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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예영준 논설위원이 간다

"北 미사일 오로지 한국 노려···우리 방어망으론 못 막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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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예영준 기자 중앙일보

장영근 교수가 말하는 북한 신형 미사일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의 궤적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분석한 장영근 항공대 교수는 ’550㎏ 무게의 핵탄두를 장착하면 남한 전역을 사정권에 두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지금 현재의 한국 미사일방어 체계로는 요격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경록 기자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의 궤적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분석한 장영근 항공대 교수는 ’550㎏ 무게의 핵탄두를 장착하면 남한 전역을 사정권에 두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지금 현재의 한국 미사일방어 체계로는 요격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경록 기자

북한이 어제 새벽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군 당국은 5월 4일과 9일, 지난달 25일에 쏜 것과 같은 ‘북한판 이스칸데르’ 즉, KN-23의 시험발사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시험발사가 거듭되는 건 실전 배치가 임박했다는 의미다.

저고도 비행으로 탐지 피하고 #급상승·급하강에 요격 어려워 #핵탄두 장착해 남한 전역 사정권 #한국형 미사일방어 무력화 우려

KN-23은 여태까지 보아 온 것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위협이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구축해 온 한국형 미사일 방어망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신종 기술의 결집체이기 때문이다. 한반도에 새로운 ‘게임 체인저’가 출현했다고 평가하는 전문가가 나올 정도다. KN-23은 과연 요격이 불가능한 것일까.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북한의 미사일 능력은 대체 어느 수준까지 와 있는 것일까. 꼬리를 무는 의문을 풀기 위해 미사일 전문가인 장영근 항공대 교수를 만났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KN-23을 ‘작은 미사일’이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국내에서도 북·미 협상이 부진한 상황에서 북한이 ‘저강도 무력시위’를 한 것이란 분석이 있다.
“미국 사람들이 저강도라고 표현하는 것은 일리가 있는 말이다. 자기들에게는 위협이 되지 않으니까.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이 그렇게 얘기하면 안 된다. KN-23은 미국도 아니고, 일본도 아니고 오로지 한국을 겨냥하는 ‘고강도’ 위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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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23은 탐지하기조차 어렵다는데 사실인가.
“지난달 25일 북한이 함경남도 호도반도에서 미사일 2발을 발사했을 때 벌어진 일을 보자. 그 날 합참은 첫발은 430㎞를 비행했고, 두 번째 것은 정확히 찾지 못했다고 했다가 미군의 탐지자산으로 보니 사거리가 690㎞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튿날 둘 다 똑같이 600㎞를 날아갔다고 정정 발표했다. 그런 혼선이 빚어진 건 미사일 궤적을 놓쳤다는 얘기다. 초기에 미사일이 올라갈 때는 그린파이 지상 레이더로 잡았지만 최고 정점을 찍고 내려올 때는 못 잡았다는 얘기다. 너무나 당연한 얘기지만 탐지를 제대로 못 하면 요격이 안 된다. 사드든 뭐든 첨단 장비를 갖다 놔도 무용지물이다.”
탐지가 어려운 이유는.
“레이더는 목표물에 전자파를 쏴 돌아오는 반사파를 탐지하는 것이라 목표물과 일직선상에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구가 둥글기 때문에 레이더가 닿지 않는 음영(陰影) 지역이 생겨 물체가 어느 정도 하늘로 뜨기 전에는 지상 레이더로 탐지가 안 된다. 저각(低角)으로 발사되는 KN-23은 일반적인 탄도미사일보다 대단히 낮게 비행한다. 지난달 25일 발사된 것은 최고 고도가 50㎞였고, 31일에는 30㎞로 더 내려갔다. 그 경우 우리가 보유한 레이더로는 잡기가 쉽지 않다. 설령 초기에 잡았다고 하더라도 하강 단계에서는 ‘회피 기동’이란 걸 하기 때문에 탐지 추적이 더 힘들어진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5일 KN-23 시험 발사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5일 KN-23 시험 발사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통상의 탄도미사일은 포물선 궤적을 그린다. 정점까지 올라갔다가 중력의 영향으로 내려올 때도 마찬가지다. 그렇기 때문에 초기 궤도와 속도 등을 탐지하면 나머지 비행 궤도를 예측할 수 있다. 요격은 그 예측을 바탕으로 이뤄진다.

그런데 북한의 신형미사일 KN-23은 포물선 궤도를 따르지 않고 불규칙한 궤도를 그리며 ‘회피기동’을 한다. 장 교수는 지난달 26일 조선중앙통신이 전날 있었던 시험발사를 보도하며 “방어하기 쉽지 않을 전술유도탄의 저고도 활공도약형 비행궤도의 특성과 그 전투적 위력에 만족한다”고 밝힌 것을 잘 살펴보라고 했다.

활공도약형 비행궤도란 무엇을 말하나.
“KN-23이 정점 고도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오면서 어느 순간 갑자기 수평비행을 했다. 항공기가 엔진을 끈 상태에서도 양력(揚力)을 유지하며 움직이는 ‘활공비행’과 같다. 이렇게 하면 사거리를 늘릴 수 있다. 대략 120∼150㎞ 정도를 활공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도약’은 수평비행을 하다 갑자기 고도를 급상승(풀업)했다는 의미다. 고도를 올렸다가 다시 급강하(풀다운)함으로써 미사일 속도를 높일 수 있다. 미사일이 그런 식으로 불규칙하게 움직이니 요격이 힘들어진다. 이런 식의 회피 기동은 원격조정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사전에 컴퓨터 프로그램에 입력된 대로 구동기와 날개가 미사일의 각도와 방향을 틀어주기 때문에 가능하다. 저고도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공기가 없는 대기권 밖에서는 날개에 의한 방향전환이 불가능하다.”
북한 KN-23 궤적

북한 KN-23 궤적

요격이 어렵다면 발사 전에 징후를 포착하여 선제타격하는 것이 현실적인 해결책이다. 그런데 KN-23은 선제타격조차 쉽지 않다. 고체 추진체를 장착하고 이동식 발사대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북한 미사일은 액체 추진체가 주종이었다. 액체 추진체를 사용하면 사전 연료 주입 등 준비에 시간이 걸리므로 사전 포착이 쉽다.

요약하자면 KN-23은 기존 스커드 미사일과 달리 ▶저고도 궤적 ▶회피 기동 ▶고체연료 및 이동발사대 사용 등의 특성을 갖기 때문에 탐지와 요격이 대단히 어렵다. 장 교수는 “KN-23의 원형인 이스칸데르는 레이더 전자파를 흡수하는 스텔스 기능이 있다”며 “KN-23이 스텔스 기능까지 갖추면 더 큰 일인데 북한이 아직은 스텔스 기술까지는 못 갖춘 것 같다”고 덧붙였다.

KN-23에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나.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해 본 결과 550㎏의 탄두를 장착하면 사거리가 420㎞, 1250㎏의 탄두를 장착하면 265㎞ 사거리에 도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활공 단계를 추가하면 사거리는 더 늘어난다. 현재 북한은 핵탄두를 500∼600㎏ 정도까지 소형화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KN-23에 핵탄두를 장착해 계룡대나 평택기지, 사드배치 지역 등의 목표물을 정확도 10m 수준에서 공격할 수 있다는 의미다.”
북한이 이런 수준의 능력을 갖게 된 것이 놀랍다.
“갑자기 된 것이 아니다. 지난 5년 동안 사거리 200㎞대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가 20여 차례 있었는데 그때는 사진을 공개하지 않아 정확하게 몰랐다. 실패한 건 딱 한 차례뿐이었다. 이런 실험을 통해 자신감이 생기자 공개적으로 시험발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앞서 2018년 2월 열병식 때 이스칸데라와 비슷한 미사일을 트럭에 싣고 나타난 적이 있다.”

장 교수에 따르면 한국도 이스칸데르와 거의 흡사한 단거리 미사일을 이미 보유하고 있다. 바로 현무Ⅱ 미사일이다. 러시아가 노태우 정부 시절 빌려 갚지 못한 차관 대신 제공해 준 기술을 바탕으로 개발한 것이다. 정경두 국방장관이 “우리도 풀업 기동을 하는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한 것은 현무 미사일을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KN-23를 요격할 방법은 없나.
“애초부터 이스칸데르는 요격을 피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현존하는 개념의 미사일 방어체계로는 어렵다. 다른 방법으로 레이저 요격이 거론되는데 아직은 개발 단계에 머물러 있다. 레이저를 한 곳에다 8∼10초간 계속 투사해야 하는데 그렇게 정직하게 날아오는 미사일은 없다.”
그렇다면 KN-23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새 무기가 나올 때마다 그에 맞는 방어체계를 개발하는 것은 아무리 돈과 시간을 쏟아부어도 끝이 없다. 그런 대응방안은 제고되어야 한다. 그보다는 파괴력 큰 무기로 균형을 맞추는 게 효율성 있는 대응책이다. 저쪽이 한 대 때리면 우리는 두세 대를 때릴 수 있다는 태세를 갖추는 것이다.”
북한의 다음 수순은 무엇일까.
“KN-23으로 기존의 주력 단거리 미사일인 스커드를 교체하는 것이다. 스커드는 액체 미사일을 사용하는 데다 40년쯤 지난 것이라 성능이 떨어진다. 이와 함께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 완성에 올인할 것이다.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이 깨지고 긴장이 고조될 경우를 가정해보자.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시나리오는 미국이 항공모함을 이용해 일본 열도 밖에서 순항미사일로 공격하는 경우다. 이에 대한 억지력으로 SLBM을 가지려 하는 것이다.”

예영준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