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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해리스 주한 美대사 “중국은 한국을 지켜주지 않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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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 미국대사 직격 인터뷰 

해리 해리스

해리 해리스

해리 해리스(사진) 주한 미국대사는 미·중 갈등과 관련, “미국은 한국에 선택을 요청하는 것이 아니다. 한국이 이미 선택했다고 생각한다”며 “한국은 미국과 동맹을 맺고 있고, 미국은 한국을 방어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 중국은 그렇지 않다. 중국은 북한을 방어하는 데 전념해 왔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한국, 중국은 북한 방어” #한·일 지소미아 파기시 매우 유감 #트럼프의 북 미사일 ‘작은 것’ 언급 #아직은 주먹을 뻗지 않겠다는 것

해리스 대사는 지난달 31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중국과의 지리적 인접성, 밀접한 경제 관계 등으로 외교적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에 이같이 말했다. 해리스 대사는 이어 러시아와 국경을 접한 미국의 유럽 내 동맹들을 언급하며 “이들이 러시아로부터 느끼는 압력의 무게감은 한국이 중국으로부터 느끼는 압박감과 비슷하다. 그 점에서 한국만 독특한 경우는 아니다”며 “이것은 가치이고, 동맹이며, 당신을 보호한다는 것이다. 동맹이 우리 국가 모두에 매우 중요한 이유”라고 밝혔다.

최근 중국이 발표한 국방백서에서 성주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를 거론한 데 대해선 “상호 방어 약속에 따라 이 나라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를 놓고 한·미가 내린 결정에 대해 중국이 결정권(vote)을 행사해선 안 된다”며 “현재 우리는 그곳에서 작전을 하고 있고 사드 시스템은 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해리스 “사드는 한·미 동맹이 결정한 것, 중국이 관여할 일 아니다”

해리스 대사는 “사드의 한반도 배치는 한국 정부도, 미국 정부도 아닌 한·미 동맹이 결정한 사안”이라며 “사드가 배치된 이후 한국 남부에 거주하는 시민과 미군들을 성공적으로 보호해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16년 우리가 (사드 도입을) 고려할 때 밝혔던 것처럼 사드 시스템이 중국에 주는 위협은 제로다. 성주의 사드 시스템은 한 개지만 중국은 한국에 도달할 수 있는 수천 개의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드는 중국의 (한반도)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설계된 것이 아니고 북한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도 재차 강조했다.

해리스 대사는 사드 반대 단체의 기지 진입로 차단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겠다. 모두가 집회의 자유를 갖고 있다는 데 당신도 동의할 것이라고 나는 확신한다”며 “우리는 사드 기지의 효율성을 유지하기 위해 대한민국과 협력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제재에 나선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문제와 관련, 해리스 대사는 “5세대 이동통신(5G)이 한국과 미국, 다른 나라들에 걸쳐 완전히 실현됐을 때 안보와 우리의 삶,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우려된다”며 “국가의 안보기관들이 요청하면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국내법하에 있는 회사들의 보안 문제에 대한 우려”라고 지적했다. 화웨이는 “중국의 국가정보법 때문에 그런 부류에 속한다”는 것이다.

해리스 대사는 “이곳(한국의) 지도자들과 그런 논의를 하고 있지만 내용은 공개하기 어려운 외교적인 것들이라고 본다. 나는 이 문제를 공개적으로 이야기했고, 계속 그렇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는 지난해 5월까지 미 태평양군 사령관으로, 동북아 지역 안보를 관장했다.  한·일 군사정보 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이슈도 그의 일이었다. 부임 1년을 맞은 해리스 대사를 지난달 31일 서울 정동의 관저 하비브하우스에서 만났다.

미국이 한·일에 ‘휴전 협정(Standstill Agreement)’을 제안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용어도 생소하고, 잘 알지 못한다. 다만 미국은 한·미·일 3자 관계 강화에 전념한다는 점을 얘기하고 싶다. 특히 올해 우리는 북한 김정은이 약속을 지키도록 압박하고, 유엔 제재와 그 밖의 모든 것을 준수하도록 해야 한다. 아시아에서 한·일이 함께 적극 관여하지 않고서 해결 가능한 경제적 또는 안보적 문제는 없다. 한·일이 대립하면, 북한 비핵화 문제와 중국으로 인한 도전들, 그 밖의 다른 중요한 이슈에 대응하는 게 어렵게 된다. 미국은 한·일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길 희망하며, 그렇게 되도록 두 나라를 강력하게 독려할 것이다.”

 "美의 두 동맹인 한일 대립 지켜보는 건 고통"

그는 인터뷰 중 “우리의 두 동맹이 지금처럼 서로 대립하는 상황을 지켜보는 것이 고통스럽다”는 말도 했다.

한국은 지소미아 연장 문제도 대일 카드로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부임 직전까지 (태평양사령관으로) 지소미아 성사를 위해 노력했기에 이 문제를 잘 알고 있다. 나는 지소미아가, 한·일간 군사협력의 성숙도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믿는다. 미국과 한국, 일본의 국방·안보 관련 정보 공유 역량이 향상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한국이나 일본이 양국 간 문제로 이 합의를 파기하려고 한다면 매우 유감스러울 것(regrettable)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일이 벌어지게 되면 유감스러울 것이다.”

해리스 대사는 “일본 정부가 그것(지소미아)에 대해 어떤 입장을 말했는지, 강경화 외교장관이 어떻게 언급했는지도 봤다”며 “그러나 그것이 실제 논의나 고려 대상인지는 그들에게 확인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지난달 29일 “한·일 관계가 매우 어렵지만 협력해야 할 과제는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지소미아 연장 의사를 언급했다. 이어 강경화 장관은 하루 뒤 국회에서 “지금은 유지 입장이나, 향후 상황에 따라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러시아의 합동훈련, 한국 방공식별구역(KADIZ·카디즈) 무단 진입과 영공 침공이 있었다. 6·25전쟁 이후 처음이다.
“미국은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이 그와 같은 도발에 대응한 것을 지지하고 양국과 긴밀한 협력을 유지하고 있다. 한·일 간 갈등을 이용하려는 의도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다른 나라들이 우리 동맹국들 간의 틈새(gap)를 벌리지 않도록 양국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부각시켰다는 점이다. 이것은 미국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해리스 대사는 독도를 미국 지명 위원회(USG)의 공식 명칭인 ‘리앙쿠르 암초’로 불렀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을 겨냥하지 않았다” “작은 것(smaller ones)”이라고 했다. 미국을 겨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아니면, 한국이 당면한 핵·미사일 위협은 신경 쓰지 않는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결국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맞지 않는 말이다. 대통령은 매우 깊은 관심을 갖고 있고, 미국이 한국 방어를 위해 한국과 맺은 동맹에 헌신하고 있다. 그가 하는 일은 외교를 위한 창구(window)를 만들고, 그것이 열려 있도록 하는 것이다. 최근의 미사일 발사가 UN 제재를 위반했더라도, 한국 정부가 이를 탄도 미사일이라고 규정했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하려는 일은 김정은에게 열린 손(open hand)을 내밀려는 것이지, 주먹을 뻗으려는 것이 아니다. 아직은(Yet). 나는 우리 모두가 북한의 더 큰 문제, 북한이 한국과 동북아 지역, 미국, 전 세계에 가하는 위협, 정말로 그 문제가 군사가 아닌 외교적으로 해결되길 바란다. 나는 우리 대통령이 외교가 작동할 수 있게 그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미훈련 축소 등이 북한에 잘못된 메시지를 준다는 시각도 있다.
“북한에게 협상의 기회가 있다는 희망을 줄 필요가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판문점에서 약속한 것처럼 북한이 협상에 복귀하기를 기대한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것이 매우 빨리(very soon)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실현여부는 북한에 달려 있다. 그래서 7월 말 현재 우리는 북한이 합의를 준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싱가포르에서 비핵화를 약속했고, 판문점에서 실무협상을 이어가겠다고 약속했다. 더 성공적인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와 우리, 즉 한국과 미국을 위해서다. 그리고 잠재적으로 북한을 위한 것, 밝은 미래와 그 모든 것을 위해서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사일 발언 여파로 한국 내에선 전술핵 재배치 주장도 나온다.
“전술핵무기를 (한국에) 재도입할 계획이 없다. 전혀 없다.”
미 정부가 한국에 천문학적 액수의 방위비 분담금을 제시한 것으로 안다.
“우리는 미군 기지와 여기에 배치된 한국군, 그리고 그 모든 면에서 한국이 해준 것들에 대해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한국처럼 부유하고 강한 나라, 세계 12위의 경제대국이자 G20(주요20개국) 회원국인 나라는 한국 영토에서 한국을 방위하기 위해 배치된 미군의 재정적 부담을 상쇄하기 위해 좀 더 역할을 할 수 있고 그래야만 한다(can and should)고 생각한다. 얼마나 더? 그것이 협상의 주제고, 올해 남은 기간 동안 해야 할 일이다.”
지난달 22일 광주 5·18 묘역을 찾은 해리스 대사(왼쪽 두 번째)가 ‘시민군 대변인’ 윤상원의 묘비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2일 광주 5·18 묘역을 찾은 해리스 대사(왼쪽 두 번째)가 ‘시민군 대변인’ 윤상원의 묘비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해리스 대사는 부임 기간 가장 마음에 남은 일 중 하나로 지난달 22일 국립 5·18민주묘역 참배를 꼽았다.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FINA)에 출전한 미국 대표팀 응원차 광주에 간 길이었다. “지난해 마치지 못한 일이 있었다. 광주묘역에 가고 싶었고, 보고 싶었고, 조화를 놓고 싶었다. 600여 명의 무덤에 얼마나 많은 사랑과 정성이 스며있는지를 봤다. 나는 그것이 신성한 땅이라고 생각했다. 깊은 감동이었다.” 해리스 대사는 “시민들의 희생으로 이룩한 광주의 인권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기억하겠다” 라는 글을 방명록에 남겼다.

지난해엔 묘역 방문에 반대하는 시위대 때문에 참배를 포기했다. “격렬한 시위에 깜짝 놀랐다. 집회 참가자들을 배려해 가지 않았다. 집회자들이 묘역에 모이면 묘역이라는 성스러운 공간보다 그것이 뉴스가 될 것 같았다. 올해는 시위가 없었는데, 이유는 모르겠다.”

해리스 대사의 부인 브루니 브래드리는 해리스 대사와 같은 미 해군사관학교 출신이다. 해군에서 25년 복무했다. 소탈하고 친화적인 성격으로 외교가에 회자된다. “브루니는 전국을 여행하며 한국 생활을 즐기고 있다. 스쿠버 다이버인 브루니가 최근 제주 해녀들과 잠수를 함께 했는데 최고 행복한 경험이라고 했다”며 해녀들의 사인이 담긴 책도 보여줬다.

해리스 대사는 일본계 미국인이다. 인터뷰 말미 그는 한국 생활을 얘기하면서 이 얘기를 꺼냈다. “한국에서 흥미롭게도, 나의 민족적 배경(ethnic background) 때문에 비판을 받기도 한다. 물론 중앙일보는 아니지만, 나의 배경을 공격하는 글들이 더러 있다. 나는 첫째로 미국인이고, 마지막도, 처음과 끝 사이에 있는 모든 것들로 봐도 미국인이다. 그런데도 문제가 된다. 한국처럼 진보적인 나라에서 놀라운 일이다. 하지만 나는 놀라기보다는, 대다수 한국인들에게 받은 환대를 정말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김수정·이유정 기자 kim.su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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