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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뺀 홍지민 “목소리 전과 같지 않단 말에 감량 결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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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뮤지컬 ‘맘마미아’에서 섹시한 타냐 역으로 맹활약하고 있는 배우 홍지민. 2016년 공연 당시 통통한 독신녀 로지 역을 맡았던 그가 도발적인 대변신에 성공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뮤지컬 ‘맘마미아’에서 섹시한 타냐 역으로 맹활약하고 있는 배우 홍지민. 2016년 공연 당시 통통한 독신녀 로지 역을 맡았던 그가 도발적인 대변신에 성공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요즘 뮤지컬 ‘맘마미아’ 공연에서 객석의 탄성이 쏟아지는 대목은 타냐 역을 맡은 배우 홍지민(46)이 등장하는 순간이다. 2년 전 둘째 출산 후 다이어트에 성공한 그가 아들뻘 되는 페퍼(최원섭)를 상대하며 뽐내는 성량과 카리스마는 압도적이다. 통통한 ‘애교지민’에서 180도 변신, 랩스커트 사이로 쭉 뻗은 다리를 과시하는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뮤지컬 ‘맘마미아’ 타냐 역 열연 #“고정 이미지로 나이 들긴 싫었죠 #50대에 나만의 콘서트 열고 싶어”

“저를 아끼는 음악감독이 ‘네 목소리가 예전 같지 않다’고 따끔히 말해주셨어요. 지나치게 살이 쪄서 신체 밸런스가 무너져 건강에 적신호가 온 거죠. 놀라운 건, 살을 빼고 나니 주변 분들이 ‘이제 프로처럼 보인다’고 하시네요. 그 전까지 다들 솔직하게 말 안 했단 것도 그제야 알았죠.”

평소에 비하면 15~18㎏, 출산 직후 기준으론 32㎏ 감량했다. 사실 살을 찌웠던 것도 작품 때문이었다. 그에게 2009년 한국뮤지컬대상 여우주연상을 안긴 ‘드림걸즈’를 위해 한 달 새 14㎏ 찌웠던 것. 한번 붙은 살은 빠지질 않았다. 2017년 말 둘째까지 낳고 보니 인생의 기로라고 느껴졌다. ‘변신해야 한다, 이대로 고정된 이미지로 나이 들어갈 순 없다.’

‘맘마미아’에서 홍지민(타냐)·최정원(도나)·박준면(로지)의 열창 장면(왼쪽부터). [사진 신시컴퍼니]

‘맘마미아’에서 홍지민(타냐)·최정원(도나)·박준면(로지)의 열창 장면(왼쪽부터). [사진 신시컴퍼니]

타냐 역은 그런 시기에 운명처럼 찾아왔다. 알려진 대로 ‘맘마미아’는 스웨덴 여성그룹 ‘아바’의 대표곡 22곡을 바탕으로 세 명의 동갑내기 여성과 그 주변 인물들의 인생 이야기를 들려준다. 홍지민은 앞서 2016년 공연 땐 통통한 독신녀 로지를 맡아 코믹한 캐릭터를 각인시켰다. 이번엔 셋 중에 가장 도발적이고 대담한, 세 번 이혼 경력의 타냐로 변신했다. 스스로도 타냐를 몸에 익히는 게 힘들었다고.

“극 중 연하남의 스킨십 등 모든 게 부자연스러웠어요. 별수 있나요. 죽어라 스스로 세뇌하고 연습하는 수밖에.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연출부가 ‘너 자체가 타냐인데, 뭐가 고민이냐. 그냥 즐겨라’ 하시는 거예요. 자신감이 붙고 나니 영국에서 온 오리지널 팀 제작진도 ‘역대 한국 타냐 중에 각선미가 제일 좋다’고 엄지 척해주시더라고요, 호호.”

‘맘마미아’는 1999년 4월 런던에서 초연돼 올해 제작 20주년을 맞았다. 전 세계 50개 프로덕션에서 16개 언어로 공연돼 6500만여 명이 관람했고 메릴 스트리프 주연 영화도 속편까지 나왔다. 국내에선 2004년 초연돼 지난 2016년 공연까지 1622회에 걸쳐 195만 명을 불러모았다. 제작사 신시컴퍼니 측은 “8월 중순쯤 누적 관객 200만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2017년 12월 국내 뮤지컬 사상 첫 200만 관객 돌파를 달성했던 ‘캣츠’에 이어 두 번째다.

작품 초연 당시의 관람객이 이제는 결혼해서 자녀를 데려올 정도로 세월이 지났다. 딸 소피(루나·이수빈)의 심정으로 봤던 뮤지컬을 이제 엄마 도나(최정원·신영숙)의 눈길로 보게 된 셈이다. 홍지민 역시 극 중 도나가 딸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부르는 솔로곡 ‘Slipping through my fingers’를 들으면 이제 감정이입이 된다고 한다.

“난임으로 고생하다 낳은 첫애가 다섯 살이라 요즘 유치원엘 가요. ‘이른 아침 책가방을 메고 그 애는 집을 나서죠’라는 가사처럼, 정말 아이가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것 같아 울컥해요.”

‘워킹 맘’인 그는 밖에서 독하게 연습하고 집에선 “배우의 스위치를 끄는 것”으로 균형을 잡으려 노력한다. 다이어트 관리 겸해서 매일 러닝머신 걷는 것도 힐링이 된다.

홍지민은 자신의 SNS에 체중 감량 전인 2009년과 비교 사진을 올리며 ’같은 옷, 다른 사람“이라고 썼다. [사진 홍지민 인스타그램]

홍지민은 자신의 SNS에 체중 감량 전인 2009년과 비교 사진을 올리며 ’같은 옷, 다른 사람“이라고 썼다. [사진 홍지민 인스타그램]

“연습은 고되어도 무대에 서 있을 때 스트레스 지수가 제로예요. 관객과 소통하는 순간, 정말 살아 있는 것 같아요. 배우와 아내, 엄마, 며느리로 균형을 잘 잡는 게 건강한 배우 아닐까요.”

외모 변신 후, 통통하고 코믹한 ‘감초 조연’ 제의가 뜸해진 건 사실. “뚱녀 마네킨도 나오는 시대인데 다이어트 강박이 오히려 안 좋은 메시지를 주지 않을까”하고 질문했더니 “절대 다른 이들에게 강요할 생각은 없다. 다이어트 성공이 나 스스로 약속이자 목표였을 뿐”이라고 말했다.

40대 후반의 여배우로서 지금처럼 몸매 관리하면서 새로운 역할을 찾아내야 하는 과제도 생겼다. “얼마 전 한 출판기념회에서 박정자 선생님이 ‘낭만에 대하여’를 부르시는데, 그 에너지가 말도 못해요. 여전히 모노드라마 공연하시는 윤석화 선생님은 또 어떠시고요. 그런 여자 선배들이 엄청 자극이 됐고, 저 또한 ‘롤 모델’로서 멋있게 나이 들고 싶어요.”

해외진출을 꿈꾸며 영어 공부하는 것과 피아노 배우기도 최근 시작했다. ‘10년 내 솔로 콘서트’를 위해서다.

“‘드림걸즈’의 작곡가 헨리 크리거가 저를 위해 만들어 준 곡이 있었는데, 9년을 묵혔다가 지난해 첫 미니앨범 ‘Sing Your Song(싱 유어 송)’을 냈어요. 매년 싱글 1~2곡씩 발표하다 보면 오십 대에 정규앨범 낼 수 있겠죠. 팬 1000명만 있으면 단독 콘서트 열 수 있다는데, 지금부터 그런 팬들 차곡차곡 모아서  피아노 치면서 소름 끼치게 내 노래 불러보는 게 꿈이랍니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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