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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서 공연 취소되자 무료공연 연 앤마리···무대서 눈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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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홀리데이랜드페스티벌 무대가 취소되자 무료 공연을 발표한 앤 마리. [사진 앤 마리 인스타그램]

28일 홀리데이랜드페스티벌 무대가 취소되자 무료 공연을 발표한 앤 마리. [사진 앤 마리 인스타그램]

지난 주말은 국내 음악 페스티벌 팬들에게 ‘최악의 주말’로 기억될 듯하다. 앞서 26~28일 경기 이천 지산포레스트리조트에서 예정됐던 지산락페스티벌이 행사 3일 전에 공연 전면 취소를 발표한 데 이어 27~28일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에서 열린 홀리데이랜드 페스티벌까지 반쪽짜리 축제로 끝나 버렸기 때문이다. 25일 불참을 통보한 미국 가수 H.E.R.만 아니라 28일 예정된 영국의 앤 마리, 캐나다의 다니엘 시저, 한국 래퍼 빈지노 공연까지 줄줄이 취소됐다.

지산락페스티벌 3일 전 취소 이어 #홀리데이랜드도 줄줄이 공연 취소 #앤 마리·킹 기저드 자체 공연 진행

갑작스러운 일정 변경에 당황하기는 뮤지션들도 마찬가지였다. 홀리데이랜드 측은 전광판을 통해 “뮤지션의 요청으로 공연이 취소됐다”고 알렸지만 가수들은 SNS를 통해 이를 일제히 반박했다. 각자 공연을 위해 대기 중이었으나 강풍으로 인한 안전상의 이유로 공연이 취소됐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무대가 무너지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각서에 서명을 강요받았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앤 마리는 아예 무료 공연을 강행했다. 28일 오후 9시 공연 예정이었던 그는 오후 11시 30분부터 호텔 내에서 자체 공연을 열고 SNS를 통해 생중계했다. 지난해 발표한 ‘2002’가 팝송으로는 최초로 가온차트 6월 음원 차트 1위에 오르는 등 한국 팬들의 뜨거운 관심과 사랑에 보답하기 위함이었다. 300여 관객이 깜짝 공연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담아 흰색 종이비행기를 날리자 결국 눈물을 터트렸다.

28일 서울 홍대에서 깜짝 공연을 알린 킹 기저드 & 더 리저드 위저드. [사진 킹 기저드 페이스북]

28일 서울 홍대에서 깜짝 공연을 알린 킹 기저드 & 더 리저드 위저드. [사진 킹 기저드 페이스북]

같은 날 지산 무대에 오르기로 되어 있던 호주 밴드 킹 기저드 & 더 리저드 위저드는 일본 후지 록 페스티벌을 마치고 바로 호주로 돌아가는 대신 예정대로 한국을 찾았다. 서울 홍대에 위치한 클럽 샤프에서 입장료 1만원에 깜짝 공연을 펼친 것. 100여명의 관객이 모여 지산에 가지 못한 아쉬움을 달랬다.

하지만 페스티벌 주관사들을 향한 관객들의 불만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지산락페스티벌 주관사인 디투글로벌컴퍼니가 “예매 티켓을 전액 환불하고, 미리 예약한 숙박시설 취소 수수료도 지불하겠다”고 밝힌 것과 달리 홀리데이랜드 주관사인 페이크버진은 하루가 지난 29일에도 “내부 논의 중”이라며 보상은커녕 제대로 된 상황 설명도 내놓지 않고 있다.

27~28일 부산 삼락생태공원에서 열린 부산국제록페스티벌 역시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올해 처음으로 유료로 전환해 헤드라이너로 미국 밴드 SOAD(System Of A Down)가 출연한다고 발표했지만, 매니지먼트사를 사칭한 업체와 계약을 진행하다 무산됐기 때문이다. 결국 그룹 god가 마지막 무대를 채웠지만 “록 페스티벌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같은 기간 부산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미드썸머페스티벌도 주최 측 사정으로 돌연 취소됐다.

올 초 그래미에서 베스트 R&B 앨범 부문을 수상한 H.E.R. [AP=연합뉴스]

올 초 그래미에서 베스트 R&B 앨범 부문을 수상한 H.E.R. [AP=연합뉴스]

다음 달 9~11일 인천 송도 달빛축제공원에서 열리는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에 대한 불안한 시선도 존재한다. 그동안 펜타포트를 진행해온 예스컴 대신 새 사업자가 들어오면서 섭외에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위저ㆍ더 프레이ㆍ코넬리우스 등 해외 뮤지션 라인업을 발표했지만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2017년 CJ ENM이 적자를 이유로 손을 뗀 지산밸리록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번 계기에 페스티벌 시장 자체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음악평론가 김작가는 “2009년 인천 펜타포트와 지산밸리록이 갈라서고 유사 페스티벌이 우후죽순으로 생기던 복마전 상태로 되돌아갔다”며 “해외 아티스트의 내한 공연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개런티뿐만 아니라 에이전트의 신뢰도가 중요한데 지난 10년간 쌓아 올린 한국 공연 시장에 대한 신뢰도를 한순간에 무너뜨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공연 관계자는 “내한공연과 페스티벌이 많아지면서 공연 기획사들의 진입장벽이 낮아졌다”며 “개선의 여지 없이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 회사들은 시장에서 퇴출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몇 년간 록 페스티벌이 지고 EDM 페스티벌이 뜬다고 해도 장르만 달라졌을 뿐 본질은 같다”며 “양질의 기획과 라인업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관객과 아티스트 모두에게 의미 없는 행사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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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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