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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방사포 맞다" 사진공개···軍 "탄도미사일" 오판 논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북한 조선중앙TV가 1일 공개한 지난달 31일 '신형 대구경조종방사포 시험사격' 사진.발사대(붉은 원)를 모자이크 처리했다. [연합뉴스]

북한 조선중앙TV가 1일 공개한 지난달 31일 '신형 대구경조종방사포 시험사격' 사진.발사대(붉은 원)를 모자이크 처리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지난달 31일 강원도 원산 갈마반도 일대에서 쏜 발사체를 '신형 대구경 조종 방사포'라고 발표하면서 1일 관련 사진 15장을 공개했다. 발사체를 단거리탄도미사일(SRBM)로 봤던 합동참모본부의 초기 평가와 전혀 다르다. 군 당국의 미사일 탐지 및 방어 체계에 구멍이 있었다는 의미다.

한미, 발사체를 KN-23 미사일로 평가 #한국 미사일 방어망에 근본적 의문점

북한 조선중앙TV가 1일 공개한 발사 사진에 따르면 모자이크 처리해서 흐릿하게 보이지만, 사진 속 이동형 미사일발사대(TEL)와 발사관의 모습은 ‘북한판 이스칸데르’라 불리는 단거리 탄도미사일 KN-23과는 전혀 달랐다. 북한은 이번 발사체의 제원을 감추기 위해 사진을 모자이크 처리한 것으로 보인다. 신형 방사포가 목표 지점으로 보이는 바위섬에 정확히 탄착하는 사진도 있었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북한의 방사포 가운데 구경이 제일 큰 KN-09(300㎜)와 달라 보인다”며 “좀 더 큰 구경의 방사포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신형 대구경 조종 방사포의 시험사격을 지난달 31일 했다”고 밝혔다. 이 통신은 “시험사격을 통해 전투 적용 효과성이 검증됐다”고 덧붙였다.

북한 조선중앙TV가 1일 공개한 지난달 31일 '신형 대구경조종방사포 시험사격' 사진.발사대를 모자이크 처리했다. [연합뉴스]

북한 조선중앙TV가 1일 공개한 지난달 31일 '신형 대구경조종방사포 시험사격' 사진.발사대를 모자이크 처리했다. [연합뉴스]

방사포는 다연장 로켓포를 뜻하는 북한의 군사용어다. ‘신형 대구경 조종 방사포’는 사거리를 늘리기 위해 구경을 키운 방사포에다 조종(유도) 기능을 갖췄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기존 KN-09 방사포의 사거리는 200㎞다. 육ㆍ해ㆍ공군본부가 있는 충남 계룡대까지 타격권에 들어간다. 신형 방사포가 250㎞를 넘어 날아갔으니 KN-09보다 크기를 키웠다는 분석이다.

합참은 하지만 단거리 탄도미사일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김준락 합참 공보실장은 1일 국방부 정례 브리핑에서 “현재까지 한ㆍ미 정보당국은 새로운 형태의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KN-23)과 유사한 비행특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도 발사체를 ‘미사일’로 부르면서 한·미가 미사일로 공동 판단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이날 오후 조선중앙TV가 방사포 사진을 내놓으면서 합참은 당혹해 하는 분위기다. 합참은 지난달 31일 중앙방공통제소(MCRC)와 이지스 구축함, 탄도탄 조기경보레이더 등 다양한 자산으로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추적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도 방사포와 미사일을 혼동했다면 미사일 방어 체계의 신뢰성이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발사체도 구분하지 못하는 데 날아오는 미사일을 어떻게 막을 수 있느냐는 우려도 나온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항공우주 및 기계공학부 교수는 “최근 방사포와 미사일의 차이가 모호한 건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속도와 가속도, 사거리, 비행궤적을 놓고 보면 방사포와 미사일은 다르다. 왜 헷갈렸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북한이 미사일을 쏘고 방사포 사진을 공개하는 기만 전술을 구사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북한 조선중앙TV가 1일 공개한 지난달 31일 '신형 대구경조종방사포 시험사격' 사진.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방사포의 비행을 지켜보고 있다. [뉴스1]

북한 조선중앙TV가 1일 공개한 지난달 31일 '신형 대구경조종방사포 시험사격' 사진.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방사포의 비행을 지켜보고 있다. [뉴스1]

합참은 지난 25일 북한의 KN-23 미사일의 사거리를 두 차례 고쳐 망신을 당한 적 있다. 지난 5월 4일 북한 미사일 발수도 석 달 가까이 흐른 지난달 31일 2발이라고 늑장 보고했다.

북한은 지난 5월 4일 KN-23과 방사포를 섞어 쏘는 전술 훈련을 실시했다.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유사시 북한은 방사포와 미사일 섞어쏘기로 한ㆍ미 탐지 자산에 혼선을 불러 요격을 방해하려고 한다”며 “이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논란이 일자 합참은 이날 오후 “지난달 31일 북한의 발사체는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이라는 한ㆍ미 정보당국의 평가에 대해선 변함이 없다”면서 “북한이 공개한 사진은 추가적으로 정밀분석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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