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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억울하다"며 국민참여재판 신청한 안인득 재판결과는?

중앙일보

입력

진주 아파트 방화·살인 혐의로 구속된 안인득(42)이 병원을 가기 위해 19일 오후 경남 진주경찰서에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진주 아파트 방화·살인 혐의로 구속된 안인득(42)이 병원을 가기 위해 19일 오후 경남 진주경찰서에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인득이 국민참여재판을 받으면 자신에게 유리할까 불리할까. 지난 4월 경남 진주에서 방화와 살인으로 23명의 사상자를 낸 안인득이 오히려 “억울하다”며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하면서 많은 사람이 이런 반문을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현직 판사와 변호사 등 복수의 법조인들은 “(국민참여재판이) 안인득에게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안인득 국민참여재판 신청 창원지법 받아들여 이르면 9월 재판 #법조계 "강력사건이어서 오히려 안인득에게 불리할 것" 예상

창원지법은 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된 안인득의 국민참여재판 신청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23일 밝혔다. 창원지법 진주지청이 기소한 안인득 사건은 당초 창원지법 진주지원 형사1부가 맡아 23일 첫 재판이 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안인득이 지난 16일 재판부에 “국민참여재판을 받고 싶다”는 의견서를 냈다. 창원지법 관계자는 “명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억울한 점이 있다는 취지로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국민참여재판의 경우 법률에서 정한 배제사유가 없는 한 피고인의 신청을 받아들여야 해 국민참여재판 신청을 결정한 것이다”고 말했다.

앞서 안인득은 범행 직후 여러 차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억울한 점이 있다”는 취지로 말해왔다. 얼굴이 공개된 지난 4월 19일에 진주경찰서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저도 10년 동안 불이익을 당해왔다. 하루가 멀다고 불이익을 당해 오다 보면 화가 날 때가 있고, 경찰서와 국가기관에 하소연해도 도움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많아졌다”고 주장하기도 했는데 이와 비슷한 취지의 억울함을 아직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안인득을 담당했던 경남경찰청 과학수사계 소속 프로파일러 방원우 경감은 “안인득은 누가 자신의 집에 독충을 보내는 등 끊임없이 괴롭힘을 당했다는 망상을 갖고 있었고, 그래서 자신이 그 원인을 제거하기 위해 이번 사건을 저질렀다는 생각을 계속 갖고 있었다”며 “안인득이 호소하는 억울함은 실질적인 피해보다는 망상에 의한 피해의식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지난 4월 17일 오후 경남 진주시 한일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진주아파트 방화·살인 사건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조문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지난 4월 17일 오후 경남 진주시 한일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진주아파트 방화·살인 사건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조문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창원지법은 안인득의 국민참여재판 요청을 받아들여 국민참여재판 전담 재판부가 있는 창원지법으로 사건을 넘겼다. 창원지법에는 형사2부와 4부가 국민참여재판 전담 재판부다. 하지만 아직 어디서 사건을 맡을지는 결정이 나지 않았다. 재판부가 결정되고 준비기일 등을 고려하면 이르면 9월부터 재판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배심원은 보통 7~9명이 선정되는데 안인득의 경우 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돼 최고 사형까지 선고될 수 있어 배심원은 9명으로 구성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국민참여재판이 안인득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클 것이라는 예상이 다수다. 한 현직 판사는 “국민참여재판의 배심원은 그 지역에 사는 주민들로 선정되기 때문에 흉악범죄의 경우에는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며 “안인득도 국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아 이런 의견을 들었을 것인데 자신이 강력하게 국민참여재판을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창원에서 활동하고 있는 안성일 변호사도 비슷한 의견이었다. 안 변호사는 “국민참여재판은 심증은 있는데 물증이 명백하지 않은 그래서 무죄를 다투는 사건의 경우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며 “국민적 지탄을 받은 이런 강력 사건의 경우에는 법정에서 피해 상황이 상세하게 노출되기 때문에 일반인들로 구성된 국민참여재판 배심원들은 더 높은 형량의 평결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창원=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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