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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내일 2차보복 수위 결정, 1100개 중 몇개 규제할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일본 정부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 이후 한국도 맞대응에 나서면서 한·일 경제전쟁이 장기전으로 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본이 한국 수출품에 ‘비관세장벽’ 카드를 쓰거나 농수산·금융 등으로도 전선이 넓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내일 발표 ‘포괄허가취급요령’, 개별허가 범위 관건

당장 지켜볼 일정은 내일(7일) 발표가 예정된 시행세칙 ‘포괄허가취급요령’(통달)의 구체적인 내용이다. 이는 ‘화이트리스트 한국 제외 시행령’(정령)의 하위 법령인데, 1100여개 전략물자 품목들 가운데 어떤 품목을 ‘개별허가’로 돌릴지를 결정한다.

‘개별허가’가 아닌 ‘특별일반포괄허가’를 받으면 그나마 번거로움이 덜하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에도 자율준수프로그램(CP) 기업을 통한 ‘특별일반포괄허가’ 제도를 활용할 경우 국내 정보기술(IT) 하드웨어 업체들에 단기적으로 생산 차질이 생길 가능성은 미미할 것”이라면서 “중국ㆍ대만ㆍ싱가포르 등이 화이트리스트 국가가 아닌데도  생산 차질을 겪지 않은 것은 특별일반포괄허가제도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래픽] 일본의 대 한국 경제보복 1·2차 및 3차 전망   (서울=연합뉴스) 김영은 기자 = 일본이 2일 끝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면서 조선과 농수산, 금융 등으로도 확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0eun@yna.co.kr (끝)

[그래픽] 일본의 대 한국 경제보복 1·2차 및 3차 전망 (서울=연합뉴스) 김영은 기자 = 일본이 2일 끝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면서 조선과 농수산, 금융 등으로도 확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0eun@yna.co.kr (끝)

쉽게 말해 일본 정부가 7일 개별허가 품목을 어느 정도로 조정할 것인가에 따라 한국 기업에 대한 피해 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 것이다. 앞서 일본 정부는 불화수소나 포토레지스트 등 반도체 3개 소재를 개별허가 대상으로 돌린 바 있다.

만일 일본 정부가 개별허가 품목을 추가로 지정한다면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로 직접 타격받는 기업들은 더 늘어날 수 있다. ‘개별허가’를 받게 되면 경제산업성은 90일 안에 수출신청 허가 여부를 결정하는데, 심사를 고의로 지연시킬 수도 있고  막판에 제출 서류 보완을 재차 요구하는 식으로 우리 기업을 곤혹스럽게 할 수 있는 것이다.

반대로 추가로 개별허가 품목을 지정하지 않을 경우, 기존 3개 소재를 제외한 품목은 일본 경제산업성의 1300개 CP 기업 리스트를 잘 활용하면 일본 수출 규제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을 수 있다.

한국 수출품에 ‘비관세장벽’ 카드 가능성

일본이 지금까지 내놓은 수출규제는 한국의 수입을 규제하는 것이어서 우리나라의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그러나 일본이 한국을 계속 압박하고자 한다면 일본으로 들여오는 한국산 물품으로 화살을 돌릴 수 있다.

이를 위해 쓸 수 있는 방법이 비관세장벽이다. 반덤핑관세나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와 같은 수입규제는 WTO 규정에 따라 절차를 밟아 진행해야 하지만, 비관세장벽은 자국의 법으로 시행할 수 있어 보호무역의 도구로 많이 활용된다. 표준이나 시험검사 관련 제도를 까다롭게 해 수입을 제한하는 무역기술장벽, 수입물량을 직접 규율하는 수입쿼터제도 등이 그 예다.

일본 비관세장벽의 타깃이 될 수 있는 분야로 한국이 수출하는 농수산물이 꼽힌다. 농식품에서는 파프리카ㆍ토마토ㆍ김치, 수산물에서는 참치ㆍ김ㆍ전복 등이 있다. 지난해 파프리카 수출액 가운데 일본 비중은 99%에 달할 정도로 일본 의존도가 높다. 또 우리나라의 김 전체 수출의 22.5%인 1억1800만 달러가 대(對)일본 수출이었다. 일본 언론은 최근 일본 정부가 반도체 소재에 이어 한국 농식품을 추가 규제 품목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일본이 산업은행의 대우조선해양 공적자금 지원을 문제 삼아 WTO 제소 절차를 밟고 있는 조선업도 타깃이다. 일본은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와 관련한 핵심 절차인 기업결합심사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사이토 유지 일본조선공업회 신임 회장은 “압도적인 조선 그룹이 탄생하는 것은 매우 위협적”이라며 "각국 공정거래위원회가 이 합병을 그냥 지켜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자간 통상 협정과 금융 분야 보복 시나리오

지난 3월 일본 정부는 징용배상 소송과 관련해 한국의 포괄적ㆍ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막는 방안을 보복 조치로 검토하기도 했다. 당시 산케이신문은 “일본 정부는 한국에서 자산이 압류된 일본 기업에 실제 피해가 나온 경우에 대응조치를 발동할 방침”이라며 한국이 CPTPP 가입을 신청하면 일본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이 한일 양국의 약속을 지키지 않듯이 TPP(일본에서 사용하는 CPTPP의 명칭)도 지키지 않을 것"이라는 게 당시 일본 정부 관계자가 밝힌 가입 거부 명분이다.

일본계 금융사들이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 한국으로 흘러간 자금을 회수, 위기 상황을 악화시킨 것처럼 이번에도 일본계가 자금의 만기 연장이나 신규 대출을 거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러나 일본계 자금이 국내 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다는 점에서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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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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