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김모(40ㆍ여)씨는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않고 버텼다. 김씨는 함께 사는 아들이 아파 병원 진료가 필요할 때마다 건강보험 가입자인 친척의 신분을 도용했다. 친척의 주민등록번호만 외워가면 신분 확인 절차 없이 병원 진료를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김씨 아들은 이런 방식으로 2007년 4월부터 2015년 10월까지 8년 6개월간 553차례에 걸쳐 만성 비염 등의 질환을 건강보험으로 진료를 받았다. 김씨 아들이 쓴 건강보험 진료비는 546만3000원에 달한다. 건강보험공단은 김씨 아들의 건강보험 자격 도용 사실을 적발하고 부당이득금 전액을 환수했다.
다른 사람의 건강보험 자격을 빌리거나 도용하는 등 부정사용하다가 적발된 이들이 5년간(2014~2018년) 5997명으로 드러났다. 이들이 쓴 건강보험 급여는 66억원에 달했다. 3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정춘숙 의원(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이들 건강보험 부정사용자 5997명 중 김씨 아들 같은 외국인(불법체류자 포함)은 1228명이다. 5년간 모두 4만99931건의 진료를 몰래 받았고, 이들이 쓴 건강보험 진료비는 14억8500만원이다. 하지만 건강보험을 부정사용하다 적발돼도 사법 처리되는 비율은 10%에 불과했다. 벌금형(521명)이 대부분이었고, 징역형(69명)은 소수였다.
정부는 건강보험 자격 부정 사용 방지를 위해 지난해 12월 건강보험법을 개정했다. 도용자 신고 포상금 제도를 도입하고 부정수급자에 대한 처벌도 강화됐다. 속임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를 받은 사람을 신고하면 포상금으로 부당이득 징수금액의 10%~20% 내에서 최저 2000원~최고 500만원까지 지급한다. 또 기존에 1년 이하 징역, 1000만원 이하 벌금이었던 부정수급자에 대한 처벌 규정을 2년 이하 징역, 2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강화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