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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님, OO표현 쓰시면 초선으로 끝납니다…日 연구팀 분석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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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 국회의사당. 지난해 아베 정권 퇴진 시위가 열렸을 때다. [EPA=연합뉴스]

일본 도쿄 국회의사당. 지난해 아베 정권 퇴진 시위가 열렸을 때다. [EPA=연합뉴스]

초선으로 정치 생명이 끝나는 국회의원들이 쓰는 말엔 공통점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일본에서 나왔다. “공손한 어휘를 적게 쓰거나 손익을 따지는 표현을 많이 쓰는 것”이 이들의 특징이라는 연구 결과다. 아사히(朝日)신문은 29일 가케야 히데키(掛谷英紀) 쓰쿠바(筑波)대학 교수 연구팀의 이같은 연구 결과를 보도했다. 가케야 교수 연구팀은 해당 연구 결과를 일본지능정보퍼지(Fuzzy) 학회지인 ‘지능과 정보’에 발표했다.

가케야 교수 연구팀은 중견 정치인의 후광을 업고 초선 의원으로 당선한 정치인 222명의 의정활동 발언을 분석했다. 거물 정치인 오자와 이치로( 小沢一郞)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가 발굴해 데뷔시킨 정치신인들이다. 이들을 일본에선 각각 ‘오자와 칠드런’ ‘고이즈미 칠드런’이라고 부른다. 거물급 정치인의 세력에 속한 정치 신인을 두고 ‘OO의 칠드런’이라고 지칭하는 것이다. 연구팀은 2009년 8월 선거에서 당선한 오자와 칠드런 139명과 2005년 9월 선거에서 당선한 고이즈미 칠드런 83명의 발언을 분석했다.

오자와 이치로 [중앙포토]

오자와 이치로 [중앙포토]

의사록 분석 결과, 고이즈미 칠드런 중 재선에 성공하지 못하고 초선으로 정계를 떠난 의원들은 “수지가 맞는다”거나 “판다” “늘린다”는 식의 이해타산에 관한 표현을 많이 쓴 것으로 드러났다고 가케야 교수팀은 밝혔다. 오자와 칠드런에게선 “가르침을 받고 싶다”거나 “가르쳐 달라”는 식의 표현이 많이 등장했다. 이해득실을 따지거나, 자신감이 없는 의원들은 초선에 그치는 경향이 드러났다는 게 가케야 교수팀의 연구 결과다.

반면 재선에 성공한 의원들은 공손한 표현을 잘 구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가케야 교수팀은 논문에서 “단명(短命)한 의원들의 질문에선 존댓말 또는 겸양어 등의 간곡한 표현이 적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연구팀은 “재선된 의원 중엔 관료 또는 의원 비서관 출신들이 많았는데, 이들은 평소 정중한 언어 사용이 몸에 배어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지지통신]

고이즈미 준이치로 [지지통신]

연구팀은 의원뿐 아니라 일부 장관들의 국회 답변도 분석했는데, 금방 교체되거나 임기를 오래 누리지 못한 장관들의 경우, “자신의 높은 이상과 저력을 주장한느 발언이 많은 경향이 드러났다”고 한다. 연구팀은 “단명 장관의 답변엔 국회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친근한(くだけた) 표현이 많았다”고 분석했다. 장관이라는 자리의 품격에 걸맞지 않는 표현을 쓴 장관들이 단명으로 끝나는 경향을 보였다는 결과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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