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31일 “우리를 위협하고 도발한다면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당연히 ‘적’(敵) 개념에 포함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국방포럼 기조연설에서 “오늘 새벽 2회에 걸쳐 북한이 미상 발사체를 발사했다”고 말하면서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늘(31일) 오전 5시 6분, 5시 27분경 북한이 원산 갈마 일대에서 동북방 해상으로 발사한 단거리 탄도 미사일 2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미사일 고도는 약 30km, 비행거리는 약 250km로 추정했다.
비록 ‘도발한다면’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국방 당국자가 누가 묻기도 전 북한을 상대로 ‘적’ 개념을 꺼낸 건 드물었다. 정 장관은 이날 “(북한이 발사한 탄도미사일은) 우리 방어자산의 요격성능 범위에 들어있다. 모든 작전운영시스템도 북한보다 우리가 월등하다”고 군사적 우위도 강조했다.
정 장관은 지난해 9월 장관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회 때만해도 ‘주적관’ 질문 관련, “북한 정권과 북한군으로만 (적이) 제한된 부분은 상당히 축소된 개념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해 야당 반발을 샀다. 당시 청문위원들은 “나는 북한이 적이라고 말하는 장관을 원한다”(서청원 무소속 의원)며 반발했다.
정 장관은 이후 지난해 3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도 천안함 폭침과 연평해전 등을 “불미스러운 남북 간의 충돌”이라고 말해 논란이 됐다. 지난 3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선 “6·25 전쟁이 김일성과 북한 노동당이 벌인 전쟁범죄인가”(백승주 자유한국당 의원)라는 질의에 6~7초간 머뭇거리다, 재차 추궁에 “북한이 남침 침략을 한 전쟁”이라고 답했다.
30년 이상 군 복무를 한 공군 대장 출신인 그가 주적 개념에 머뭇거렸던 건, 문재인 정부의 남북 화해 기조와 무관치 않다는 평가다. 문 대통령은 2017년 4월 대선후보 시절 “북한이 우리의 주적입니까?”(유승민 당시 바른정당 대선후보)라는 질문에 “그런 규정은 대통령으로서는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때문에 야권은 문 정부 임기 초부터 “문 정부의 대북관 및 안보관에 확실한 방향성이 서지 않으면 경각에 달린 대한민국 안보를 지켜내기 어려울 것”(전희경 한국당 대변인)이라고 비판해왔다. “일방적 순애보만으로는 북한의 도발은 해결될 수 없다”(유의동 당시 바른정당 수석대변인)는 우려도 많았다.
그럼에도 문 정부의 평화 드라이브는 계속됐고 취임 후 첫 발간한 ‘2018 국방백서’(지난 1월 발간)에서 ‘북한=주적’ 개념을 삭제하기도 했다. 물론 그 사이 남북 정상회담이 3차례 열렸고, 북·미 정상회담도 2차례 열렸다.
◆文 정부 들어 北 15번째 미사일 도발=올해 4차례 도발을 포함해 문재인 정부 들어서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감행한 횟수는 총 15번이다. 취임 후 나흘만인 2017년 7월 14일 신형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화성-12호’ 발사를 포함해 임기 첫해에만 총 11차례 미사일을 쐈다. 다만 지난해엔 한 차례도 발사하지 않았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