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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병승 "아무도 안온다"…박진성 고인 목소리 공개하며 애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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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황병승씨. [연합뉴스]

시인 황병승씨. [연합뉴스]

시인 황병승씨가 23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고인은 숨진 지 20일 가량 된 것으로 추정된다.

황씨는 3년 전 문단 내 미투 폭로에 휘말리면서 활동을 멈췄다. 황씨가 서울예대 강사 시절 제자들에게 접근해 성추행을 저질렀다는 내용의 대자보가 2016년 11월 서울예대 캠퍼스에 붙으면서다. 황씨는 당시 "저로 인해 정신적 고통과 상처를 입은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죄드린다. 참회하는 마음으로 자숙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황씨는 이후 우울증과 대인기피, 알코올 의존증 등으로 인해 건강이 악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황씨의 사망 소식에 시인 박진성씨도 애도를 표했다. 박씨는 24일 SNS에 "황병승 시인은 2016년 10월 몇몇 무고한 사람들에 의해 성범죄자로 낙인 찍힌 후 황폐하게, 혼자 고독하게 살다가 생을 마감했다"며 "문단이라는 거대 이해 집단이 황병승 시인을 죽인 '공범들'이라고 주장했다.

[시인 박진성씨 페이스북]

[시인 박진성씨 페이스북]

박씨는 또 "황씨는 30대 초반에 데뷔해서 특별한 직업 없이 전업 시인으로 살던 사람"이라며 "성폭력 의혹 제기 이후 모든 문학 전문 문예지에서 청탁을 하지 않았고 어떤 출판사에서도 시집 출간 제의를 하지 않았다. 생계 수단이었던 시 창작 강좌도 모두 끊겼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전화 통화를 할 때마다 자신은 그런 일을 한 적이 없다고 항변했고 무고를 입증할 방법을 찾고 있었다"며 유튜브에 고인과의 통화 녹음 파일을 올렸다. 황씨는 박씨와의 통화에서 "전화할 사람이, 전화 오는 사람이 누가 있겠어"라며 "10년 동안 만났던 애들도 전화 안 오더라"고 호소했다.

박씨의 이런 주장에 대해 네티즌들의 의견은 분분하다. "시인 본인이 인정하고 자숙했다고 했는데 왜 사회적 타살인가?", "극단적 선택을 미화해서는 안된다" 등의 의견과 "대자보로 인해 매장된 게 사실이라면 안타까운 일"이라는 의견도 보인다.

1970년생인 고인은 2003년 계간 '파라21'로 등단했다. 2005년 첫 시집 『여장남자 시코쿠』로 큰 주목을 받았다. 미당문학상·박인환문학상을 받으며 새로운 감수성을 드러내는 대표적인 젊은 시인으로 꼽혔다. 이제까지 도래한 적이 없는 미학을 선보였다는 뜻에서 '미래파'로 분류되기도 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옮겨 정확한 사인을 밝힐 예정이다. 장례는 25~27일 치러진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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