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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 받고 나오면 꼭 날 찾아와라”…절도범 용서한 피해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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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프리큐레이션]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프리큐레이션]

생활고에 시달리던 20대가 자신이 아르바이트했던 업장에서 1000만원을 훔쳤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피해 업주는 함께 일했던 아르바이트생의 어려움을 알고 선처를 호소했다.

광주 북부경찰서는 지난 30일 절도 혐의를 받는 A(27)씨를 광주 북구의 한 주택에서 검거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20일 오전 3시40분께 한 게임장에 침입해 현금 1000만원을 훔친 혐의를 받는다. 피해 업주의 신고를 받고 수사에 나선 경찰은 사건 발생 10일 만에 A씨를 붙잡았다.

범인이 잡혔다는 소식을 들은 피해 업주 B(61)씨도 경찰서로 달려왔다. 하지만 경찰서에 앉아있는 범인 A씨의 얼굴을 보자 B씨는 할말을 잃었다. 절도범 A시는 지난 6~7월 B씨와 함께 일했던 아르바이트생이었다.

B씨는 "착하고 성실한 아이가 어쩌다"라며 "이 아이인 줄 알았으면 잡아달라고 하지 말 걸 그랬다"고 되뇌였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세상에 홀로 남겨졌다. 어린시절 부모님이 이혼한 뒤 할머니 손에 길러졌다. 외국으로 떠난 아버지를 대신해 할머니가 버팀목이 되었지만 지난해 할머니마저 세상을 떠났다.

허름한 주택에 세 들어 살던 A씨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하루살이' 인생을 살았다. 하지만 이 마저도 쉽지 않았고, 급한 마음에 스마트폰으로 상품권을 사들인 뒤 되파는 일로 푼돈을 벌었다. 그러던 중 예기치 못한 일이 발생했다. 스마트폰 요금이 130여 만원이나 청구된 것이다. 하루 끼니를 때우기도 버거웠던 A씨는 눈 앞이 깜깜해졌다.

그때 지난 6월부터 일했던 게임장 금고 열쇠 위치가 떠올랐다. 지난 20일 새벽 A씨는 몰래 게임장에 들어가 현금 1000만원을 훔쳤다. 그리고 사건 발생 10일만에 붙잡혔다.

잃어버린 1000만원 가운데 770만원을 되돌려 받은 B씨는 "착하고 성실한 아이인데 어쩌다 이렇게 됐냐"며 "이 돈이라도 되찾았으니, 불쌍한 이 아이를 처벌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또 A씨에게는 "밀린 휴대전화 요금은 내가 내 줄테니, 다시 새 출발하라"며 "네가 교도소를 갈지 선처를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벌을 받고 나오면 꼭 다시 나를 찾아오라"고 다독였다.

경찰은 A씨가 초범에 도주 우려가 없는데다 피해자가 선처를 요청한다는 점을 참고해 A씨를 석방하기로 했다. 하지만 절도죄에 대해서는 불구속 상태로 처벌받아야 한다.

A씨의 사연을 들은 경찰은 A씨가 처벌을 받은 뒤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취업 교육 등 지원책을 찾아 줄 계획이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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