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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곡군서 ‘NO왜관’ 운동…"지명에서도 일제 잔재 지워야"

중앙일보

입력

칠곡군역사바로세우기추진위원회는 지난 29일 경북 칠곡군 왜관역 광장에서 ‘NO 왜관’ 집회를 열고 왜관역을 칠곡역으로, 왜관IC를 칠곡IC나 팔거IC로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 칠곡군역사바로세우기추진위원회]

칠곡군역사바로세우기추진위원회는 지난 29일 경북 칠곡군 왜관역 광장에서 ‘NO 왜관’ 집회를 열고 왜관역을 칠곡역으로, 왜관IC를 칠곡IC나 팔거IC로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 칠곡군역사바로세우기추진위원회]

왜관(倭館)이란 조선시대에 지어진 일본인 숙소를 뜻한다. 왜관읍·왜관역 같은 이름이 있는 경북 칠곡군을 포함해 곳곳에서 일본식 지명 지우기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왜관은 조선시대 일본 상인들이 쓰던 여관 일컫어 #칠곡군, 왜관역·왜관IC 등에서 ‘왜관’ 지우기 운동 #전남·경남 창원시 등서 일본식 지명 정비 사업 중 #행정구역 명칭은 조례 생성·주민 동의로 변경 가능

칠곡군역사바로세우기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는 지난 29일 경북 칠곡군 왜관역 광장에서 ‘NO 왜관’ 집회를 열고 왜관역을 칠곡역으로, 왜관IC를 칠곡IC나 팔거IC로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집회에서 추진위는 “칠곡은 6·25전쟁에서 굳건히 국토를 지켜낸 자랑스러운 호국의 고장”이라며 “‘일본인 숙소’라는 뜻을 지닌 ‘왜관’ 지명을 지우고 ‘칠곡’으로 통합하는 등 칠곡군의 정체성을 바로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올해가 3·1운동이 일어난 지 100년이 되는 해인 만큼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고 칠곡의 새로운 미래 100년을 설계해야 한다”고 했다.

왜관은 조선 시대에 일본과의 교역을 위해 만든 곳으로 일본인이 머무르며 생활했던 숙소다. 일본인이 함부로 상업 활동을 하며 말썽을 일으키자, 조정에서 왜관을 세우고 일본 상인들이 왜관 안에서만 상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부산·울산·경남 고성군 등에 왜관이 있었다. 경북 칠곡군의 경우 낙동강 하류에서 뱃길을 따라 올라온 물건을 서울로 실어가기 전에 보관했던 창고가 있어 소규모 왜관이 칠곡군 약목면 관호리·왜관읍 금산리 등에 마련됐다. 낙동강 뱃길을 따라가는 경남 김해·창원·대구 달성군 화원읍 등에도 소규모 왜관이 있었으나 현재는 역사적으로 기록만 남기고 없어졌다. 칠곡군에만 ‘왜관읍’ 등의 지명으로 남아 있다.

현재 경북 칠곡군에는 왜관 IC를 비롯해 왜관읍, 왜관초등학교 등 다양한 명칭에 ‘왜관’이 쓰인다. 추진위는 군민 서명운동·국민청원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칠곡군에서 ‘왜관’ 지우기 운동을 전개해 나갈 방침이다.

김창규 칠곡군역사바로세우기추진위원장은 “칠곡군에서 시작된 ‘NO 왜관 운동’이 일본 잔재 청산 운동으로 확산돼 전국에 남아 있는 일본 잔재가 이번 기회에 청산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울산 동구주민연대 회원들이 지난 25일 울산시 동구 대송시장 앞에서 일제 경제침략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이들은 ’일본제품 불매 운동을 더욱 강력하게 추진하자“며 ’우리 모두 일본제품 불매, 일본여행 자제와 국산품 애용에 적극 동참하자“고 말했다. [뉴스1]

울산 동구주민연대 회원들이 지난 25일 울산시 동구 대송시장 앞에서 일제 경제침략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이들은 ’일본제품 불매 운동을 더욱 강력하게 추진하자“며 ’우리 모두 일본제품 불매, 일본여행 자제와 국산품 애용에 적극 동참하자“고 말했다. [뉴스1]

경북 칠곡군 외에도 대구 대곡동과 송현동 등 전국 곳곳에 일본식 지명이 그대로 쓰이고 있는 곳이 많다. 이에 일부 지자체에서는 일본식 지명 정비를 추진 중이다.

전남도에서는 지난 4월부터 완도군의 가마구미 등 일제 강점기부터 사용하는 일본식 지명 등을 발굴해 청산하고 있다. 완도군 완도읍 가용리의 한 포구인 가마구미는 일제강점기에 일본 어민이 고기잡이하던 곳으로 일본식 지명이다. ‘가마구미’는 만(灣) 형태를 이루는 지형을 일컫는 일본말이다.

경남 창원시에서도 일본식 지명 정비 사업을 추진 중이다. 창원시는 지난 4월 대한민국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을 맞아 일본식 지명을 시민들과 함께 발굴·조사해 정비하기로 했다. 시민 누구나 일본식으로 의심되는 지명이 있으면 오는 12월 31일까지 시 홈페이지·소셜미디어, 가까운 읍·면·동행정복지센터에서 사유 및 근거자료를 첨부해 제보하면 된다.

도나 시ㆍ군 단위 지자체의 명칭은 지방자치법에 따라 국회 동의를 얻어야 바꿀 수 있다. 하지만 지자체에 속한 읍ㆍ면 같은 행정구역 명칭 변경은 국회 동의는 필요없다. 지자체 산하 읍·면 등의 명칭 변경은 우선 주민투표를 해야 한다. 기초의회 차원에서 주민투표를 해 주민 과반수가 투표하고 3분의 2이상 명칭 변경에 찬성하면 관련 조례를 제정하거나 개정한다. 이후 시·군지명위원회와 시·도지명위원회 심의를 거쳐 국가지명위원회에서 최종 심의·의결하고, 국토지리정보원 고시로 지명 변경이 확정된다.

칠곡=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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