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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F 불참 이용호 들으란듯···폼페이오 "난 며칠 방콕에 있다"

중앙일보

입력

북한과 미국이 비핵화를 위한 실무 협상을 앞두고 수싸움을 벌이고 있다. 북한은 2003년부터 참석해 오던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이용호 외무상을 불참시키는 배수의 진을 쳤다. 이번 ARF에서 북·미 외무장관 회담을 통해 회담의 돌파구가 열리지 않겠냐는 관측이 있었는데, 아예 접촉 가능성을 잘라 버렸다.

북 '새로운 셈법' 요구하자 미 '창의적 해법' 받아치기

그럼에도 미국은 '창의적 해법'을 내세우며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은 29일(현지시간) “우리(미국)는 큐빅 퍼즐을 풀 수 있도록 (북ㆍ미) 실무협상을 곧(very soon) 다시 시작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미국 ‘이코노믹 클럽’이 주관한 인터뷰 형식의 대담에서다. ‘창의적 해법’이라는 표현도 썼다.

지난달 30일 오후 판문점 자유의 집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만나고 있다. 왼쪽부터 이용호 북한 외무상, 김 국무위원장, 트럼프 대통령,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연합뉴스]

지난달 30일 오후 판문점 자유의 집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만나고 있다. 왼쪽부터 이용호 북한 외무상, 김 국무위원장, 트럼프 대통령,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연합뉴스]

그간 북한이 미국을 상대로 ‘새로운 셈법’을 들고 오라고 했는데 미국은 ‘창의적 해법’으로 받아친 모양새다. 김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과 미국은 실무협상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며 "그러면서도 상대가 먼저 패를 보이라는 식으로 버티기에 들어간 분위기"라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나는 내일 아시아로 간다. 며칠간 방콕에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것도 미묘했다. 전직 정부 고위 당국자는 “폼페이오 장관도 이 외무상의 방콕 ARF에 불참하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라며 “그런데도 방콕을 거론해 간접적인 방식으로 이 외무상의 ARF 참석을 주문했다”고 해석했다.

문제는 북한의 반응이다. 북한은 현재 공식 채널을 닫고, 잠수함(23일 공개)과 미사일 발사(25일)를 통해 한ㆍ미 연합훈련에 반발하고 있다. 몸을 움츠린 채 가시를 세운 고슴도치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이 2003년 이후 처음으로 ARF에 외무상을 보내지 않은 것도 미국이 뭔가를 내놓기 전에는 접촉의 여지조차 없애겠다는 선긋기일 수 있다.

무엇보다 북한이 지난 16일 외무성이라는 공식 채널을 통해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약속이라며 한ㆍ미 연합훈련을 공개적으로 문제 삼고 있는 상황에서 폼페이오 장관의 ‘말 한마디’에 입장을 바꿀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단 뉴욕 유엔 대표부의 북ㆍ미 비공개 채널이 여전히 활발하게 돌아가고 있고, 양측 모두 서로의 심기를 건들지 않기 위한 레드라인을 넘지 않고 있어 눈치싸움 결과에 따라 전격적인 북·미 접촉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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