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오동전투’ ‘김복동’ ‘주전장(主戰場)’
여의도 정가에 ‘항일 영화’ 바람이 불고 있다. 일본의 ‘화이트 국가(안보우호국)’ 배제 조치 이후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등 진보 정당 인사들이 적극 홍보에 나서고 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오는 14일 여의도 CGV에서 당 소속 의원, 당직자들과 함께 영화 ‘봉오동 전투’를 관람할 예정이다. 일제강점기, 대한민국 독립군이 일본군을 상대로 거둔 첫 승리의 기록을 담은 영화다. 당 관계자는 “일본 경제보복 사태와 맞물려 우리 민족의 항일정신을 담은 영화를 함께 관람하고 ‘극일 정신’을 고취한다는 취지에서 마련한 행사”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4일 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 이사장을 겸하고 있는 우원식 민주당 의원이 용산 CGV에서 봉오동전투 시사회를 열기도 했다. 우 의원은 시사회 이후 페이스북에 “이 영화가 사상 유례없는 흥행을 일구었으면 좋겠다. 일개 차관급이 우리 대통령에게 무례하다고 모욕하는 일본에 대해 우리의 단결된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라도 말이다”라고 적었다. 시사회에는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이재명 경기지사도 참석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8일 개봉하는 위안부 영화 ‘김복동’을 개봉 당일 당 지도부와 단체관람한다. 고 김복동 할머니는 1992년 국제사회에 위안부 피해를 최초로 증언한 이후 27년간 인권운동가로 투쟁하다 생을 마감했다. 지난 4일 위안부 할머니 한 분이 별세하면서 생존자는 20명이 됐다. 정의당은 “일본의 경제 도발에 ‘독립운동은 못 했어도, 불매운동은 한다’는 국민의 움직임이 들불처럼 번져가고 있다”며 “잊지 말아야 할, 아직 끝나지 않은 일본군 ‘위안부’에 관한 역사를 되짚어보고 일본 정부의 진심 어린 사죄를 받는 그 날까지 힘을 모을 것을 다짐하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고 행사 취지를 설명했다.
지난달 30일 열린 영화 김복동 시사회에는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 원혜영ㆍ표창원 민주당 의원 등이 참석했다. 조 전 수석은 페이스북에 “‘위안부’ 모집에 ‘강제성’이 없었다, 일본 정부가 책임질 일은 아니다 등의 헛소리가 국내외에서 들리지 않도록, 제작사에서 영어ㆍ일어 등 외국어 자막을 넣어 전 세계에 배급할 수 있길 희망한다”고 후기를 남겼다.
조 전 수석이 청와대를 나와 가장 먼저 본 영화는 지난달 25일 개봉한 ‘주전장(主戰場)’이다. ‘주된 싸움터’라는 뜻의 영화 주전장은 일본 위안부 문제를 덮으려 한 일본 우익 세력의 이야기를 다룬 미국 감독의 다큐멘터리다. 조 전 수석은 지난달 29일 페이스북에 “다수의 한국인은 ‘위안부’ 문제의 논점을 다 안다고 생각하기에 십상이다. 그런 분에게 이 영화는 ‘지피지기’기 필요함을 알려 줄 것”이라며 적극적으로 영화관람을 권했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6일 오후 3시 기준 예매율 1위는 방탄소년단의 ‘브링 더 소울:더 무비’(예매율 35.3%)였고, 2위는 '엑시트'(예매율 20.2%)였다. 봉오동전투는 예매율 16.7%로 3위다. 다른 두 영화는 아직은 고전하고 있다. 다만 8·15 광복절을 앞두고 항일 영화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질 거란 관측이 나온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