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사람들
책읽기는 단순한 여가활동이 아니다. 나를 확장하고 자존감을 높여 결국 공동체에 기여하는 길이다. 책을 열심히 읽는 사람들, 독서 열기를 높이기 위해 뛰는 사람들을 시리즈로 소개한다.
유료모임 ‘트레바리’ 윤수영 대표 #독후감 안 쓰면 모임에 참가 못 해 #돈으로 독서 의지 산 게 성공 비결

윤수영 대표
‘돈 내는 독서모임’ 트레바리는 고려대 경영학과 07학번인 윤수영 대표(사진)가 2015년 창업했다. 4개월에 19만~29만원의 회비를 내야 하고 독후감 제출이 의무적인 뭔가 손해 보는 방식인데도 사람들이 몰린다. 윤 대표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 현재 회원 규모는.
- “5600명 정도다. 모임 수는 300개가량. 계속 는다.”
- 지난 2월 소프트뱅크벤처스 등으로부터 50억원 투자를 받았다.
- “투자받은 돈은 공간 확보와 직원 채용, 두 가지에만 쓴다. 독서모임이 열리는 공간인 아지트를 강남역에도 새로 마련했다. 평균 15명이 들어가는 방이 14개다. 방이 7개씩인 기존 안국·성수·압구정에 비해 두 배 규모다. 하지만 서울의 비싼 임대료 내고 나면 아직 적자다.”
- 그래도 사업은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 “집에서도 혼자서 운동할 수 있는데 굳이 헬스장에 가는 이유는 뭘까. 운동 의지를 돈으로 살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트레바리 책읽기도 마찬가지다. 그게 우리 모델이 먹히는 이유라고 본다. 우리는 독후감을 쓰지 않으면 모임에 참가할 수 없다. 책은 결국 남의 생각을 담은 글 아닌가. 책을 읽고 자기 생각으로 정제하는 경험, 읽고 소화하는 일련의 시간을 돈을 주고 사는 거다. 배경이 달라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점도 장점이다. 가령 스타트업하는 사람이 대기업 직장인, 카페 주인, 학교 선생님과 섞여 책 얘기를 한다. 사람들 모임을 꾸린다는 건 상당히 번거로운 일인데 그 일을 트레바리가 대신해주는 거다.”
- 배경이 다른 사람들이 섞여 좋은 점은.
- “다양한 시선을 나눈다는 건 결국 편협해지지 않을 수 있다는 거 아닌가.”
- 또 다른 좋은 점이 있다면.
- “사람들은 대개 다른 방식의 삶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가령 교대를 졸업한 다음 임용고시를 거쳐 선생이 된 사람이 트레바리에서 스타트업하는 사람을 만나 어, 이런 인생도 가능하네 하고 느낄 수 있는 거다. 그러다 보면 이직이나 창업을 할 수도 있을 거고, 뜻이 맞으면 연애나 결혼을 할 수도 있다. 비슷한 주제의 책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취향이나 가치관을 공유하며 관계를 맺다 보니 자기 자신을 보다 온전히 공유하는 관계가 형성되기 쉬운 것 같다.”
- 결국 바닥에는 독서 욕구가 깔려 있는 것 같다.
- “독서가 좋다는 건 누구나 안다. 하지만 누구나 다독, 정독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 사업이 더 성장할 가능성도 있나.
- “‘더’를 어느 정도로 생각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지금보다는 더 키울 수 있을 것 같다.”
- 당신이 생각하는 독서의 좋은 점은.
- “남이 공들여 정리해놓은 생각을 빠르게 훔칠 수 있는, 제일 효율적인 도둑질인 것 같다.”
신준봉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