다.[웨이보 캡쳐]

중국 정부는 산업용 로봇 개발을 차세대 핵심 산업으로 지정하고, 아낌없는 투자를 하고 있다. 2015년에는 첨단산업 육성 전략인 ‘중국제조 2025’의 10대 전략에 로봇 개발을 포함시켰다. 이후 정부 보조금과 정책 지원이 로봇 산업에 집중되고 있다. 식당에서 종업원 대신 로봇이 손님의 주문을 받는 모습은 중국에선 더 이상 놀라운 일도 아니다.

박성훈 기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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