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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 결의안에서 '북한' 뺐더니 북한 미사일 발사…미사일 도발에 고민하는 민주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가 3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가 3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7월 임시국회 본회의를 하루 앞두고 31일 북한이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또 발사했다. 본회의 개최 주요 명분인 ‘동북아 안보 결의안’에 북한 관련 내용을 삭제한 더불어민주당이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와 추미애 전 대표를 포함한 민주당 중진 의원 10명은 전날인 30일 ‘동북아시아 역내 안정 위협 행위 중단 촉구 결의안’을 공동 발의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민주당 측 간사를 맡은 이수혁 의원이 발의 대표자다.

민주당은 결의안에서 “2019년 7월 23일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의 우리 측 영공 침범 및 방공식별구역(KADIZ) 무단진입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엄중한 군사적 위기 상황을 틈타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일본 정부의 망언에 강력하게 항의”하는 뜻도 담았다.

이 결의안은 일주일 전(24일) 자유한국당이 발의한 비슷한 제목(동북아시아 역내 안정을 위협하는 중국·러시아·일본 등의 군사적 위기 고조 행위 중단 촉구 결의안) 문서의 민주당 측 수정 버전이다. 민주당은 당초 한국당 결의안에 있는 북한 부분을 전면 삭제했다.

앞서 한국당은 소속 의원 110명 명의로 결의안을 당론 발의하면서 “북한은 핵과 미사일 전력을 고도화시키는 일체의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단호히 촉구한다”고 했다. 중국과 러시아, 일본뿐 아니라 북한도 명백한 ‘위협세력’이라는 인식을 강조하면서다.

한국당은 또 “우리 정부는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의 공조체제를 더욱 강화시켜 북핵 문제 해결에 보다 적극적으로 임해야 할 것을 촉구한다”는 문구도 삽입했다. 민주당 결의문에는 미국에 대한 언급이 없다. 대신 중국과 관련해 “중국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방공식별구역(CADIZ)을 선포·운영 중인 국가로서 우리의 방공식별구역을 존중하고 무단 진입하지 말 것을 엄중히 촉구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런데 민주당이 결의문 수정본을 국회 의안과에 접수한 지 만 하루도 되지 않아 북한이 또 미사일 도발을 감행하면서 민주당 지도부는 고심에 빠지게 됐다. 일본과 대치 국면에서 북한 관련 문구를 일부러 자제하며 ‘북한 감싸기’에 나섰지만 사실상 뒤통수를 맞은 모양새라서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31일 오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현안관련 긴급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20190731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31일 오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현안관련 긴급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20190731

당장 1일 예정된 외통위 전체회의에서 야당이 결의안에 북한 규탄 내용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할 개연성이 높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긴급 브리핑을 열고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라며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명백하게 9·19 남북군사합의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은 이미 3차례 도발을 함으로써 삼진아웃이 됐다”며 “남북군사합의를 파기해야 한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민주당은 야당과의 협동 대응을 강조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3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추가 발사와 관련해 “한반도 평화에 전면 역행하는 것으로 강력한 항의의 뜻을 표한다”면서 “여야도 초당적인 자세로 일사불란하게 대응해줄 것을 당부한다”고 했다. 이어 나 원내대표가 이날 청와대가 참석하는 운영위 개최 연기를 결정한 것에 대해 “잘한 결정이라 생각하고 환영의 뜻을 표한다”고도 언급했다.

동북아 안보 결의안은 1일 외통위 의결을 거쳐 본회의에 상정된다. 여야가 가까스로 극적 합의해 ‘안보국회’를 열었지만 외통위 진통이 길어지면 결의안 본회의 상정도 미뤄질 수 밖에 없다. 외통위 관계자는 ”위원회에서 통합 조정해 의결할 계획이지만, 최종 성안까지 시간이 좀 걸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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