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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檢, '불법집회' 민주노총 노조원 30여명 무더기 기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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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비정규직 김수억 지회장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지난해 11월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민원실 앞에서 검찰총장 면담과 불법파견 범죄자 처벌을 요구하며 연좌농성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아차비정규직 김수억 지회장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지난해 11월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민원실 앞에서 검찰총장 면담과 불법파견 범죄자 처벌을 요구하며 연좌농성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등 노조 관계자 31명이 불법 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대거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달 김명환(54) 민주노총 위원장에 이어 조합원 수십명까지 무더기로 재판을 받게 됐다.

1일 법조계와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부장 김수현)는 지난달 김수억 민주노총 기아차 비정규직지회장 등 31명을 집회와시위에관한법률(집시법) 위반 등으로 재판에 넘겼다. 이 중 4명은 가담 정도가 크지 않아 벌금형으로 약식기소했다. 이들에겐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고용노동청과 대검찰청 청사 등을 무단으로 점거해 농성을 벌인 혐의가 적용됐다.

현대자동차 사옥 앞에서 경찰이 설치한 펜스를 부수는 등 불법 시위를 주도한 민주노총 관계자 4명도 기소 대상에 포함됐다고 한다. 법조계에서는 법원이 최근 집시법 위반 등 노조의 불법 행위에 대해 관대한 판결을 내리자 검찰이 여러 건의 위법 사례를 병합해 재판에 넘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지회장에게는 지난 1월 청와대 앞에서 기습시위를 벌인 혐의도 적용됐다. 김 지회장은 당시 비정규직 노동자 5명과 함께 청와대 신무문 앞에서 기습 시위를 벌였다. 사전에 신고하지 않은 집회였다. 이들은 ‘비정규직 이제 그만!’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문재인 대통령과의 면담과 불법파견 철폐 등을 요구하다가 집시법 위반으로 경찰에 붙잡혔다. 집시법상 대통령 관저인 청와대 앞은 집회가 금지돼 있다.

김 지회장은 지난해 9월 22일부터 보름 동안 고용노동청을 점거해 업무를 방해하고 11월에는 대검찰청 청사 로비에서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외부 세력이 대검 청사에서 “검찰총장은 면담에 응하라”며 농성을 벌인 일은 전례를 찾기 힘들다. 당시 김 지회장을 비롯해 대검 점거 농성을 함께 한 이병훈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 지회장 등 민주노총 비정규직 노조 간부 6명은 경찰에 연행됐지만 곧장 풀려났다.

앞서 경찰은 김 지회장이 청와대 정문 앞을 비롯해 상습적으로 공공기관 청사에서 불법 집회를 주도했다고 보고 지난 1월 구속영장을 신청한 바 있다. 검찰은 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에서 기각됐다. 당시 서울중앙지법은 “김 지회장이 기초적인 사실관계를 인정하고 있고 증거자료가 이미 확보됐다”며 “구속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경찰과 검찰은 김 지회장의 구속영장 기각 이후에도 수사를 이어왔고 청와대 앞 기습시위와 공공기관 불법 점거 등의 사건을 모두 병합했다. 결국 검찰은 김 지회장을 비롯해 불법 집회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수십 명을 한꺼번에 재판에 넘겼다.

국회 앞 집회에서 불법행위를 주도한 혐의(공무집행방해, 집회및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구속됐던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지난 6월 보석 석방돼 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앞 집회에서 불법행위를 주도한 혐의(공무집행방해, 집회및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구속됐던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지난 6월 보석 석방돼 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서울남부지검은 국회 앞에서 '폭력 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김명환 위원장 등 민주노총 간부 7명을 재판에 넘긴 상태다. 이를 포함하면 재판을 받게 된 민주노총 조합원은 40여명에 달한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2년이 넘어가면서 검찰과 경찰의 노조 대응 기조가 강경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집회 현장을 관리하는 경찰 관계자는 "노조에 우호적인 판결이 계속되자 집회가 점차 과격해지고 통제가 되지 않고 있다"며 "처벌되지 않은 노조의 불법 집회 사건이 점차 쌓이면서 검찰이 대규모로 기소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고 했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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