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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경찰, 시위참여한 16세소녀도 기소…시위대 분노 격화

중앙일보

입력

31일 홍콩의 한 여성이 동부법원 인근에서 경찰의 시위대 기소를 비난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AP=연합뉴스]

31일 홍콩의 한 여성이 동부법원 인근에서 경찰의 시위대 기소를 비난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AP=연합뉴스]

홍콩 경찰이 범죄인 인도법 반대 시위에 참여한 홍콩 시위대 44명을 폭동 혐의로 기소했다. 이 중에는 16세 청소년까지 포함돼 논란을 빚고 있다. 홍콩 경찰의 무리한 시위대 기소가 홍콩 시민들의 반정부·반중국 시위를 격화시키는 불쏘시개로 작용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3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 경찰은 지난 28일 홍콩 중심가인 정부청사 인근 채터가든에서 불법 시위를 벌이며 경찰과 충돌한 혐의로 남성 28명, 여성 16명을 기소했다. 기소된 이들 대부분은 학생이며 이들 중에는 16세 소녀도 포함돼 있다. 기소된 시위대가 법원에 출석하자 홍콩 시민들은 법원 앞에 몰려들어 홍콩 정부에 대한 비난을 쏟아냈다.

28일 일요일 홍콩 중심가에서 벌어진 대규모 시위는 지난 21일 위안랑 지하철역에서 범죄인 인도법 반대 시위대를 대상으로 자행된 이른바 '흰옷 남자들'의 백색 테러를 규탄하기 위한 것이었다. 조직폭력배 등이 포함됐다는 의혹을 받는 백색테러단은 쇠몽둥이 등으로 시위대 45명을 폭행해 시위대는 물론 홍콩 시민의 반발을 샀다. 시위대는 28일 테러가 발생한 위안랑 지하철역에서 백색테러 규탄 시위를 열고자 했지만 홍콩 정부가 이를 불허하며 불법 시위로 번졌다.

홍콩 경찰은 30일 성명을 통해 "시위대는 우산이나 널빤지, 대나무 등으로 방벽을 설치했고, 보도블록을 깨거나 대로변 울타리를 허물고 도로 표지판을 훼손했다"며 "벽돌, 날카로운 쇠막대 등 치명적인 도구로 경찰을 공격해 위험한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다"고 시위대를 비난했다.

30일 밤 홍콩에서 한 경찰이 시위대에 고무탄 총을 겨누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30일 밤 홍콩에서 한 경찰이 시위대에 고무탄 총을 겨누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홍콩에서는 범죄인 인도법에 반발한 시민들이 6월 9일부터 두 달이 넘도록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경찰이 시위대를 폭동 혐의로 기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폭동 혐의가 인정될 경우 최고 징역 10년에 처해질 수 있다. 그러나 홍콩 시민들은 경찰의 강경 대응에 반발하고 있다.

5년 전 홍콩 '우산 혁명' 당시 조직된 시민단체 '사랑과 평화로 센트럴을 점령하자'의 추이우밍(朱耀明) 공동대표는 SCMP와의 인터뷰에서 "기소된 이들은 모두 차분하고 용감하다"며 "정부가 경찰을 이용해 우리의 미래 세대를 무너뜨리고 있다. 한심한 일이다"라고 비난했다.

홍콩 시위에 대해 중국 정부는 29일 홍콩·마카오 판공실을 통해 기자회견을 열고 "홍콩 시위가 일국양제(하나의 나라 두 개의 체제) 원칙의 마지노선을 건드렸다"며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홍콩 정책을 총괄하는 중국의 홍콩·마카오 판공실이 홍콩 관련 기자회견을 연 것은 1997년 홍콩이 영국으로부터 중국에 반환된 이후 처음이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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