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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방사포” 사진까지 공개…합참은 “탄도미사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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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북한은 1일 시험발사 장면을 공개하며 발사대(원 안)를 모자이크 처리했다. [조선중앙TV=연합뉴스]

북한은 1일 시험발사 장면을 공개하며 발사대(원 안)를 모자이크 처리했다. [조선중앙TV=연합뉴스]

북한이 지난달 31일 강원도 원산 갈마반도 일대에서 쏜 발사체를 ‘신형 대구경 조종 방사포’라고 발표하면서 1일 관련 사진 15장을 공개했다. 발사체를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로 봤던 합동참모본부의 초기 평가와 전혀 다르다. 군 당국의 미사일 탐지·방어 체계에 구멍이 있었다는 의미다.

북 “신형 대구경 조종 방사포 발사” #300㎜보다 크고 유도 기능 단 듯 #볼턴도 “미사일” … 한·미 같은 판단 #북 섞어쏘기로 기만전술 가능성

북한 조선중앙TV가 1일 공개한 사진에 따르면 모자이크 처리해 흐릿하게 보이지만, 사진 속 이동형 미사일 발사대(TEL)와 발사관의 모습은 ‘북한판 이스칸데르’라 불리는 단거리 탄도미사일 KN-23과는 전혀 달랐다. 북한은 이번 발사체의 제원을 감추기 위해 사진을 모자이크 처리한 것으로 보인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북한의 방사포 가운데 구경이 제일 큰 KN-09(300㎜)와 달라 보인다”며 “좀 더 큰 구경의 방사포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신형 대구경 조종 방사포의 시험사격을 지난달 31일 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2016년 3월 22일 보도한 대구경 방사포 발사 장면.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이 2016년 3월 22일 보도한 대구경 방사포 발사 장면.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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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포는 다연장 로켓포를 뜻하는 북한의 군사용어다. ‘신형 대구경 조종 방사포’는 사거리를 늘리기 위해 구경을 키운 방사포에다 조종(유도) 기능을 갖췄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기존 KN-09 방사포의 사거리는 200㎞다. 육·해·공군본부가 있는 충남 계룡대까지 타격권에 들어간다. 신형 방사포가 250㎞를 넘어 날아갔으니 KN-09보다 크기를 키웠다는 분석이다.

합참은 하지만 단거리 탄도미사일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김준락 합참 공보실장은 1일 국방부 정례 브리핑에서 “현재까지 한·미 정보당국은 새로운 형태의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KN-23)과 유사한 비행 특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도 발사체를 ‘미사일’로 부르면서 한·미가 미사일로 공동 판단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이날 오후 조선중앙TV가 방사포 사진을 내놓으면서 합참은 당혹해 하는 분위기다. 합참은 지난달 31일 중앙방공통제소(MCRC)와 이지스 구축함, 탄도탄 조기경보레이더 등 다양한 자산으로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추적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도 방사포와 미사일을 혼동했다면 미사일 방어체계의 신뢰성이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발사체도 구분하지 못하는데 날아오는 미사일을 어떻게 막을 수 있느냐는 우려도 나온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항공우주 및 기계공학부 교수는 “최근 방사포와 미사일의 차이가 모호한 건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속도와 가속도, 사거리, 비행 궤적을 놓고 보면 방사포와 미사일은 다르다. 왜 헛갈렸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북한이 미사일을 쏘고 방사포 사진을 공개하는 기만 전술을 구사했을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논란이 계속되자 합참은 이날 오후 “지난달 31일 북한의 발사체는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이라는 한·미 정보당국의 평가에 대해선 변함이 없다”면서 “북한이 공개한 사진은 추가적으로 정밀분석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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