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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이 자주 주재한 NSC, 지난해부터 확 줄었다

중앙일보

입력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미 군사연습과 남측의 신형군사장비 도입에 반발해 지난 25일 신형전술유도무기(단거리 탄도미사일)의 ‘위력시위사격’을 직접 조직, 지휘했다고 조선중앙TV가 26일 보도했다. 사진은 중앙TV가 공개한 것으로, 미사일 발사 순간의 모습이 선명하게 포착됐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미 군사연습과 남측의 신형군사장비 도입에 반발해 지난 25일 신형전술유도무기(단거리 탄도미사일)의 ‘위력시위사격’을 직접 조직, 지휘했다고 조선중앙TV가 26일 보도했다. 사진은 중앙TV가 공개한 것으로, 미사일 발사 순간의 모습이 선명하게 포착됐다. [연합뉴스]

청와대는 31일 오전 11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긴급 상임위원회의를 열고 북한의 미사일 도발 관련 사안을 논의했다. NSC는 오후 3시쯤 낸 서면 자료에서 “북한이 25일에 이어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한 것은 한반도 평화 구축을 위한 노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강한 우려를 표명한다. 군에 관련 동향을 주시하면서 철저한 대비 태세를 유지할 것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지난 6월 30일 판문점에서 개최된 역사적인 남·북·미 3자 정상 회동 이후 조성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협상 재개 동력이 상실되지 않도록 외교적 노력을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날 NSC가 밝힌 짧은 입장에 담긴 메시지에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바라보는 청와대의 복잡한 속내가 그대로 담겨 있다. 쉽게 말해, “미사일 쏜 건 유감인데, 판은 깨지 않겠다”는 거다.

애초 NSC 상임위원회를 주재한 정의용 안보실장이나 상임위 멤버인 노영민 비서실장은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있어야 했다. 하지만 오전 일찍 미사일 발사 소식이 알려진 이후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청와대는 미사일 도발에 대한 대응에 집중해야 한다”며 운영위 연기를 제안하고 더불어민주당에서 이를 수용하면서 회의가 미뤄졌다. 나 원내대표는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NSC 전체 회의를 개최해 단호한 대응 의지를 밝히고 북한에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야당이 문 대통령의 NSC 전체 회의 개최를 요구한 것에서 보듯, 외교·안보 이슈가 돌출할 때마다 NSC 개최 여부 자체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NSC에서 어떤 메시지가 나오는지 못지않게, 누가 언제 개최했다는 것 자체가 고도의 정치적 메시지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지난 24일 러시아와 중국의 군용기가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카디즈)을 넘어왔을 때가 대표적이다. 야당은 “문 대통령은 중국과 러시아의 명백한 영공 침범에 제대로 말 한마디 못하고 NSC도 열지 않았다”(나 원내대표)며 비판했고, 청와대는 “실효적 조처를 했느냐가 중요하지 NSC를 여느냐 마느냐가 중요한 것 같지는 않다”고 반박하는 일이 있었다.

NSC 관련 규정은 ‘필요에 따라, 의장(대통령)이 소집 여부를 결정한다’고 돼 있다. 이날 엿새 만에 이어진 북한의 미사일 도발임에도 왜 대통령이 NSC를 주재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급박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안보실장이 상임위를 긴급 소집한 것”이라고만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5월 29일 오전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열린 2019년 을지태극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5월 29일 오전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열린 2019년 을지태극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문 대통령은 취임 첫해 NSC 개최에 적극적이었다. 청와대의 공식 언론 창구인 e 춘추관에 기재된 사항을 중심으로 살펴봤을 때, 문 대통령이 NSC 회의를 주관한 건 모두 12차례다. 대통령 취임 나흘째였던 2017년 5월 14일,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쏘자 문 대통령은 당시 김관진 안보실장과 한민구 국방부 장관 등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임명한 외교·안보 인사들과 처음으로 20분간 NSC 회의를 진행했다. 이후 2017년에만 8차례 더 NSC를 주관했는데 이슈는 대륙 간 탄도미사일(ICBM)시험 발사(7월 28일), 북한의 6차 핵실험(9월 3일)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11월 29일) 등 ‘빅이슈’ 때뿐 아니라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6월 8일, 7월 4일) 때도 NSC를 주재했다. 회의 개최가 곧 메시지라고 봤을 때 단호한 입장을 견지했던 셈이다.

하지만 이런 기류는 이듬해부터 확 바뀐다. 그해 2월 평창 겨울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관계가 해빙기에 접어들면서다. 지난해 문 대통령은 1차 북·미 정상회담 직후인 6월 14일 단 한 차례 NSC 전체 회의를 주재했다. 올해 문 대통령이 주재한 전체 회의도 7월 말 현재 두 차례로, 3월 4일 2차 북·미 정상회담 직후와 5월 29일 을지 태극 훈련의 하나로 개최한 NSC 전체 회의였다. 5월 4일과 9일, 7월 25일과 31일의 미사일 도발 때 문 대통령은 관련 보고를 받았지만, NSC는 주재하지 않았다.

권호ㆍ위문희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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