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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천하 그친 ‘중국판 나스닥’ 커촹반 …140% 급등 이튿날 줄하락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상하이 증시가 6.8% 급락한 2016년 1월 4일 베이징의 한 증권사 객장에서 충격에 빠진 투자자가 의자에 발을 올리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상하이 증시가 6.8% 급락한 2016년 1월 4일 베이징의 한 증권사 객장에서 충격에 빠진 투자자가 의자에 발을 올리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하루 천하였다. ‘중국판 나스닥’으로 불리며 요란한 출발을 알렸던 커촹반(科創板ㆍ과학혁신판)이 개장 둘째날 급락하며 모양새를 구겼다.

 23일 상하이증권거래소에서 오후 3시(현지시간) 종가 기준으로 커촹반 25개 종목 가운데 4개 종목을 제외하고 모두 하락세로 전환했다.

 가장 많이 떨어진 기업은 열차제어시스템 개발업체 중국퉁하오(中國通號)다. 전날보다 18% 이상 하락하며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전날 공모가 대비 4배 폭등했던 반도체 소재 제조사 안지커지(安集科技)는 약 9% 하락했다.

 이날 오전 개장 직후엔 25개 종목 중 난웨이의학(南微醫學)을 제외하고 나머지 종목이 일제히 하락하기도 했다. 반면 통신장비업체 러신커지(樂鑫科技)가 전날 대비 14% 오르며 상승세를 기록한 4개 종목 중 하나에 이름을 올렸다.

첫날 520%까지 폭등…둘째날엔 4개 종목만 상승세 이어가

 중국판 나스닥으로 주목받았단 커촹반은 화려한 신고식을 했다. 개장 첫날인 22일 25개 종목의 주가가 평균 140%나 올랐다. 일부 종목은 장중 최고 520%까지 폭등하기도 했다.

 요란한 데뷔전의 흥분이 가시기도 전인 하루만에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자 커촹반에 대한 시선은 바로 냉담해진 듯하다.

 블룸버그통신은 “커촹반 광풍이 벌써 시들해졌다”고 꼬집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과거 중국이 시도했던 선전증시의 차이넥스트, 베이징의 OTC 시장 등도 최근 들어 거래량이 크게 줄었다”고 보도했다.

중국 상하이 푸동강변의 스카이라인. 동방명주 등이 눈에 띈다. [중앙포토]

중국 상하이 푸동강변의 스카이라인. 동방명주 등이 눈에 띈다. [중앙포토]

 하지만 아직까지는 과거와 다르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우선 커촹반은 출범 후 5거래일 동안 등락폭에 제한이 없어 당분간 큰 변동이 예상됐다. 5거래일이 지난 뒤에는 등락폭이 20%로 제한된다. 하지만 이마저도 상하이나 선전의 다른 증시의 변동폭보다 10% 크다.

 무엇보다 커촹반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직접 지시해 만들어졌다. 시 주석은 지난해 11월 중국국제수입박람회 기조연설에서 “미국 나스닥 같은 혁신기술 전용 주식시장을 추가로 개설하겠다”고 밝혔다. 시 주석의 한 마디가 떨어진 뒤 1년도 안 돼 문을 연 만큼 중국 정부 입장에서도 중요할 수밖에 없다.

시진핑이 직접 지시해 설립…"예전과 다를 것"이란 평가

 커촹반의 출범은 미∙중 무역분쟁을 겪고 있는 중국의 정책적 포석으로도 풀이할 수 있다. 자국의 첨단기술 업체에 자금 조달 창구를 열어주고, 우수한 스타트업 등이 해외로 나가지 않고 중국 내에 머물게 하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기존 증시와 달리 적자 기업이라도 상장을 통해 자본 조달을 할 수 있는 것은 커촹반의 특징이다. 또 중국 증시로는 보기 드물게 정부 개입이 최소화된 거래소다.

 물론 위험 요인도 있다. 커촹반 상장기업이 고평가돼 있다는 지적이다. 상장된 25개 기업의 주가수익비율(PER)은 평균 50배에 달한다. 중국 관영 신화망조차 "25개 중 21개 기업의 주가가 과도하게 평가됐다"며 "과열 투자를 자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커촹반이 홍콩 등에서 중국 본토 증시로 자금이 대거 이동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성우 기자 bla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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