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전 준비하는 미 육군, '총'에서 '작전 개념'까지 모두 바꾼다

중앙일보

입력 2019.08.02 11:00

Focus 인사이드 

재래식 전력을 놓고 볼 때 세계 최강의 전력을 꼽으라면, 미 육군을 먼저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미 육군은 여러 전쟁을 통해 강력한 전력을 선보여왔다. 하지만, 9·11 사태 이후 테러와의 전쟁에 집중하면서 전면전보다는 비정규전에 치중된 모습을 보였다.

전투복·소총·방탄모 모두 바꾼다
'사이버 위협' 대응, 작전도 바꿔
한국군, 어느정도 따라가고 있나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은 비정규전의 성격이 강했지만, 미 육군에 큰 악영향을 미쳤다. [사진 미 육군]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은 비정규전의 성격이 강했지만, 미 육군에 큰 악영향을 미쳤다. [사진 미 육군]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의 오랜 전쟁은 엄청난 전쟁 비용을 치렀다. 거기에 경제난까지 더해져 예산 문제로 여러 프로그램이 취소되면서 각종 장비가 노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미 육군이 다시 강대국과의 전쟁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인다.

러시아와 중국이 자극한 미 육군의 변화

미국은 2001년부터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비정규전을 벌이고 있었다. 미국이 상대한 적은 전차나 전투기도 없는 알카에다나 탈레반 같은 조직들이었지만, 그들은 산악과 도심에 숨어서 급조폭발물(IED)이나 자살폭탄 공격으로 미군을 괴롭혔다.

이런 양상의 전쟁이 10년 넘게 이어지면서 막대한 전쟁 비용도 부담이 되었다. 그러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등과 같은 여러 문제로 혹사당한 장비들과 노후한 장비들의 교체가 늦어졌다.

하지만, 미국에 새로운 위협이 대두하기 시작했다. 바로 러시아와 중국의 부상이다. 러시아는 2008년 조지아 전쟁 이후에도 서방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했지만, 2014년 크림반도 강제 합병 이후에는 유럽에 대한 공세적인 자세를 풀지 않고 있다.

유럽안보협력기구 OSCE가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확인한 러시아군 전자전 시스템 [사진 unian.info]

유럽안보협력기구 OSCE가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확인한 러시아군 전자전 시스템 [사진 unian.info]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벌이고 있는 전자전은 미국은 물론이고 유럽 각국에도 큰 위협이 되고 있다. 러시아는 지금도 간헐적으로 자신들의 국경과 인접한 국가들에 대해서 GPS 신호를 방해하고 있다. 그 밖에도 가짜 뉴스를 통한 사이버 심리전과 악성코드 공격과 같은 사이버전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중국은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남해 9단선이라고 불리는 가상의 선을 설정해 분쟁 수역으로 규정하여, 그선 안에 들어가는 넓은 바다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면서 주변 국가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그래서 그 수역을 항행의 자유가 보장된 공해로 보고 있는 미국 등과 충돌하고 있다. 중국의 이런 움직임은 미국 정부의 태평양 정책을 중국 견제를 위해 인도를 더 한 ‘인도-태평양’ 정책으로 확대되도록 만들었다.

미국은 러시아와 중국의 군사력 증강에 대응하기 위해 2018년 1월 새로운 국방전략(NDS)을 발표하면서 테러 저지에서 중국과 러시아와 같은 대등한 적에 대한 대응으로 방향을 바꿨다.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에 붙잡혀 있는 동안 러시아와 중국은 군을 현대화하고 전략을 증강하면서 힘을 비축해왔다.

하지만 미 육군은 2016년 10대 현대화 과제를 선정하는 등 정부의 국방전략 개정 이전부터 현대화를 준비하고 있었다.

미 육군 현대화를 책임질 미래 사령부 부대 표식 [사진 미 육군]

미 육군 현대화를 책임질 미래 사령부 부대 표식 [사진 미 육군]

미 육군 현대화의 중심에 선 미래사령부

미 육군은 2017년부터 2016년 선정한 10대 현대화 과제를 다듬은 6가지 현대화 우선순위를 선정하여 집중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여기에 포함되는 것으로는 장거리 정밀화력(LRPF), 차세대 전투차량(NGCV), 미래 수직이착륙기(FVL), 네트워크, 대공 및 미사일 방어 그리고 병사 살상력이 있다. 이들 우선순위에서 개발되는 것들은 빠르면 2020년대 중반 이후 미 육군에 배치되기 시작할 전망이다.

이들 현대화 우선순위를 전담하기 위해 2017년 10월 대장급이 지휘하는 사령부인 미래사령부(AFC)가 창설되었고, 텍사스주 오스틴에 위치한 텍사스 대학교에 본부를 두었다. 미래사령부는 산하에 각 우선순위를 담당할 교차기능팀(CFT)을 두고 있다.

미래사령부는 기존에 해왔던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용이 많이 드는 획득 방식을 버렸다. 성숙한 기존 기술을 토대로 기존 방식대로라면 10~15년이 걸릴 획득 절차를 그 절반 이내에 끝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런 노력은 신기술이 적용된 무기 개발에도 적용된다. 미래사령부 산하 신속능력 및 중요기술 사무국(RCCTO)은 앞으로 4년 이내에 극초음속 무기와 레이저 무기를 배치할 것이라고 지난 6월 밝혔다. 2022 회계연도 말까지 50kW 레이저 무기를 장착한 스트라이커 장갑차를 도입하고, 2023 회계연도는 이동식 발사대에서 운용될 장거리 극초음속 미사일을 배치할 예정이다.

장거리 화력 현대화에 포함된 사거리 연장 곡사포 ERCA 프로그램에 따라 포신이 개량된 M777 곡사포 [사진 미 육군]

장거리 화력 현대화에 포함된 사거리 연장 곡사포 ERCA 프로그램에 따라 포신이 개량된 M777 곡사포 [사진 미 육군]

미래사령부는 단지 장비 개발과 획득만 담당하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도입될 로봇이 병사들과 효과적으로 작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임무 명령 체계를 개발하는 등 미래 작전개념 개발도 담당하고 있다. 이 외에도 가상현실과 융합한 새로운 합성 훈련 시스템 등 다양한 것들의 개발을 관리하고 있다.

육군은 새로운 장비를 도입하는 것 외에도 기존 장비를 개량하는 작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M1 에이브람스 전차, M2 브래들리, 스트라이커 장갑차 등에 능동방어장치(APS)를 장착하기 위한 사업을 벌였다. 이 사업을 통해 이스라엘제 트로피 시스템을 장착한 M1A2C 전차를 유럽에 배치했다.

미 육군의 신속 기동전력으로 평가받는 스트라이커 차륜형 장갑차 부대도 화력을 강화하기 위해 신형 포탑을 도입했고, 현재도 새로운 화력지원 수단을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 저고도 대공방어를 담당하는 어벤저 시스템도 인근의 레이더와 연동하도록 개량하고 있다.

미 육군은 현대화에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2017 회계연도 예산 요구안에서 현대화 관련 예산은 6억 달러에 불과했지만, 2018 회계연도 예산 요구안의 현대화 관련 예산은 268억 달러로 크게 늘었다.

전투복에서 소총탄까지, 기본도 바꾼다.

미 육군의 현대화는 장비만 바꾸는 것이 아니다. 2004년부터 사용해온 ACU로 불리던 전투복도 OCP라는 신형으로 교체했다. ACU는 과거 미 육군이 어떤 환경에서도 탁월한 위장 효과를 낸다고 자신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했다. 단지 위장무늬만 바뀐 게 아니라 전투복 디자인도 바뀌었다.

전투복 교체보다 더 큰 파급력을 지닌 소총과 기관총용 총탄 교체도 미래사령부의 병사 상상력 분야로 추진되고 있다. 차세대 분대무기(NGSW) 사업을 통해 현재 M4 소총과 M249 기관총에 쓰이는 구경 5.56mm 탄환 대신 사거리와 저지력이 뛰어난 6.8mm 탄환이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야전 운용시험중인 IHPS 헬멧 [사진 미 육군]

야전 운용시험중인 IHPS 헬멧 [사진 미 육군]

미 육군이 6.8mm 탄환을 정식으로 도입한다면, 과거 5.56mm 탄환을 도입하면서 나토 회원국과 동맹들이 7.62mm 탄환을 버렸던 일을 상기할 정도로, 다른 국가들에 미칠 충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병사들의 기본 방어 장구인 헬멧과 방탄복도 꾸준하게 교체하고 있다. 미 육군은 2002년 ACH라는 헬멧을 도입한 후 2011년에는 ECH를, 이제는 IHPS로 교체를 준비하고 있다. IHPS는 과거 헬멧보다 보호 면적은 줄어들었지만, 방호력은 향상되었다. 그리고, 헬멧에 각종 장비를 장착하기 쉽도록 레일 시스템이 적용되었다.

다영역 작전으로의 변화

미 육군의 현대화는 장비에 국한되지 않고, 작전 개념도 바꾸고 있다. 현재 미 육군의 작전 개념은 다영역 작전(Multi-Domain Operation)이다. 다영역 작전개념은 가능한 모든 방법으로 모든 영역에서 작전한다는 개념이다.

예를 들어 과거 미 육군은 제공권은 미 공군이나 해군 항공대에 의지할 수 있었지만, 적이 강력한 대공방어 시스템을 갖추면서 이런 지원을 받기 어렵게 되었다. 이런 환경에서 작전을 위해 대공방어망을 강화하고 있다. 해안에서의 전투를 벌일 경우 해군 함정의 지원을 받을 수 있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적 함선을 견제하기 위해 지대함 미사일을 운용할 수 있도록 전략을 바꾸고 있다. 즉 이전에 다른 군의 지원을 받았던 것을 스스로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다영역 작전이다.

미 육군은 다영역 작전이 일환으로 2018년 하와이에서 지대함 미사일 발사 시험을 가졌다. [사진 미 육군]

미 육군은 다영역 작전이 일환으로 2018년 하와이에서 지대함 미사일 발사 시험을 가졌다. [사진 미 육군]

작전의 개념과 함께 작전 영역도 지상, 하늘 그리고 우주로 넓어졌다. 다영역 작전의 도입으로 기존에 분리되어 있던 분야가 하나로 합쳐지기도 했다. 미 육군은 2015년부터 사이버와 전자전을 합쳐 사이버 전자기 활동(CEMA)이라고 부르고 있다. 미 육군 사이버 사령부는 2019년 6월부터 각 사단, 여단, 대대에 CEMA팀을 파견할 예정이다.

작전개념에 사이버가 포함되면서, 기존 개념도 변화가 일어났다. 현대전은 작전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지휘, 통제, 통신, 컴퓨터(C4)와 정보, 감시 및 정찰(ISR)이 합쳐져 이루어진다. 이를 합쳐 C4ISR로 부르는데, 미 육군은 여기에 사이버 공간을 포함해 C5ISR로 확대했다. 미 육군은 전투능력개발사령부(CERDEC)에 C5ISR 센터를 두고 있다.

미 육군은 다양한 분야의 현대화 활동을 통해 말 그대로 “모든 면에서 적보다 우월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미 육군도 어려움은 있다. 바로 인력 문제다. 미 육군은 2018 회계연도에 목표한 모병 인원에서 6500명이 부족했다. 병력 부족은 미국 내 경제 상황이 좋아진 것도 이유지만, 미국의 이민 규제가 강화된 것도 한 이유다.

미 육군은 사이버를 합쳐 C5ISR로 확장시켰다. 미 육군 전투능력개발사령부 산하 C5ISR 센터 홈페이지 [사진 미 육군]

미 육군은 사이버를 합쳐 C5ISR로 확장시켰다. 미 육군 전투능력개발사령부 산하 C5ISR 센터 홈페이지 [사진 미 육군]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 하나?

미 육군이 추진하는 것들은 미국의 동맹국들이 따라갈 기준 모델이 되곤 한다. 우리 육군도 미 육군의 변화를 벤치마킹하면서 워리어플랫폼, 드론봇전투단, 아미타이거 등 다양한 발전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사례에서 우리에게 맞지 않는 것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예산이나 기타 이유로 필수적인 사항이 누락되거나 요건이 완화되는 경우가 있어서는 안 된다. 얼마 전 전자담배 발화로 군복에 불이 붙어 화상을 입었던 병사의 사례는 군복이 마주할 상황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의 미비를 보여주는 사례다.

K2 흑표 전차 [사진 육군]

K2 흑표 전차 [사진 육군]

장비 국산화도 중요한 사항이지만, 전체 시스템 가운데 일부의 국산화 추진으로 전체 사업이 지연되는 상황을 맞아서는 안 된다. K-2 흑표 전차 2차 양산이 지연된 이유가 파워팩 국산화 지연이다. 파워팩 문제로 인해 전차 하부 시스템 공급 업체들이 겪은 어려움은 심각했다.

국방비는 국가가 어려움에 부닥쳤을 때 그 가치가 드러난다. 우리 군에 선진국 수준의 장비를 주는 것을 돈 문제로 꺼려서는 안된다. 병 월급 현실화를 주장하지만, 그 병력이 갖출 장구에 들어가는 돈을 아낀다면 조삼모사일 수밖에 없다.

육군의 여러 계획을 정부가 그리고 국민이 지지하게 하려면, 육군은 명확한 요구사항(ROC)을 만들고, 획득을 담당하는 방위사업청은 군의 요구에 맞는 장비를 들여오기 어렵게 만드는 규정을 손질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감사원은 군의 요구가 지나친 것이 아닌지를 감시하고 평가할 능력을 갖춰야 한다.

여기에 더해 정부의 위협에 대한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 미국을 포함한 많은 나라가 사이버 공격을 군사적 위협으로 포함하고 있다. 현 정부 들어 남북관계는 이전보다 군사적 긴장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서도 정부 기관이나 공직자에 대한 북한으로 의심되는 사이버 공격은 계속되고 있다. 군과 정부 모두 현실에 입각한 냉정한 군사전략의 수립이 필요하다.

최현호 군사 칼럼니스트·밀리돔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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