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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의 성지' 울산, 올해도 어김없이 파업 불길 타오른다

중앙일보

입력

현대重 이어 현대車도 파업 투표 가결

민주노총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교섭위원들이 지난해 단체교섭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 금속노조]

민주노총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교섭위원들이 지난해 단체교섭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 금속노조]

국내 최대 자동차·조선 산업 노동조합이 올해도 파업 준비를 끝마쳤다. 파업할 수 있는 요건을 모두 갖추고 정부 산하 행정기관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현대차 노조)는 30일 밤 “전체 조합원들 70.5%가 찬성하면서 쟁의행위(파업) 찬반투표안을 가결했다”고 발표했다. 같은 날 조합원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한 민주노총 금속노조 기아자동차지부(기아차 노조)도 재적인원의 73.6%가 파업에 찬성했다.

31일 조합원 찬반투표 결과를 발표하고 있는 백운호 현대자동차 노동조합 수석부지부장. [사진 현대차 노조]

31일 조합원 찬반투표 결과를 발표하고 있는 백운호 현대자동차 노동조합 수석부지부장. [사진 현대차 노조]

이로써 양대 자동차 노조는 합법적 파업을 위한 마지막 고비만 남겨뒀다.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가 ‘조정중지’ 결정을 내리면 이들은 파업권을 확보한다. 만약 현대자동차 노조가 조정중지 결정을 끌어내고 실제로 파업에 돌입하면 2012년 이후 8년 연속 파업이다. 현대차 노조는 쟁의대책위원회 출범식과 전(全)조합원 결의대회를 8일 1일로 예고했다.

현대重 노사 위기감 고조

지난 6월 전조합원 부분파업에 돌입한 현대중공업 노동조합. [연합뉴스]

지난 6월 전조합원 부분파업에 돌입한 현대중공업 노동조합. [연합뉴스]

현대차와 함께 울산에 위치한 민주노총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현대중공업 노조)와 거제에 위치한 민주노총 금속노조 대우조선해양지부(대우조선해양 노조)도 파업이 목전이다.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소속 1만5000여명의 노조원도 이미 쟁의행위 안건을 가결했다.

올해 임금및단체협상과 별개로 현대중공업은 이미 파업에 동참했다. 지난 7월 18일 민주노총 울산본부 산하 1만4000여명의 노동자는 현대중공업 법인분할(물적분할) 무효 등을 내걸고 총파업을 진행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대우조선해양 노조와 함께 양사 기업결합(합병)에 반대하고 있다.

이 사태로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 5월 주주총회장을 불법 점거했다. 노조의 불법·폭력에 대해서 현대중공업이 재산 가압류를 신청하고 법원이 받아들이면서, 현대중공업 노사는 더욱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추가로 조합원 1300여명을 대상으로 출근정지·정직 등 징계 절차를 검토 중이다.

31일 조합원 찬반투표 결과를 집계 중인 현대자동차 노동조합. [사진 현대차 노조]

31일 조합원 찬반투표 결과를 집계 중인 현대자동차 노동조합. [사진 현대차 노조]

한국 경제를 이끌던 반도체 산업 실적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한국 제조업을 대표하는 노동조합이 파업을 추진하는 상황은 국민 정서에 역행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삼성전자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6.29% 감소했고, SK하이닉스도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90% 줄었다.

이에 비해 자동차 산업은 오랜 실적 부진 끝에 2분기 반등에 성공했다. 하지만 미·중 무역갈등과 일본의 수출보복 등 대외적인 악재가 산재했다. 때문에 파업이 실적 회복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하언태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장(부사장)은 지난 7월 19일 단체교섭에서 “노조가 파업에 나서는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 기존 노사문화를 바꿔 나가자”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 노조는 “파업은 헌법·노동법이 노동자에게 보장한 합법적인 단체행동권”이라며 “합법적인 권리 확보·행사를 개념 없이 왈가왈부 하지말라”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한국GM·르노삼성 8월부터 협상 

민주노총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 노동자들이 거제 대우조선해양 정문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부산 = 송봉근 기자

민주노총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 노동자들이 거제 대우조선해양 정문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부산 = 송봉근 기자

앞서 지난 7월 24일 민주노총 금속노조 한국GM지부(한국GM 노조)도 임단협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7월 25일 중노위에 쟁의조정을 신청했다. 한국GM 노조원은 이미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가결(찬성률 74.9%)한 상황이다. 한국GM은 지난해 6148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5년 연속 적자(-2조7276억원) 행진을 기록 중이다.

오는 8월 13일 본교섭에 돌입하는 르노삼성차 기업노조는 기본급 대폭 인상안(8%)을 포함한 협상안을 제시하면서 난항이 예상된다. 이 회사 노사는 지난 6월 14일 2018년 임단협을 타결한 지 2달 만에 다시 테이블에 마주 앉는다. 쌍용자동차 기업노조는 8월 말 노사협상을 시작할 예정이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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