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다란 철제 울타리로 가로막힌 미국과 멕시코 국경지대에 모처럼 웃음꽃이 피었다. 이 국경을 사이에 두고 설치된 분홍색 구조물 덕분이다.
이 구조물은 미국 건축가인 로널드 라엘 캘리포니아대 교수가 지난 28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엘패소와 멕시코 시우다드후아레스 사이에 설치한 시소다.
30일 멕시코 일간 엘우니베르살 보도에 따르면, 이 시소를 타기 위해 미국과 멕시코의 주민들이 국경에 몰려들었다. 주민들은 울타리 틈으로 서로의 얼굴을 보며 소통했다. 이 순간만큼은 국적도 나이도 무의미했다.
라엘 교수는 10년 전부터 이 시소를 구상했다고 한다. 그는 “시소는 어느 한쪽의 행동이 다른 쪽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상징한다”며 “시소를 통해 우리는 모두 똑같고,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때 미국과 멕시코의 활발한 교류가 이뤄지던 이 국경지대는 비극의 온상이 됐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펼치는 반이민 정책 속에서도 불법으로 미국 입국을 시도하는 중미 출신 이민자들이 줄지 않으면서다. 지난달엔 엘살바도르 출신 남성과 그의 23개월 된 딸이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 있는 리오그란데강을 건너다 급류에 휩쓸리며 사망했다.
최근 미국 대법원은 하급심의 결정을 뒤집고 국경 장벽 건설을 위해 국방 예산 전용이 가능하다고 판결했다. 멕시코는 이민자 유입을 막으라는 미국의 압박에 국가방위군을 배치하면서 국경 경비를 강화했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