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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위 아이들이 양치질 교육보다 더 원했던 건 깨끗한 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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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유원희의 힘 빼세요(15)

에티오피아 항공을 타고 약 한 시간 반 동안 말라위를 향해 날아갔다. [AFP=뉴스1]

에티오피아 항공을 타고 약 한 시간 반 동안 말라위를 향해 날아갔다. [AFP=뉴스1]

에디오피아에서 약 한 시간 반 비행 끝에 말라위에 도착했다. 인구 약 2000만 명의 국가로 기독교인이 약 85%라고 한다. 일부 국민은 이슬람교를 믿는다. 말라위는 에티오피아에서 케냐와 탄자니아를 거쳐 내려간 곳에 있다. 수도는 릴롱궤. 그곳까지 에티오피아 항공을 타야 하는데 많은 사람이 걱정했다. 안전문제 때문. 그러나 에티오피아 항공은 1945년에 창립돼 지금까지 잘 이어오고 있는 정통 항공사이다. 우리나라 대한항공보다 더 오래됐다.

아프리카지만 말라위는 국토의 대부분이 해발고도가 900∼1200m에 이른다. 아프리카에서 세 번째로 큰 나라다. 아열대계절풍기후로 11∼4월이 우기이고, 5∼11월은 선선한 건기이다. 내가 간 시기는 건기라 큰 어려움은 없었다.

1891년부터 1964년까지 영국의 식민지 지배를 받은 이 나라는 절대 빈곤층 비율이 50%나 된다. 담배, 차, 설탕, 커피, 면화, 커피, 피너츠, 목재 등 주로 농산물을 수출하고 있다. 최근에는 세계적으로 담배 수요가 줄어 수출 전선에 먹구름이 끼었다. 1994년 첫 대통령 선거로 물루지가 집권하면서 정치와 경제의 민주화와 개방화 물결을 타기 시작했다. 말라위의 주식은 옥수수를 가루로 내어 만든 ‘시마’라는 음식이다.문맹률도 높고 AIDS가 창궐하고 있다.

고속도로변에 말린 들쥐를 팔러 나온 아이들

말라위 공항에서 수도로 이동하는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접한 첫인상은 아주 척박한 땅의 모습 그대로였다. 건조하며 풀이 거의 없는, 마치 메마른 사막 지역 같아 보였다. 고속도로변에서 종종 눈에 띄는 것은 들쥐를 말려 팔려고 나온 어린 소년들이었다.

우리 부부는 축구장 건립을 위한 재정적 지원을 한 것이 인연이 되어 말라위에 오게 되었다. 첫날은 수도 근교에 있는 인구 80만 명의 빈민 도시 '은퀘냐'에 위치한 홉그린라이트학교 축구장 건립 기념식에 참석했다. [사진 유원희]

우리 부부는 축구장 건립을 위한 재정적 지원을 한 것이 인연이 되어 말라위에 오게 되었다. 첫날은 수도 근교에 있는 인구 80만 명의 빈민 도시 '은퀘냐'에 위치한 홉그린라이트학교 축구장 건립 기념식에 참석했다. [사진 유원희]

우리 부부는 지난 2년간 축구장 건립을 위한 재정적 지원을 한 것이 인연이 돼 이곳을 방문하게 됐다. 첫날은 수도 근교 80만 명 인구의 빈민 도시 ‘은퀘냐’에 위치한 홉그린라이트(Hope Green Light)학교 축구장 건립 기념식에 참석했다. 학교 정원은 약 500명 정도라고 하지만 이 지역의 취학 연령에 달한 청소년은 약 7만 명이라고 한다. 그러면 나머지 청소년은 어디서 교육을 받을까 하는 안타까운 궁금증이 생긴다.

원래는 마을 추장이 제공한 공터에다 축구장을 지어주기로 했다가 일부 지역 주민의 반대로 이곳 학교 내에 짓는 것으로 축구장 건립 계획이 변경됐다. 그날 행사에 참석한 추장과 동네 주민, 학교 관계자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보람을 느끼는 일을 했다는 뿌듯함이 있었다.

축하 친선 게임이 벌어졌다. 말리와, 살리마. 그리고 은궤냐 4팀으로 나뉘어 축구 대항전을 가졌다. 생중계하는 장내 아나운서가 인상적이었다. 축구를 하는 아이들은 모두 날렵하게 움직였다. 역시 축구는 만국 공통 언어다.

어린이 300여명에게 양치질 교육  

환경이 열악한 곳의 어린이에게 무엇이 필요할까. 여러 가지가 필요하겠지만, 치과의사인 나로서는 치아건강이 마음에 걸렸다. 그런 마음으로 수도 릴롱궤에서 차로 한 시간 걸리는 말리와라는 곳의 300여명 어린이를 대상으로 보건교육을 갔다.

건기라 바짝 마른 비포장도로를 달렸다. 황색의 자욱한 먼지가 피어올랐다. 마을로 들어서자 지붕에 십자가를 매단 예배당 건물이 보이고 찬양 소리가 들려왔다. 황량하기 그지없는 마을이지만 찬양 소리가 들리니 어느 정도 마음이 놓였다.

교회 안에는 많은 어린이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곳에서 우리는 준비해간 치약, 칫솔 등을 나누어주며 양치질하는 방법을 설명했다. [사진 유원희]

교회 안에는 많은 어린이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곳에서 우리는 준비해간 치약, 칫솔 등을 나누어주며 양치질하는 방법을 설명했다. [사진 유원희]

교회 안으로 들어서니 많은 남녀 어린이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곳에서 우리는 준비해 간 치약과 칫솔, 그리고 야간의 간식을 담은 백을 하나하나 나누어주는 행사를 진행했다. 그리고 각자가 받은 솔과 치약을 꺼내도록 하고 아이들에게 양치질하는 방법을 하나, 둘, 셋하며 설명했다.

아이들이 영어를 잘 알아들었다. 나중에 깨달은 사실이지만 이 아이들이 실질적으로 더 필요한 것은 깨끗한 물이라는 사실이었다. 다음에는 이 아이들에게 깨끗한 물을 주기 위해 우물을 파주는 일을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원희 WY 치과 원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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