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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경험 말할 때 ‘겸손’은 금물, 철학·관점 드러내야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이경랑의 4050세일즈법(15)

20여년의 영업 관리 업무 경력을 가진 A 씨가 한 중견기업의 임원직에 지원했다. 이 기업에서는 다양한 경험을 가진 A 씨의 유연성을 기대하고 면접을 진행했다. [사진 pxhere]

20여년의 영업 관리 업무 경력을 가진 A 씨가 한 중견기업의 임원직에 지원했다. 이 기업에서는 다양한 경험을 가진 A 씨의 유연성을 기대하고 면접을 진행했다. [사진 pxhere]

바이오 영역에서 꽤 탄탄한 중견기업이 영업 관리 및 내부 경영 전반을 책임질 임원을 뽑기 위해 면접을 진행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에서 영업 및 영업 관리 전반의 업무를 20여년간 경험한 후보자 A씨. 바이오 쪽 경험은 전무했지만, 오히려 다양한 영역에서 오는 유연성을 기대하고 면접을 진행했다.

해당 중견기업의 대표는 A씨에게 회사의 객관적 상황과 비전 등을 간단히 이야기한 후 가볍게 차 한잔 권하며 이렇게 질문했다. “오랜 시간 영업업무를 했는데 특별한 철학이 있을까요?” A 씨는 “특별한 건 없었던 것 같아요.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고, 고객과 회사의 이익을 잘 조정했던 것 같네요”라고 답했다.

몇 가지 대화가 더 오가고 기업의 대표는 또 한 번 질문을 던졌다. “과거에 거의 10년간 자동차 부품 쪽에서 일했는데 요즘은 이 분야의 성장세가 어떤가요?” 답변은 간단했다. “그때는 아주 좋았던 시기였습니다. 요즘은 다들 성장도 둔하고, 경쟁이 치열해 쉽지 않지요.”

직급이 올라가면 기업은 단순히 일을 잘하는 업무 능력을 요구하기보다는 조직을 이끄는 자질을 기대한다. [사진 pxhere]

직급이 올라가면 기업은 단순히 일을 잘하는 업무 능력을 요구하기보다는 조직을 이끄는 자질을 기대한다. [사진 pxhere]

여러분이 면접을 진행했다면 A씨를 해당 기업의 임원으로 합격점을 줄 수 있었을까? 4050세대의 면접, 제2의 인생에 필요한 새로운 도약을 위한 면접, 신입사원 면접은 서로 어떤 면에서 다를까? 기본적으로 4050세대의 면접에서는 자신의 경험을 앞으로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인가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위 사례에서 A 씨는 열심히, 좋은 성과를 거두며 20여년의 직장생활을 수행할 수 있다. 새로운 환경에서 주어진 업무를 잘해낼 수도 있을는지 모른다. 그러나 이제까지의 경험과 경륜을 상대방이 어떻게 이해하고, 인식하게 할 것인가는 다른 문제다.

업무 능력보다 더 중요한 것

또 하나 직급이 올라가면 기업은 그에게 단순히 ‘일’을 잘하는 업무 능력보다는 조직을 이끌기 위한 자질을 기대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과 조직 등 전반에 대한 통찰력이 어떠한가를 알고 싶어 한다. 자신이 어떻게 업무를 수행해 왔는가에 대한 단순한 ‘사실’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이야기다.

‘특별한 것 없다’는 표현이 겸손만으로 비치지 않을 수 있다. ‘요즘은 경쟁이 치열해서 어렵다’는  전문성이나 비즈니스 역량의 부족함으로 보였을 수 있다.

4050의 면접은 단순히 ‘나’의 경험을 포장하거나 실력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철학과 관점을 표현함으로써 상대방이 ‘나’의 가치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진 pxhere]

4050의 면접은 단순히 ‘나’의 경험을 포장하거나 실력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철학과 관점을 표현함으로써 상대방이 ‘나’의 가치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진 pxhere]

20여년 이상의 영업 경험에서 얻은 자신의 철학과 관점을 표현했다면 어땠을까? 과거 몸담았던  업종의 본질에 대해, 변화의 핵심에 대해 간결하게 전달할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4050의 면접은 ‘나’ 자신의 관점과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이 상호 잘 어울리고, 제대로 결합할 수 있을지를 서로가 확인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더욱 그럴 것이다.

과거 모 화장품 회사에서 신입사원 면접시험 문제를 이렇게 제시한 바 있다. ‘아름다움에 대해 정의하시오.’ 화장품 회사에 입사한다면 적어도 아름다움에 대한 자기 생각을 피력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후보자의 통찰력, 표현력과 함께 전반적인 사고력을 판단해보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시간의 흐름을 반추하고 우리의 경험에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정할 수 있을 것이다. 삶에 ‘겸손’이라는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과 ‘도전’이라는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은 분명 미래를 살아가는 관점이 다르지 않겠는가?

단순히 ‘나’의 경험을 포장하거나 실력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철학과 관점을 표현함으로써 상대방이 ‘나’라는 사람의 가치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면접이라는 특별한 이벤트에 국한할 필요는 없다. 평소의 대화에서, 특히 누군가에게 내 생각을 영향력 있게 전달하고 싶을 때도 마찬가지다.

전문가란 매우 협소한 분야에서 저지를 수 있는 모든 실수를 저질러본 사람이라는 명언이 있다. 자신의 경험에 의미를 부여하고 가치 있게 전달할 수 있을 때, 다시 새 출발을 할 수 있다. [사진 pxhere]

전문가란 매우 협소한 분야에서 저지를 수 있는 모든 실수를 저질러본 사람이라는 명언이 있다. 자신의 경험에 의미를 부여하고 가치 있게 전달할 수 있을 때, 다시 새 출발을 할 수 있다. [사진 pxhere]

명언, 내 경험에 가치 부여

나의 경험을 의미 있게 해석해 가치를 부여하기 위해서는 많은 명사의 명언, 속담 등을 결합해 보는 것도 좋다.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덴마크 출신의 물리학자 닐스 보어는 이런 명언을 남겼다. ‘전문가란 매우 협소한 분야에서 저지를 수 있는 모든 실수를 저질러본 사람이다.’ 이 명언은 전문가가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정의를 내림과 동시에 그가 연구 과정을 수행하며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보이는 성공 이면에 얼마나 많은 좌절과 싸웠어야 했는지를 간접적으로 알 게 해준다. 자신의 경험에 의미를 부여하고 가치 있게 전달할 수 있을 때, 나 자신과 세상이 다시 새 출발을 할 수 있는 토대가 구축될 수 있다.

이경랑 SP&S 컨설팅 공동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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