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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ㆍ미 협상 앞두고 최선희 띄우기?

중앙일보

입력

지난주 동해안에 머물며 ‘신형’ 잠수함 건조현장과 미사일 발사 장면을 현지에서 지켜봤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평양에서 진행된 북한 국립교향악단의 음악회를 관람했다고 북한 관영매체들이 28일 전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 위원장이)전승절에 즈음하여 국립교향악단의 ‘7.27 기념음악회’를 관람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정전기념일인 7월 27일 전승절로 삼고 있는데, 김 위원장이 해당일에 공연을 관람한 건 2012년 이후 7년만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정전 체결 66주년에 국립교향악단의 '7·27 기념음악회'를 관람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8일 보도했다. 왼쪽부터 김여정 제1부부장, 이만건 조직지도부장, 김 위원장, 박광호 선전선동부장,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김영철 당 부위원장[사진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정전 체결 66주년에 국립교향악단의 '7·27 기념음악회'를 관람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8일 보도했다. 왼쪽부터 김여정 제1부부장, 이만건 조직지도부장, 김 위원장, 박광호 선전선동부장,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김영철 당 부위원장[사진 연합뉴스]

정부 당국자는 “김 위원장이 집권 첫해인 2012년 7월 27일을 전후해 내무군협주단과 모란봉 악단의 공연을 관람한 적이 있다”며 “김 위원장은 통상 6ㆍ25 전쟁에 참전했던 전사자 묘역(북한은 조국해방전쟁 참전 열사묘)을 찾곤 했지만 올해는 평년임에도 불구하고 별도의 기념음악회를 연 배경을 분석중”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통상 5주년과 10주년인 ‘정주년’을 기해 행사를 열곤 하는데 올해는 정전협정체결 66주년인 올해는 평년임에도 ‘열사묘’ 참배에 이어 기념음악회를 열고 본인이 참석했다는 것이다.

최선희, 부친 최영림과 김정은 관람 공연 동행 #김영철 부위원장 제치고 김정은 오른쪽 두번째 자리 #전쟁 관련 공연에 대미 실무협상 책임자 예우?

이날 공연에는 이만건 조직지도부장과 박광호 선전선동부장, 이수용(국제)ㆍ김영철(대남)부위원장과 조용원ㆍ김여정 당 제1부부장,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동행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4월 현직에서 물러난 양형섭ㆍ이명수ㆍ최영림 등 전직 고위관료들도 불렀다. 특히 이날 공연에는 김여정과 최선희 등 북한의 실세 여성 2인방이 김 위원장의 곁을 지켜 눈길을 끌었다. 북한이 공개한 사진에 따르면 김여정과 최선희는 각각 김 위원장의 오른쪽(사진상 왼쪽)과 왼쪽 두번째에 앉아 공연을 지켜봤다. 사진상 김 위원장 왼쪽으로 이만건ㆍ김여정, 오른쪽으론 박광호ㆍ최선희 순서로, 김여정과 최선희는 당이나 국가 서열상 자신보다 윗급인 이수용, 김영철 부위원장을 제치고 김 위원장 옆에 자리했다.

특히 최선희 제1부상은 부친인 최영림 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 서기장과 함께 행사에 참석해 주목받았다. 이 때문에 이번 좌석배치를 두고 미국과 실무협상을 앞둔 북한이 최선희 띄우기에 나선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용호 외무상이 참석하지 않았는데 제1부상이 참석한 것이나, 자리배치에서 최선희를 배려했다는 점에서다. 김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은 공식행사에서 김 위원장을 중심으로 왼쪽와 오른쪽으로 번갈아가며 서열 순서로 자리를 배치한다”며 “서열을 파괴한 건 특별한 메시지를 염두에 뒀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김여정의 신변이상설이 제기되자 지난달 3일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인민의 나라’에 김여정을 이설주 옆에 앉혀 주목받도록 했다”며 “이번에는 전쟁관련 행사에 최선희를 불러 부각시킨건 미국과의 (실무)협상을 앞두고, 실무 책임자인 최선희에게 힘을 실어 주려는 차원”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이 미국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단거리 미사일을 통해 ‘레드라인’을 넘지 않으면서도, 협상 실무 책임자에 대한 대우를 통해 미국의 ‘결단’(새로운 셈법)을 촉구하는 시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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